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셰프들이 쿡방에 출연해 자주 쓰는 단어가 있다. 바로 ‘킥(Kick)’이다. 이는 요리를 할 때 첨가되는 간단한 요소로 맛을 확 살리는 선택을 뜻한다. 킥이 들어가기 전과 후 요리의 맛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 출처= 올리브쇼 방송화면 캡쳐

재밌게도 이와 같은 킥은 요리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었다. 식품업체들에게도 이러한 ‘킥’들이 있었다. 순간의 판단과 선택에서 비롯된 킥들은 기업의 성공과 더불어 업계 전체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하나의 성공신화로 회자됐다.

이번에는 각 식품업계들의 절묘했던 신의 한 수, ‘킥’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오뚜기 진짬뽕 - ‘나이스 타이밍’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라면의 프리미엄화는 농심의 ‘짜왕’의 성공에서 비롯됐다. 이에 각 경쟁업체들은 뒤늦게 발동이 걸려 프리미엄 짜장 라면 신제품들을 연달아 출시했다. 물론 오뚜기에서도 ‘진짜장’을 내놓으며 흐름에 편승하는 듯 했으나, 이 시점에서 오뚜기는 기막힌 신제품 출시 타이밍으로 시장의 판도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 진짬뽕 CF 캡쳐화면.  출처=오뚜기

‘짜장’이 아닌 프리미엄 라면 아이템을 ‘짬뽕’으로 선택하고 라면 업체들 중 가장 먼저 프리미엄 짬뽕라면 제품을 출시했다. 그것이 '진짬뽕'이다. 여기에 '믿고보는 연기파 배우' 황정민을 CF모델로 내세우면서 광고 마케팅에도 힘을 실었다. 겨울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따뜻한 국물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면서 오뚜기 진짬뽕은 출시 50여일 만에 1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삼양 불닭볶음면 - 매니아들을 미치게 만든 ‘매운 맛’

매운 맛을 콘셉트로 내세워 시판되는 라면제품들은 우리나라사람들의 입맛에는 대개 ‘그렇게’ 맵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중적인 맛을 유지해야 제품이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내놓으면서 일반라면보다 몇 배는 더 매운 맛으로 시장의 틀을 과감하게 깼다. 이것 또한 ‘신의 한 수’ 였다.

▲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출시 초반에는 극도의 매운맛을 즐기는 일부 매니아 소비자들에게만 각광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진짜 그렇게 매운가?”라는 궁금증을 낳게 했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불닭볶음면이 극한의 고통에 대한 도전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됐다. 그러면서 인기는 급상승했다. 어떤 SNS 이용자들은 불닭볶음면을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맛보이면서 나타나는 반응을 재미있는 영상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해외로 수출된 불닭볶음면으로 삼양식품은 11월까지 총 1500만개가 수출하며 약 85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CJ제일제당 햇반 – 즉석밥=햇반 공식 

▲ 햇반 제품의 번천사. 출처=CJ제일제당 블로그

즉석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아직까지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런 가운데에도 유독 예외적으로 안전한 즉석식품으로 여겨지며 이제는 즉석밥의 상징과 같이 취급지는 제품이 있다. 바로 CJ제일제당의 ‘햇반’이다. 사실 지금과는 달리 햇반이 처음 공개됐던 당시에는 다른 즉석식품과 마찬가지로 ‘방부제가 다량 함유됐다’거나 ‘포장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은 꾸준하게 제품의 안전성을 개선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나갔다. 햇반은 1996년 첫 출시된 이래 2015년까지 약 13억 6000만개가 팔려나갔다.

오리온 착한 과자 프로젝트 - 국내산 과자 인식 바꾸다   

국내산 과자는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적고, 포장만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어떤 젊은이들은 봉지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로 과자 속에 들어있는 질소포장을 비꼬기도 했다. 자극을 받은 국내 제과업체들은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며 과자의 양을 늘리는 시도를 진행했다. 이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해태제과였다. 올해 초 해태제과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구운 양파’와 ‘구운 인절미’ 등 5개 제품을 약 25% 증량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못했다.

▲ 출처=오리온

방향성은 조금 달랐지만 오리온은 지난해 11월부터 '착한포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포장재를 개선해왔다. 오리온은 포장을 개선하면서 절약되는 비용으로 과자의 증량을 결정했고,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히트 상품부터 우선적으로 양을 늘렸다. 이것이 '착한과자 프로젝트'였다. ‘포카칩’은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양을 늘렸고, ‘초코파이’는 크기가 커졌다. 롯데제과도 ‘롯데 초코파이’와 ‘자일리톨껌’의 양을 늘리며 증량에 동참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해석되며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