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중에 홍분청아(紅粉靑蛾)라는 말이 있다. 붉은 연지와 분, 푸른 눈썹을 나타내는 말로 미인을 형용하는 말이다. 발그레하게 홍조를 띤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기 있고 발랄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 시도 때도 없이 발그레해지는 얼굴은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외모 콤플렉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요즘과 같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조금만 신경 써도 부끄러운 듯 붉어지는 얼굴 때문에 고민인 사람이 많다. 안면홍조 환자들이 그렇다.

안면홍조는 수축 기능을 상실한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혈관이 늘어나는 원인은 사춘기의 감정변화, 자외선, 피부질환, 알코올, 폐경기 등 다양하다. 혈관이 늘어났다가 오므라드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혈관수축 기능이 떨어지면서 안면홍조가 발생한다.

주로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는 초가을부터 겨울에 증세가 심하며, 자극이 심한 연고나 강한 스테로이드제 연고의 무분별한 남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에는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여름에도 안면홍조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면홍조가 있는 사람은 당황하거나 긴장했을 때,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났을 때,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을 때, 심한 운동을 한 뒤에 얼굴이 쉽게 붉어지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안면홍조는 방치하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가 필요하다. 혈관확장 증세가 오래 지속되면 피부에 혈관이 비쳐 거미줄처럼 보이는 모세혈관 확장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세혈관 확장증은 혈관이 과도하게 늘어난 상태로 피부를 항상 붉게 만든다. 안면홍조가 날씨나 기분 등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반면 모세혈관 확장증은 지속적으로 거미줄 형태의 가는 혈관이 육안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안면홍조와 같이 한 번 수축 기능을 상실한 피부 혈관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안면홍조 치료에는 혈관 레이저인 시너지 레이저와 옐로우 레이저 시술이 많이 이용되는데, 안면홍조의 원인이 되는 확장된 혈관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안면홍조 치료 후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온도 변화가 심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폐경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안면홍조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소 때문이므로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간혹 의사의 처방 없이 안면홍조를 개선하고자 연고제를 바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피부염 치료제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호르몬제가 섞여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일시적으로 얼굴이 하얗게 되고 화장도 잘 되어 안면홍조가 나아진 것 같지만, 장기적인 사용은 피부를 얇아지게 하고 혈관벽을 약하게 만들어, 모세혈관 확장증과 안면홍조증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따라서 전문의 처방전 없이 연고제를 함부로 바르는 것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