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통합바이러스연구회 회장.

잠을 못 잔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잠을 못 자는 것은 밥을 안 먹는 것 못지않게 건강을 해쳐 살이 빠지기도 한다. 우리가 잠을 잔다는 것은 생리적 현상이지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낮 동안에 작동하는 호르몬이 있고, 밤 사이에 작동하는 호르몬도 있다. 충분한 수면을 통한 성장촉진 호르몬이나 멜라토닌 같은 면역증진 호르몬 등은 밤에 작동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밤 12시께 잠을 안 자면 키가 안 크고, 밤과 낮을 바꿔 활동하는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이 2배 높다고 한다.

만약 밤에 잠을 못 자면 몸에는 피로와 유해물질이 쌓이고, 신체에 다양한 염증 증상이나 면역체계에 이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스트레스 누적으로 자연스레 신경이 예민해지고, 또 쉽게 우울해질 수 있는 데다 심하면 낮에 환상이나 착각에 시달리게 된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양생(養生) 편’에는 낮에 활동을 많이 하고, 해가 떨어지면 잠을 충분히 잘 것을 권한다. 낮에 양기를 쌓고, 밤에 숙면을 통해 음기를 쌓아야 건강해진다. 따라서 해가 짧은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태음(太陰)인은 ‘올빼미형’으로 음기가 많아 밤만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그러다 보니 음(陰)을 즐겨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고 아침엔 못 일어난다. 그리곤 아침에는 정신이 몽롱하니 오전에 시험을 보러 가면 공부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태음인들은 미련스럽게 공부는 하지만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중년이 되어 직장을 다니게 되면 낮에는 업무를 대충 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저녁마다 회식을 기다리며, 밤새 술집을 몇 차를 돌아 집에 오고는 아침에 못 일어나니 지각이나 결석을 하기 일쑤다. 업무 능률 면에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일은 오래 하지만 성과가 오르지 않는 원인이 된다.

소음(少陰)인도 밤만 되면 조용하고 깜깜한 분위기가 좋아 깜깜한 밤하늘의 달만 바라보아도 좋다. 조용한 가운데 음악을 들으면 집중도 잘 되고, 게다가 술을 한 잔 마시게 되면 더 센티멘털해져 저절로 시상(詩想)이 떠오르고, 공상에 빠져 밤이 새는 줄을 모른다.

반면 소양(少陽)인은 ‘종달새형’으로 초저녁만 되면 벌써 음기가 모자라 졸기 시작한다. 회식자리에서도 남들은 노래방서 한참 즐기고 있는데 자리에 앉아서도 졸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심해져 TV에 9시 뉴스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게 된다. 문제는 전날 일찍 잤으니 다음날 일찍 새벽 5시부터 설치니 다른 가족들이나 부하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이처럼 체질에 따라 밤낮의 활동이 다르니 파트너끼리 서로 간섭하면 짜증이 나고, 같으면 둘이 취미가 맞으니 파트너와 오순도순 밤을 잘 즐긴다. 물론 각기 다른 바이오리듬을 이용하여 밤낮으로 해야 할 일을 서로 나누어 바통 터치를 하면 오히려 활동을 더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런 잘못된 리듬을 깨는 방법은 체질에 따라 다르다. 태음인은 저녁에 좀 격하게 운동하여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지친 몸이 자연스럽게 일찍 잠에 들게 하고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으니 성적이나 능률을 높일 수도 있다.

소음인은 무엇보다 저녁을 배불리 먹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죽 정도로 위(胃)에 부담을 줄여줘야 하고, 저녁 먹고 나서 소화가 안 되면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으로 어느 정도는 소화를 시킨 뒤에야 깊은 잠을 잘 수가 있다.

소양인은 초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무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고 리듬이 깨져서 피곤해지므로, 잠이 안 오는 경우 열을 식히는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가 좋고, 음허화동증(陰虛火動症, 음기의 일시적 부족으로 몸에 병리현상으로 화가 생기는 증상) 환자는 부부관계를 가져야만 잠을 잘 수가 있다.

잠을 몇 시간 동안 자느냐보다 수면의 질이 중요하니, 아주 깊은 잠을 4시간만 자고도 충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잠을 못 잔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잠이 안 오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또 상추를 많이 먹으면 좋고, 반신욕도 많은 도움이 되며 기공(氣功)으로는 ‘방송공’(放鬆功, 온몸을 느슨하게 이완시키고 기를 움직여 노폐물을 손끝과 발끝을 통해 체외로 배출시키는 기공법)을 수련하면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