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섰다.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정부가 결코 넘어서는 안 될 線(선)이 있는 법이다.

국가비상사태도 아닌 경우에 정부가 선한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까지 직접 개입하려 하거나, 국민 일부에 대하여 비난여론을 조성해 생활을 교정하려고 들어선 안 될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된 금연홍보 광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 방영 중인 ‘흡연은 질병이다’라는 제목의 홍보영상물을 보면 정부의 월권이 심각하다.

소비자가 편의점에 들어가 점원에게 말한다.

“후두암 1㎎ 주세요” “폐암 하나 주세요”, “뇌졸중 2개 주세요”

담배를 주문하는 말이다. 마치 담배 구입 행위가 각종 죽음으로 가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복지부 주장대로, 담배 자체가 후두암,폐암, 뇌졸중이라면 정부는 당장 담배를 판매금지, 생산금지를 시켜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왜 담배를 합법적으로 생산-판매-유통시키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담배가 그 같은 질병의 직접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부 홍보영상의 비논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례를 바꿔보면 이해가 한결 쉽다.

과도한 비만은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비만은 개인의 건강과 재산의 손상이면서 동시에 국가재정에도 부담을 준다. 그 때문에 정부가 나서 국민들이 운동을 많이 하도록 산책로를 늘리고, 자전거 사업도 벌이고, 걷기 캠페인 등 다양한 운동 관련 프로그램에 재정지원을 한다. 담배로 인한 폐해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비만을 뿌리 뽑겠다며 기름진 음식을 피하도록 이런 TV 홍보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보라. 소비자가 중국집, 곰탕집,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주문한다.

“고지혈 한 그릇 주세요”, “지방간 한 뚝배기 말아주세요” “고혈압 한 개 테이크 아웃이요”

비만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가상해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과도하게 개인의 삶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 최대의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지난 15일 “복지부가 제작한 금연홍보 영상이 적법한 기호품의 구입을 죄악시해 흡연자의 인격을 침해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본 광고에 대한 부당, 허위, 과대 여부를 심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접수했다.

정부의 금연홍보 광고가 본래의 목적에서 완전히 벗어나, 흡연자 전체를 질병 감염자로 왜곡, 차별해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질병 감염자와 일반인으로 나누는 편가르기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러브스모킹은 또 “억지 왜곡 주장과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문구, 이미지 사용은 최근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의 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과거 대법원 판례에서도 개인의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경고 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담배는 법이 허용한 합법적인 기호품이며, 흡연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를 위한 행위의 일부”라며 “흡연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 있을지언정, ‘흡연=질병’이라는 표현은 엄연히 잘못된 정보이며, 소비자 권리 침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금연 홍보영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편견에 가득 차 있는지 알려나갈 것”이라며 “당국은 흡연자들을 의도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하여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광고가 아닌, 국민건강의 증진에 도움이 되는 국정홍보를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퍼포먼스에 이어 회원들은 복지부의 금연광고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상영 중지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출했다.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는 문제의 복지부 TV 금연광고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단체는 최근 방영되는 금연광고가 담배 판매인이 소비자에게 팔아서는 안 될 물건을 불법적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적법한 담배 구매를 하는 흡연자를 죄악시하고 있어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영업방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연정책은 담배 생산과 판매가 합법인 상황에서는 강제적일 수가 없다. 비흡연자의 건강보호를 함께 감안하여 금연정책을 펴가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효성과 부작용은 고려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금연구역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대로, 광장, 터미널 등 공공장소를 전면 금연구역화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면적에 관계없이 전국 75만여개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런데도 흡연공간은 아예 마련하지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흡연공간을 찾지 못한 흡연자들은 공공장소, 식당 앞 거리에서 흡연할 수밖에 없어 간접흡연 피해 사례가 오히려 증가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이제는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들이 강력한 금연캠페인과 함께 흡연구역을 설치하며 흡연자를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 사전 신고된 커피숍 등에서는 외부표시를 통해 비흡연자의 피해를 사전예방하면서 고객의 흡연이 가능하도록 허가해주는 정책도 나와야 한다.

최근 서울 광진구가 건대입구역과 동서울터미널에 흡연부스를 설치하고, 안양시는 안양역과 평촌역에 흡연실을 설치한 것은 좋은 흐름이다. 서울 중구청도 대형건물 안에 흡연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지난 2일 밝혀 주목됐다.

정부의 담뱃세 인상으로 흡연자들이 내는 세금은 올해 10조 이상, 내년에는 12조가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담뱃세로 충당되는 건강증진기금 가운데 72%는 건강증진과 상관없는 사업에 쓰인다는 통계도 있다.

세금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거뒀다. 흡연자는 세금을 냈는데, 정작 수익자는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점도 바로 잡아야 한다.

참고로, 헌법 10조에서 말하는 행복추구권이란 행복을 실현 내지 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자기가 추구하는 행복관념에 따라 생활하는 것도 포함된다. 행복추구권의 본질은 사생활의 자유 등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에 걸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일반적 자유를 의미한다.

물론 행복추구권도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 제한은 행복추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복지부가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