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칼바람에 따뜻한 커피 한 잔.

하루의 시작은 항상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눈 뜨자마자 커피부터 찾고, 아침마다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수많은 사람들.

 

세계 60억 인구의 절반 이상이 즐기는 커피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시는 가장 친숙한 음료다. 기호 식품에서 필수 식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건강식품으로 거론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커피장사들이 환호할 정도로 커피의 긍정적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건강을 위해 커피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루 3잔가량의 커피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률을 29% 낮추며, 간 건강 및 당뇨병 개선 효과와 더불어 사망 위험 또한 낮춰준다는 보고가 나온 후 커피는 기호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건강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다이어트 후 하루에 2~4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면 다시 살이 찌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여성 고객들에게 거의 폭발적인 반응이다.

또한 ‘장수에 도움이 된다’, ‘혈당수치를 낮춰준다’, 치매예방, 심장병 예방, 간 건강 향상, 간암예방, 당뇨병 예방...이 정도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한국의 커피역사는 약 120년 정도다. 1896년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고종황제가 처음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일반인들은 1902년 러시아 공사 웨베르(Karl. Waeber)의 처남의 처형인 손탁(Sontag)을 통해 전파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커피확산의 주역은 다름아닌 바로 다방이었다. 1910년경부터 일본인들에 의해 서울 명동, 충무로, 종로 등에서 하나둘씩 선보인 후 1927년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인 ‘카카듀’가 안국동 사거리부근에 오픈했었다. 프랑스 비밀아지트 이름을 딴 ‘카카듀’는 국내 최초의 영화감독으로 영화 ‘춘희’를 만든 이경손이 하와이출신 미인 아내 ‘미스현’과 함께 운영하던 곳으로 시인,화가,배우 등 문화예술인들이 주로 모였다고 한다. 또한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1910~1937)도 동거녀 ‘금홍’과 함께 1933년 종로에 다방 ‘제비’를 개업해 화제가 됐었다.

다방의 르네상스는 1970년대다. DJ(Disc Jockey)가 있는 음악다방이 다방문화를 선도했고, 1990년대에는 커피 전문점들이 고급화됐다. 특히 스타벅스(STARBUCKS)가 1999년 이대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상륙한 이후 토종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커피 체인점간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커피는 차(茶)대국 이웃 중국에서도 전도가 유망한 산업으로 꼽힌다. 중국인 라이프 스타일이 서구화되면서 커피 인구가 급증하자 네슬레 등 믹스 커피와 스타벅스 등 원두 체인 업체들이 뒤섞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도 가세해 점포 확장을 꾀하고 있다. 블랙홀 같은 중국이 관심을 가지면 세계는 요동친다. 커피 맛에 푹 빠진 중국은 향후 10년 안에 1조 위안(약 175조원)이 예상되고, 2030년도에는 그 시장 규모가 최대 3~4조 위안(약 525~70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등 업계에서는 커피대국으로 성장할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커피 시장의 규모는 약 5조 4000억원에 달한다. 끼니는 제대로 못 챙겨먹더라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커피 애호가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커피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집에서도 직접 카페 메뉴들을 즐기려는 홈카페족(族)까지 늘고 있다.

커피는 단일 음식 중에서 주당 소비빈도가 12.3회로 가장 높은 품목으로 나타났으며, 배추김치(11.8회), 쌀밥(7회) 보다도 더 자주 먹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조사기관이 커피소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92%의 소비자가 커피전문점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경기불황과 커피전문점 가격에 부담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族)이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싱글족 등 1인 가구의 증가, 추워지는 날씨, 언제든 원하는 커피를 즐기고 싶어하는 소비자 들이 늘어나면서 한동안 홈카페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홈카페족을 노린 마케팅도 급증하고 있다. 캡슐커피 시장의 급성장으로 대형 생활가전업체들도 부대효과를 노리고 관련 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고, 가구업체들도 홈카페족을 잡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두 집 걸러 한 집이 커피전문점이지만 점심시간이면 북적거리는 손님에 어딜 가나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한잔 1만2000원짜리 고가도 불티나게 팔리고, 300개점을 돌파하며 커피전문점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1,000원대 저가형 ‘빽다방’ 커피까지 인기가 높은 나라, 직장인 55.6%가 하루 3잔이상 커피를 마시는 나라, 그리고 홈카페족(族)까지 급증하는 나라.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그리고 커피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고감도 취향을 가진 홈카페족을 위해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업체가 또다른 신화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트렌드는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