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션블루 홍제훈 대표. 사진: 박재성

어렸을 때 추억이지만 아직도 기억에서 만큼은 생생하다. 천방지축으로 불리던 아이가 호기심 가득 찬 눈빛과 진지한 모습으로 임했던 유일한 시간은 아빠와 함께 레고 블록을 쌓을 때였다. 그때의 추억과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일까. 어린이들의 놀이로만 여겨지던 블록과 같은 장난감이 최근 들어 ‘키덜트(Kidult, Kid+Adult의 합성어)’까지 주요 고객으로 가세하면서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였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대했던 블록이 이제는 추억이지만, 사실 성인이 된 지금도 블록 쌓기는 즐겁다. 그러나 어른의 시각에서 다시 블록을 보니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대부분 블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레고는 1932년 덴마크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왜 우리 아이들이 수십 년 동안 해외에서 만든 제품으로 놀이를 해야만 할까’라는 물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올해 그 생각을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 나왔다. 모션블루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융복합형 스마트 창의교구를 시장에 본격 출시하면서, 이제는 ‘토종 블록’으로 우리 아이가 놀이와 접목한 창의력을 기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레고에 대적할 토종 블록 ‘모블로’ 탄생기

모블로는 모바일과 스마트 블록을 이용한 사물인터넷 기반의 융복합 제품으로, 세계 최초로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플레이하는 신개념 창의교구다. 이 제품은 아이들의 인지력, 기억력, 집중력 등의 향상과 사회성 및 협동심 함양에 도움을 주는 등 교육적 효과를 가진 스마트 전자블록이다.

홍제훈 모션블루 대표는 “모블로는 블록을 꽂는 물리적인 행동을 통해 가상현실에 그와 동일한 모형이 만들어지도록 설계된 ‘현실과 가상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라며, “어린이들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인 ‘블록’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가 결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블로 개발 시작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제품은 블록을 쌓을 수 없는 보드게임 형태로 만들었다. 그런데 홍 대표가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니 아이들에게 블록 놀이라고 하면 쌓는 것이 익숙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홍 대표는 2년 간 만들었던 콘텐츠 하드웨어를 과감하게 버리기로 결심했다.

“힘든 결정이었죠. 첫 시작 2년 후에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거니까요. 기존 블록의 경우 옆으로 이어가는 게 전부였는데, 쌓기를 시작하면서 선형적인 형태에서 입체와 평면을 넘는 다양한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입체적으로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블록 교구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사실 레고나 디즈니 등에서도 이미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모블로의 차별점일까. 홍 대표는 “실시간으로 3차원이 만들어지거나 블록에 불빛이 나고 모터도 돌고, 화면에서는 이모티콘이 터치 하나로 움직이고 단어 등도 알려준다”면서 “그런 모든 활동이 한 번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홍제훈 모션블루 대표이사가 토종블록 장난감 '모블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재성

“전 세계서 통할까?” 홍콩 완구 박람회에서 독일 초청까지

홍 대표는 모블로가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궁금했다. 이에 지난해 홍콩 완구 박람회에 나가 유럽과 중동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관련 기술을 시연했다.

“많은 바이어들로부터 독특하고 시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였죠. 당시 모블로 기술 시연을 인상적으로 봤던 독일 바이어가 세계적인 완구 박람회인 ‘독일 뉘른베르크 박람회’에 초청을 해 독일까지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독일 전시회에서는 많은 원목교구인 완구를 구경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제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당시 홍 대표는 독일이면 선진국인데 왜 스마트 제품이 없는지 좀 의아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아날로그 교육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하더라고요. 현지 바이어들에 따르면 아날로그에 익숙한 문화라 디지털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모블로는 손으로 하는 아날로그 활동과 디지털이 접목되어 있으니 ‘경쟁력이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홍 대표는 모블로가 아이들 창의력을 위한 교구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첫 개발단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학교 자문단을 구성,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정기적으로 모시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그 결과 디지털 콘텐츠 부분에서도 다양화를 꾀할 수 있었고, 모블로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감정을 지녔다.

아울러 모블로를 이용하는 교사들도 융합 교육이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커리큘럼이 최종본 완성 단계에 있다.

“예를들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영어 단어를 가르칠 때 사용할 수 있고, 수학 역시 모블로를 이용해 숫자 놀이가 가능하죠. 과학이나 사회, 역사 과목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모블로의 특징입니다. 특히 놀이와 수업이 접목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를 쉽게 유발할 수 있고, 배우는 재미를 제공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죠.”

아이·키덜트·치매노인도 함께할 수 있는 ‘블록 놀이’ 꿈꾼다

홍제훈 대표는 이제는 하드웨어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아이디어만 입히면 블록으로 할 수 있는 놀이와 공부는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또 콘텐츠가 풍성해지면 노인이나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 수렴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모블로 하나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능하고 특별한 날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음악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무한대라고 홍 대표는 자신했다.

“실버산업은 아직 아이디어 단계죠. 현재 치매 노인을 위한 콘텐츠라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아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 뿐이에요. 향후 다양한 콘텐츠와의 융합이 가능한 모블로를 이용해 의료진과의 협업으로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입니다.”

모션블루는 해외 진출도 중비 중에 있다. 현재 미국 LA에 지사를 만들었고, 중국에서는 특허와 상표권 출원 중이다. 홍 대표는 모블로 제품에 대해 자신감이 있는 만큼 해외 반응을 기대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모블로’라는 토종 블록이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뻗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바람은 독일 시장에서 모블로를 알리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유명한 블록 제품이 알고 보니 한국산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자랑스러운 한국 제품이 독일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으로 시작해 미국, 중국을 이어 전 세계에 모블로를 알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