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영국 런던에서는 Sustainable Brands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Sustainable brands는 전 세계의 지속가능 비즈니스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상호 협력하기 위해 만든 글로벌 커뮤니티이다. 2006년 시작된 이 모임은 ‘지속가능성’이 브랜드 및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가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11월 컨퍼런스는 How Now라는 슬로건 아래 지속가능성을 위해 브랜드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유니레버, 아디다스, BASF, 막스 앤 스펜서 등의 브랜드들과 함께 Guardian Sustainable Business, Forum for the future 등의 비영리단체, 그리고 환경 관련 스타트업 등이 참여했다. 이 세션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지난주에 있었는데,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코즈(Cause) 제품을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이번 컨퍼런스 발제 중 흥미로웠던 것은, 소비자들의 변화에 대해 기업에서 통계로 이를 증명 한 것이었다.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의 Global VP는 2014 BCG 자료를 인용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성 브랜드가 FMCG 성장의 68%을 일으켰으며, 이 현상은 소비자 구매 행동 프로세스에서 태도와 행동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유니레버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들이 2014년 성장의 절반을 이끌어냈으며, 이것은 동종 업계의 다른 브랜드들보다 두 배 높은 성장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도브는 압축 스프레이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보다 50% 작은 사이즈의 여성용 데오도란트 캔을 개발해, 사용량은 이전과 동일하면서 캔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양은 25% 정도 절감했다고 보고했다. 그 결과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사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어, 유럽 시장에서 데오도란트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도브의 압축 데오도란트 스프레이를 선택했다고 보고 했다. 바세린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3% 줄여주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1년에 113톤의 합성수지 사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이행 하는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런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하는 소비자들도 증가 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제품과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더 많은 아이디어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지속가능성 제품의 생산이나 유통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에 나온 브랜드 중 이런 전략이 가능할 것 같은 브랜드가 바로 아디다스였다. 아디다스는 심해에 불법으로 버려진, 72㎞의 어망과 해양쓰레기 플라스틱을 활용해 예쁘고 멋진 운동화를 만들었는데, 이 운동화 밑창은 해양에 버려진 폐어망을 분해한 원료를 주입한 3D 프린터로 찍어낸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 역시 원료만 제공받는다면, 3D 프린터를 활용해 운동화 밑창을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3D 프린터로 밑창을 제작한 운동화를 싣는 기분은 어떨까? 만약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페이스북은 이들이 만든 아디다스 운동화 사진으로 도배될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는 소비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의 그것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인사이트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사회적 코즈(Cause)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니 설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들이 정말로 자신의 차별화 소재로 코즈(Cause)를 활용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도 코즈(Cause)에 동참하기가 쉬워진다. 아무리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 종이컵을 쓰지 말자는 캠페인을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늘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만약 종이컵 대신에 머그컵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다면, 우리가 굳이 지구의 환경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단 그 머그컵은 너무 예뻐서,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그런 머그컵이어야 한다. 그리고 환경보호 메시지가 그 머그컵을 구매한 이유가 되어 준다면, 종이컵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보다 더 효과적으로 종이컵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코즈(Cause) 캠페인에 직관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