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이른바 ‘(향후) 시나리오’라는 걸 만들어 미리 전개될 상황들을 예측해 대응하라 하더군요. 근데 실제로 해보니 이게 참 힘들더라고요. 시나리오라고 해서 만들어 놓으면 현장은 다르게 돌아가고 말이죠. 위기 시나리오를 좀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시나리오입니다. 여러 전문가들도 위기 시나리오에 대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하는데요.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위기 시나리오 개발 방식을 간단하게 알려드리죠.

먼저, 위기관리팀을 구성하세요. 물론 위기관리팀에는 일정 기간 현업에서 뼈가 굵은 여러 부서 리더들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일부 위기관리팀을 대리나 과장급으로 구성하는 곳도 있는데요. 이 방식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각 부서장들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쭉 나열해 들여다보는 작업이 두 번째 작업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 OO일보 사회면에 대문짝만하게 우리 회사와 관련한 부정기사가 났다고 치죠. 이 기사를 위기관리팀이 함께 분석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각 부서는 여러 향후 전개 상황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를 본 공정위에서 좀 민감하게 볼 듯합니다.”, “다른 언론사에서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전화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건 법적으로 별로 문제없는 사안인데요. 조사가 들어와도 소명할 근거들이 있습니다.”, “거래처에서 이걸 가지고 문제 삼지는 않을까? 고객들은 어떻게 반응을 할까?”, “직원들 간의 분위기는 이 기사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향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작업이 위기관리팀 내 담당자가 미팅에서 취합된 여러 이해관계자 입장들을 통합 정리해보는 것이죠. A라는 이해관계자가 예상을 벗어나 개입하지 않는 경우, 예상대로 개입해오는 경우, 예상 수준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개입해오는 경우. 이렇게 개입 수준에 따라서도 변수를 각각 두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상황 하나가 몰고 올 여러 이해관계자의 향후 입장 변화와 차이와 개입 수준이 한눈에 펼쳐지게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 변화와 개입 수준이 어떻게 다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개입 수준에 영향을 줄지 ‘연결하여’ 예상해보는 작업입니다. 사회 안에서 존재하는 이해관계자들은 각자 다른 사일로(Silo)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은 고객과 정부를 자극하고 국회를 움직입니다. 화난 NGO들은 다시 언론을 자극하죠. 국회는 NGO와 연합하거나 경쟁합니다.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NGO에 의해 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은 상호 영향을 끼치며 세력을 성장 또는 소멸시키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상호 연계성 분석은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마련된 시나리오에서 경영진들은 이 이해관계자들과 이 시점에서 이런 방식으로 1차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전략적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에는 이런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시점에서 이런 방식으로 더욱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끼쳐올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됩니다. 즉, 의사결정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위기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지닙니다. 또한 효과적으로 위기상황을 통제하고 예측한 상황에 이르도록 관리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가장 좋은 위기 시나리오는 알기 쉽고 모두가 공감하는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공학적으로 모든 경우의 수들을 복잡하게 품고 있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수많은 변수들의 집합인 형태입니다.

혼돈(chaos)을 관리하려고 만드는 위기 시나리오가 ‘혼돈(Chaos)’ 그 자체가 된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상황의 전개 방향, 전개 상황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과 예상되는 개입 방식과 수준, 상호 간의 영향력 구도 등을 감안하면 그 작업은 좀 더 쉽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위기 시나리오보다 강력한 의사결정 지원 체계는 바로 ‘기업의 원칙과 철학’입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임직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회사의 원칙과 철학이 쓰여 있는 액자를 바라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액자에 이미 위기관리의 답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