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 온도 차이가 심하여 신체가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 부신피질 호르몬을 많이 소모해야 하는 계절이다. 아울러 누적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쌓이면 면역이 낮아지고 바이러스의 침입이 수월해진다. 마치 담장이 낮으면 도둑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과 같다.

바이러스는 인체의 목(인후, 咽喉)의 온도가 약 24℃일 때 활동하기 좋다고 한다. 따라서 봄과 가을에 인플루엔자가 만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으로 감기 증상이 간단히 외기(外氣)의 침입으로 폐질환에만 국한되면 ‘외한(外寒)’이라 하며, 상대적으로 내부의 생리조절 기능이 감퇴해 혈액, 신장, 간장 질환, 암 등에서도 감기와 유사한 증상들이 나타날 때는 ‘내한(內寒)’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감기(寒邪)는 코나 목 등의 상기도(上氣道)에 일반 바이러스가 감염돼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가래(水液) 등이 생기며 기침을 유발한다. 그러나 독감(熱化)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로 입이 마르고, 열이 나고, 몸이 으슬으슬 춥고 피곤하며, 팔다리가 쑤시며, 머리가 아프고, 폐렴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오기도 한다.

문제는 더러운 환경이나 도시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고 전철이나 버스, 비행기 같은 좁은 공간에서 접촉이나 침, 가래 같은 비말(飛沫)로 전염되는 세균이나 인플루엔자는 감염성을 갖고 있어 유행병처럼 전파될 수 있어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세균과 바이러스가 공기와 함께 코와 입으로 침입하여도 몸의 면역력이 강하면 이물질에 대항해 퇴각을 시킬 수 있는데, 몸이 약하면 점점 깊이 침입하여 다양한 증상과 합병증을 일으킨다.

마치 돼지고기 삼겹살의 단면에서 껍데기, 비계, 살코기는 표증(表證)으로, 내장은 리층(裏證)으로 구분되듯이 한의학에서는 피부, 기육(肌肉), 경락 순으로 외부의 병원균(外邪)이 내부 장기에까지 점차 침입해 병이 깊어지는 것으로 으슬으슬 추우며, 머리가 아프고 몸통이 아프고 팔다리가 쑤시며, 코가 막히는 증상이 나타난다.

속(裏)으로 들어가면 장부(腸部)에 영향을 미쳐 입이 마르고, 열이 심하고, 속이 미식거리며, 배가 아프고, 변비 또는 설사가 나고 정신마저 혼미하고 불안정해진다.

그러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먹는데 가벼운 감기인데도 기본으로 5~6가지의 감기 약제로 대부분 해열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심지어 부신피질 호르몬제제까지 그야말로 중병에 쓰이는 약으로 보인다.

‘감기약 먹으면 2주 가고, 약 안 먹으면 14일 걸린다’고 농담 삼아 얘기하는데 가능하면 참고 이겨내는 편이 몸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는 체질에 따라 감기 기운이 있으면 겉에 머물고 있는 기운을 쫒아내는 방법이 다르게 구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음인은 육체적 과로보다는 정신적인 고뇌로 감기가 잘 오며 겉(표)에 있는 한사(寒邪)를 겉으로 밀어내는 방법으로, 뜨거운 콩나물에 고춧가루를 풀어서 따끈따끈하게 먹고 가볍게 땀을 흘려 미열을 퇴각시키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고추의 매운 성분 캡사이신이 열을 피부로 발산시키고 가래와 같은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아울러 무기력해진 소화기능을 자극시켜야 ‘위장형 감기’를 치료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소양인은 열이 주로 반표반리(半表半裏)라 하여 중간층에 머물러 있는 한사와 열사가 겉으로 나오지도 않고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머물러만 있으니, 독한 양주나 소주를 조금 마시고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어 중간층의 열을 땀으로 빼내야 빨리 낫는다. 즉 중간층의 열을 일으켜 흔들어 추방해야 폐렴에 안 걸릴 수 있다.

태음인은 폐가 약하여 감기에 쉽게 걸리고 잘 낫기도 한다. 그러나 방치하면 모세기관지염, 천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열이 심하면 해열제를 써서 깊은 속(裏)의 열을 꺼서 소변으로 배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심하지 않으면 사우나에 가서 땀을 빼면 몸이 상쾌해진다. 태음인은 부지런히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면 흘릴수록 피로도 풀리고 몸도 가벼워진다.

이처럼 감기도 체질에 따라 다스리는 방법이 다르다. 마치 꿩을 참새 잡는 산탄총으로 쏴서는 화력이 약하여 못 잡기도 하지만 참새를 꿩 총으로 쏘면 먹을 것이 없이 훼손되는 것처럼, 감기의 증상이 가볍게 땀을 흘리게 하는 유화책으로 물리칠 것인지, 아니면 강력한 발표 해열 거담제 등을 써서 병원균을 공격할 것인지 한의사가 진맥하여 적당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감기를 빨리 치료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