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개 남짓이었던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4000개를 넘어선 지 오래다. 브랜드 수가 늘어나면서 부실 프랜차이즈 기업도 덩달아 늘고 있다.

요즘은 바이럴(Viral) 마케팅 파워가 막강해서 개인 점포도 파워 블로거의 도움을 받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마케팅에 조금만 신경 쓰면, 웬만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SNS 마케팅을 활용해서 브랜드를 띄우고 소문을 낸 다음 발 빠르게 가맹사업을 전개하는 사업자들이 많다.

기업가라면 누구나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기업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타인 자본을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자칫 예비 창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A 사는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뒤 급성장했다. A 사에서 전개했던 외식업은 당시 유명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빠른 속도로 바이럴 광고 효과를 얻었다. 매장 매출이 급신장하자 가맹점 개설 문의가 이어졌다. 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40여개 가까운 가맹점들을 출점시켰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본점을 비롯해 가맹점들의 매출이 평균 30~40% 이상 급락했다. A 사의 가맹점을 하고 있는 김 모 씨는 “맛이나 기본이 탄탄해서가 아니라 TV의 맛집 프로그램과 파워 블로거들이 작전을 펴듯이 띄운 브랜드였다. 그걸 모르고 창업했다. 선택을 잘못한 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A 사가 가맹점 매출 급락은 아랑곳 않고 그 사업의 수명이 끝났다고 판단해 새로운 신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매출이 떨어진 가맹점들은 ‘끈 떨어진 짚신’ 신세가 됐다.

박 모 씨도 신생 브랜드에게 피해를 당한 사례다. 박 씨는 최근 몇 년간 창업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한 브랜드를 모방해 신규사업을 선보인 B사의 가맹점주다. 창업 초기에는 파워 블로거와 TV 프로그램의 힘으로 가맹점들의 매출이 만족스러웠다. 박 씨도 창업 초기 165㎡(50평) 매장에서 월 6000만원대 이상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그런 만족은 오래 가지 않았다. 7개월 뒤부터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익 맞추기도 어려운 마당에 본사는 물류회사를 변경하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점주들이 항의하자 본사에서는 기간을 한시적으로 두고 가맹점들의 외부물품 사입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물류회사가 공급하는 제품에 계속 하자가 발생하자 기간이 지난 뒤에도 가맹점들의 외부 사입이 계속됐다. 어느 날 가맹본사는 해당 가맹점들에게 해지통보를 보냈다. 박 씨는 계약당시 정보공개서를 받은 적도 없고, 가맹계약자가 구두로 높은 매출을 확약했다고 말한다. 지금도 가맹점과 본사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가맹본부의 지원으로 창업이나 운영이 손쉽다는 이유로 초보창업자들에게는 프랜차이즈를 통한 창업 방식이 선호된다. 그러나 믿고 창업했던 프랜차이즈 본사가 해당 사업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든지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든지, 심지어 최근의 바이럴 마케팅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이용해 사기적인 방식으로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면 그 피해는 창업자들에게만 간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면 정보공개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가맹거래사업에 관한 법률이 버젓이 있는데도 홈페이지는커녕 정보공개서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가맹점을 수십 개, 심지어 수백 개씩 모집한다면 법은 있으나마나 한 게 아닌가.

더 재미있는 것은 사업연한이 10년, 20년 이상 되어 브랜드 파워가 있고 시스템이 안정된 회사나, 가맹점 지원 시스템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신생 프랜차이즈 브랜드나 예비 창업자가가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비슷하다는 점이다. 가격이란 품질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지금 창업시장에서는 품질과 무관한 가격책정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산업도 성숙기를 맞았다. 늙어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 사업자의 경영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특별한 혁신 아이템이라고 해서 프래차이즈 기업이 갖춰야 하는 기본에서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 창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템이 혁신적이라고 해서 묻지마 창업을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