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7일. 한국증시가 발칵 뒤집혔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코스피지수 892.16P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다. 일부에선 700P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투자자들은 손절매를 감행해서라도 손실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2011년 4월 27일. 코스피지수 2231.47P.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증권사는 3000P시대가 멀지않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투자자들은 현금이 생기면 증시에 몽땅 투자하기 위해 종목 선택에 여념이 없다.

불과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식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이 바뀐 게 말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기업들이 몸을 낮췄지만 예나 지금이나 분위기는 별반 다를 게 없다. 달라진 것은 투자자의 심리다. 증시가 기업 매출 상승에 힘입어 설득당한 것이다. 자동차, 화학, 정보통신 주가 설득의 주인공. 차·화·정으로 불리며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지갑을 열었다.

신재생에너지 관심 고조도 호재


하반기 증시도 상반기와 비슷한 모습과 흡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구범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하반기 증시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와 주가의 방향성 관점에서 지수 전망이 밝다는 게 이유다.

“OECD 한국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면 지수도 덩달아 상승한다. 증시는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데 1992년부터 현재까지 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하반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국내 경기는 실제 3월을 기점으로 OECD 한국경기선행지수의 반등에 성공했다(표-1 참조 ). 경기의 바닥을 확인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대로라면 경기활성화에 힘입어 기업들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화학주의 랠리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시장 설득의 주역인 화학주의 흐름에 따라 분위기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기업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게 없다면 방향성을 잃기 때문이다.

“하반기 증시에서 화학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주가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연간 이익 증가로 보면 기대감은 충분하다. 일본 지진 사태 이후 원자력에 대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어갈 전망이다. 특히 화학업체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좋아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화학주 랠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LG화학의 경우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주’라고까지 말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화학업종에 대해 하반기 업황 반등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2분기 들어 유가 급락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과 중국의 긴축 정책으로 인한 제품 수요 위축 등으로 업황이 둔화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화학 시황이 재차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과 일본의 전력 부족 및 대만 업체들의 화재와 정기 보수 등으로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황 둔화 국면에서 주요 화학업체들의 높은 이익 방어력을 확인했고, 하반기 시황 개선 기대감 등 을 감안할 때 주도주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금호석화 눈여겨볼 만

화학주의 매력은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다. 매출 증가란 점도 눈에 띄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은 주가 상승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글로벌 트렌드인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EO들이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 화학업체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업체별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이해가 빠르다.

LG화학은 타 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실적과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 고수익을 거두고 있고, IT· 2차 전지·정보전자 편광판 사업도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3위권 안에 속했다. 특히 2차전지 부문에선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현안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시를 받은 LG화학 경영진이 2차전지 사업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정한 뒤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그린에너지 시대를 예상, 2차 전지 크기의 최소화에 노력했고, 남들 보다 먼저 뛰어든 덕에 각종 보조금을 확보해 국내외 생산 설비 시설 확장에 투자했다.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미국 공장 기공식에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직접 방문, 세계 최고 기업의 면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실적으로 봤을 때 성과는 확연히 드러난다.

LG화학은 GM, 포드, 현대차 등 10여 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2차전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재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과 실질적인 납품 계약을 맺고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한 업체는 LG화학이 유일하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 부문인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사업을 바탕으로 정밀화학, 전자화학, 에너지, 건자재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액 20조, 세계 1등 상품 20개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첫 단추는 꿰어졌다. 세계 1위인 합성고무 생산 능력을 늘려 보다 확실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올해 2월, 금호석유화학은 3번째 합성고무 공장인 여수고무 제2공장 준공과 동시에 연간 12만t 부타디엔고무(BR) 추가 생산에 돌입했다. 여수고무 제2공장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은 세계 1위의 생산 능력과 생산성 증가로 이어졌다.

또 금호석유화학은 타이어 라벨링 제도에 대응하기로 했다. 타이어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 주도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차세대 합성고무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생산능력을 연간 2만4000t에서 8만4000t으로 3.5배 확대할 예정이다.

타이어 라벨링 제도는 자동차 연비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2012년 11월부터 EU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한 환경 규제 중 하나로 이후 북미, 일본, 한국 등의 국가도 단계적으로 도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일련의 합성 고무 생산 증설로 연간 8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 능력 확대와 발맞춰 필리핀 JGSPC社와 부타디엔 플랜트 건설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중장기적 인 차원에서 합성고무 원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가 경쟁력

SK이노베이션은 사업 분할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정유사업과 동시에 대체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에서다. 석화업계 중 유일하게 석유 개발에서 원유 정제, 제품 생산 및 수송, 판매에 이어지는 석유사업 분야의 밸류체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미래의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의 감소로,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분할시켜 장점만 살려낸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석유, 화학, 윤활유, 자원개발과 첨단 에너지 기술에 이르기까지 각 사업 영역에 최적화된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사업 분할을 택했다”고 했다. 남들보다 앞서 준비하지 않고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를 시작으로,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 사업 분야에 따른 분할을 통해 4개사 체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석유 사업자인 동시에 세계적 트레이딩 업체인 SK종합화학은 중국 시장 공략을 통한 아시아 최고 화학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얘기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래를 대비해 내수가 아닌 해외수출형 구조의 사업모델에 기대감이 크다. 싱가포르 중심의 트레이딩을 통한 체계적인 제품 수출 포트폴리오 구축했고, 오래 전부터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성장에 주목, 시장개척에 나섰던 것이 주요했다.

역대 최고 실적 기록 업체 속출

한화케미칼과 SKC는 역대 최고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들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대비 분기별 실적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양광 부문 쪽에 대한 관심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일례로 한화케미칼의 사명은 당초 한화석유화학. 홍기준 사장은 회사의 사명을 바꾸며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보다 타 분야 사업군에 관심을 갖고 있다.

태양광 분야 세계 1등 기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경영전략을 이쪽에 맞췄다. 해당 분야의 성과도 나오고 있는 상황. 지난해부터 태양광 분야에서 본격적인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또 태양광 사업 규모를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모듈까지로 확대해 밸류체인의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고, 사업을 글로벌화 시키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특히 태양광 모듈 부문에서 세계 4위 규모인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인수했다. 한화케미칼은 202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및 태양모듈 생산 규모를 4GW까지 증설, 세계 1위의 태양광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C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4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택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중국 환경 규제에 따른 프로필렌옥사이드(PO) 생산 감소 및 일본 대지진 때문에 PO 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KC 광학용 필름 생산 능력은 지난해 2만5000t에서 오는 2013년 10만3000t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SKC의 태양광 필름 매출액이 지난해 1000억원에서 오는 2013년 57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美 경기둔화 국내 영향력 미미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6월말 추가 양적 완화를 종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이사회(FRB)는 3분기 추가 양적 완화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경제지표는 부진하다. 다우지수는 6주 이상 하락하며 우려감을 키웠다. 다우지수의 하락은 코스피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해 크게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고율 하락 국면에서도 심각한 침체는 없다는 게 이유다. 일시적 부진으로 하반기엔 상승세를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재고율 하락에도 제조업의 경우 경기 위축 국면에 접어들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6주간 하락했다고 하지만 폭은 6%에 불과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달 평균 1%정도 떨어진 것으로 하락보다는 조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