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라 하면 묘한 상상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성병’을 많이 치료하던 예전부터 시작됐다. 사회문화가 개방된 요즘도 비뇨기과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한 이유는 ‘섹스’와 ‘오줌’이라는 ‘은밀한’ 문제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비뇨기과는 하나의 통로로 된 오줌길을 다루는 의학으로 특성상 의료 장비의 활용이 보편화돼 최근 로봇 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최신 기술을 시행하고 있는 최첨단 분야다.

그런데 현대의학에서도 첨단을 달리는 이 비뇨기과에서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참으로 묘하고 까다로운 질환이 하나 있다. 만성전립선염으로 알려져 있는 만성골반통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만성골반통증후군이라고 설명을 하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골반통이라구요?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무슨 골반통인가요?”

사실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골반통은 대부분 자궁과 관련이 있지만 남성 골반통증후군의 중심에는 전립선이 있다. 만성전립선염은 현대 남성의 절반이 평생 한번은 증상을 겪을 정도로 남성들의 숙명적인 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쉽게 치유가 되지 않아 일상 생활에 불편을 주는 질환이기도 하다.

의학적으로는 감염 질환에 분류되지만 세균성이 아닌 원인이 대부분으로 나이, 교육, 경제 상태와 결혼 유무, 여가 활동, 성생활 습관, 정신·신경학적 장애 등이 관계가 있다. ‘증후군(症候群)’이란 용어는 의학에서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여러 증상들이 함께 나타날 때 주로 사용한다. 만성골반통증후군도 다양한 증상을 볼 수 있는데 통증을 주 증상으로 배뇨 장애, 성기능 장애들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증후군이다.

30~50대 남성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만성전립선염의 위험 요인은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해 전립선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립선 주위의 골반 근육이 수축해 증상이 유발된다.

이때 통증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몇 개월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골반 주변, 즉 회음부나 치골상부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성기나 허리 아래, 허벅지가 아프기도 하고 사정할 때 아프기도 한다. 또 통증의 정도도 못 참을 정도로 격렬할 때도 있다.

이러한 육체적인 불편함과 함께 정신적인 문제가 동반되는데 대부분 불안감과 우울증 같은 증세가 보이기도 한다. 매사에 의욕이 없어져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스스로의 자긍심도 많이 떨어지게 된다.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과 생활의 불편함,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질환으로 어디 가서 쉽게 얘기하기 곤란해서 혼자서 끙끙 앓거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한다.

만성골반통증후군은 생활의 병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의 교정이 필요하다. 가급적 과음하지 말고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 규칙적으로 일어나 골반의 긴장을 풀어주고 따뜻한 물을 이용한 온수 좌욕을 하면 도움이 된다.

심봉석 이화의대 비뇨기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의학박사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
대한비뇨기과학회 수련이사
대한영양임상의학회 홍보이사
대한전립선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