1997년이었다. SUV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메르세데스-벤츠에서 M-클래스(W163 시리즈)를 선보였다.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틀어 처음 나온 SUV로 포르쉐에서 4도어 세단이 나왔을 때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이제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리미엄 SUV의 ‘원조’에서 ‘명가’로 서서히 입지를 굳히고 있다.

 

▲ 프리미엄 SUV의 원조 M-클래스의 바통을 잇는 메르세데스-벤츠 GLE.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 AG

2015년은 메르세데스-벤츠에게 ‘SUV의 해’였다. 2015년 한 해에만 GLE, GLE 쿠페, GLC 그리고 GLS 등 새로운 SUV 모델 4가지를 선보였다. 세부 라인업으로 보면 GLE 8개, GLE 쿠페 5개, GLC 4개, GLS 4개 등 21개가 추가되어 독보적인 SUV 패밀리다운 세를 이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호적 정리부터 실시했다. 우선 모든 SUV 모델 이름 앞에는 가문의 시조격인 G-클래스의 ‘G’를 붙인다. 그리고 모델 이름의 마지막 철자는 해당 클래스의 핵심 모델을 따라 기존 GL-클래스는 GLS, M-클래스는 GLE, GLK-클래스는 GLC로 바꿔서 부르기로 했다. GLS는 S-클래스 세그먼트의 SUV, GLE 쿠페는 E-클래스 쿠페 세그먼트의 SUV란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 메르세데스-벤츠 SUV 패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이사.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는 호적 정리와 함께 전열도 정비했다. 이제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든 SUV는 ‘G’의 정신을 계승한다. 1979년 가문을 연 G-클래스는 절대적인 오프로드 아이콘이다. 실용적인 목적의 오프로드 스페셜리스트에서 시작해 이제는 고급 세단이 울고 갈 인테리어와 첨단 주행 성능을 더한 럭셔리 오프로더로 변신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외형상 큰 변화 없이 단일 모델로서 최장 기간 동안 생산되었다는 사실에 큰 의의를 둬야 한다. G-클래스가 정신적 지주라면 실질적인 큰형님은 메르세데스-벤츠 GLS다. GLS는 2006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GL-클래스로 첫 선을 보였고, 얼마 전인 2015년 11월 LA 오토쇼에서 GLS로 개명했다. 국내에는 2016년 4분기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S-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플래그십 SUV 모델인 GLS 밑에 M-클래스의 부분 변경 모델로 2015년 4월, 뉴욕 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인 GLE가 위치한다. 1997년 프리미엄 SUV란 매력 만점의 세그먼트를 창조해낸 M-클래스는 지금까지 총 160만 대 이상을 순산한 일등공신이다. 가장 다재다능하며 온오프로드를 막론한 주행 안정성과 첨단 안전 시스템, 고급스러움을 다 갖춘 GLE는 M-클래스의 바통을 잇는 막중한 책임까지 안고 있다. GLE와 함께 2016년 벽두에 국내에 출시될 또 하나의 SUV는 GLC다. 2015년 6월 독일 메칭겐에서 GLK의 풀 체인지 모델로 첫 선을 보인 GLC는 GLK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모던하고 스포티해진 디자인에 럭셔리한 인테리어, 앞선 기술, 뛰어난 연료 효율성 등의 양념을 더한 미드 사이즈 SUV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이며 럭셔리 쿠페 SUV 세그먼트를 노크한 GLE 쿠페와 2013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프리미엄 콤팩트 SUV 모델인 GLA가 라인업에 포진해 있다.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는 GLE 쿠페와는 또 다른 SUV 쿠페인 메르세데스-벤츠 콘셉트 GLC 쿠페를 2015년 4월, 상하이 모터쇼에 출품해 SUV 패밀리 라인업의 추가 확대를 시사했다. 콘셉트 GLC 쿠페의 양산형 모델의 데뷔 시점은 2016년 늦은 여름쯤으로 전망된다.

 

▲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퍼런스.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리미엄 SUV 세그먼트를 정조준하고 집중 포화를 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UV 패밀리의 양적 팽창만큼이나 위협적인 것은 질적 강화이다. 한결 질서정연한 라인업으로 패밀리의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게다가 일명 열외 없이 만만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20년 가까이 시장에서 갈고 닦은 기량이 완숙 단계에 접어든 형세다. 최근 유럽에서 인정받는 ‘오프로드 어워드 2015(Off-Road Award 2015)’에서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GLA, GLK(GLC), GLE 쿠페 등이 5개 부문에서 큰 표차로 ‘올해의 오프로드 차량’으로 선정되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12월, 자사 고객과 미디어 1천여 명을 대상으로 SUV 패밀리를 한자리에서 모두 시승하는 체험의 장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바꿔 말하면 메르세데스-벤츠가 SUV 세그먼트에서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장 성공적이고 인기 있는 브랜드로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