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에 미분양 많았죠. 지금은 없어요. 정부청사 인근 생활권도 많이 좋아졌어요. 버스가 20분에 한 대씩 다녀서 그렇지….” (세종시 가재마을 단지 인근 공인업소 관계자)
“주위에 생활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한 부분이 있죠. 편의점, 커피점, 영화관도 주변에 없어서 답답하구요. 피자 배달도 가끔 시키는데 40분 이상 걸려요.”(세종시 가락마을 단지 A 주민)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미분양 아파트가 최근 8개월간 제로 상태다. 지난 3월 미분양 아파트 ‘0’를 기록한 이후 10월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호황세다.
사실 세종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꽤 있었다. 2014년 7월 미분양은 1344가구로 지역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양률 100%, 미분양 제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분양 물량(1만3625)보다 올해 공급량(1만5098)이 더 늘었는데도.
세종시 3.3㎡당 아파트 분양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47만원이었던 3.3㎡당 평균 분양가가 2분기에는 859만원으로 상승했고, 3·4분기에는 89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용 84㎡로 가정하면, 올 초 2억8798만원하던 아파트가 하반기에는 3억260억이 된 셈이다.
이는 정부 행정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하고, 생활 인프라가 속속 들어서면서 인구유입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시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올해 2만4561건을 기록한 만큼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상전벽해’ 발전… 문화 여가 및 생활 편의시설은 아직 ‘부족’
지난 13일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50분 걸려 오송역에 도착했다. 이후 간선급행버스(BRT)를 이용해 세종정부 청사로 이동하는데 창밖으로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가 보인다. 지난 2012년 12월, 중앙청사 공무원들이 첫 이삿짐을 싸기 시작했었을 때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는데 3년이 지난 현재는 도시 구석구석에 기반시설이 개선되면서 여느 신도시 못지 않는 생기있는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더욱이 오후 늦게까지 아파트 불빛이 사라지지 않아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시는 올해 말까지 3단계에 걸친 도시 개발 중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다. 아직 개발과정이어서 입주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지난 9월 입주한 가락마을 단지 A씨는 “근처에 초·중·고등학교가 있어 교육시설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생활 여건은 아직 불편하다”며 “대형마트를 가려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고, 근처 편의점과 커피숍도 없어서 집에서 믹스커피를 타먹는다. 심지어 치킨이나 피자 배달이 안 되는 곳이 더러 있다”고 하소연했다.
생활 인프라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신도시가 앓고 있는 문제처럼 입주민들의 수요를 감당할만한 생활기반시설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 기자가 생수를 사려고 정부 청사 인근 편의점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자판기 한 대도 볼 수 없었고, 생활여건이 불편한 건 확실한 듯하다.
서울 세종고속도로 ‘호재’ …세종시 빨대효과 부추긴다?
올 한해 세종 행복도시 분양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6월 세종시 2-1생활권에서 모델하우스를 동시오픈한 한신휴플러스·제일풍경채(P1구역, 총 2510가구)는 평균 9.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계약도 일주일 만에 완판했다. 이어 ‘세종시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도 평균 38.21대1로 1순위 마감하고 4일 만에 100% 계약률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행복도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2025년 개통) 호재까지 겹쳤다. 지난달 발표된 서울~세종시 간 고속도로 건설 계획은 총 연장 129㎞(6차로)로 ,경기 구리시에서 세종시 장군면까지 연결된다. 이에 도로가 지나는 곳인 서울 강동구~경기 구리~하남~성남~광주~용인~안성~충남 천안~세종시가 수혜지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고속도로의 종착지인 세종시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종시는 지난 2014년 3단계 이전을 통해 다수의 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 근무자 1만5000여 명이 이전하는 등 호재가 계속됐지만 공급과잉과 충청권이라는 지리적 부담으로 실수요자들보다 투자자들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70분만에 갈 수 있게 된다. 1시간 가까이 시간을 단축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종시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세종으로의 인구와 방문객 유입이 대거 늘어 부동산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세종간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오히려 주거지는 수도권에 두고,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충청권 인구만 빨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예상 말이다. 실제로 부동산 114가 세종시 전입비율을 살펴본 결과 충청권 유입인구가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세종시의 빨대효과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은 대전,청주,공주 등으로 충청권 주택시장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세종시 상가 분양가 조정 추세”
세종시의 아파트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지금은 한계가 있지만 3단계 개발이 완성되면, 수도권 젊은층이 내려갈 것”이라며 “대전 이주 수요와 수도권 실요자가 합해지면서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피스 및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 전망도 대체로 괜찮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 정보원 이사는 “청사나 교육청, 시청 중심으로 상가가 활기를 띄고 있으며, 세종시는 자족기능 환경도 충분히 있어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지난해 초 까지만해도 BRT인근 상가가 서울 신림역과 비슷한 시세까지 치솟아 거품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 가격조정이 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