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촌스러웠으나, 그 끝은 세련되리라.”

이는 인기 웹툰 <드레스코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낸 본격리얼 패션정보 만화이다. 작가는 작품을 연재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주위 사람들이 먼저 작가의 변화를 인지했고, 어느새 작가도 자신이 세련되어졌음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자기 자신을 가장 편안하게 드러내는 것이 옷을 잘 입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파악하고 아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첫 단추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초등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진로와 관련된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직업심리검사 도구를 많이 활용한다. 직업심리검사는 인지적, 정의적, 심동적 영역으로 나뉘어 시행되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성격유형 검사나 직업흥미 검사 등이 그 척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개 성격유형 검사로는 자신에게 편안한 옷을 알 수 있고, 직업흥미 검사로는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신이 가진 기질, 욕구, 역량과 핵심가치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과 조직을 찾는 과정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커리어(경력)를 전환할 때, 본질로 돌아가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미국 매세추세츠공과대학(MIT)의 심리학자이자 경영대 교수이며 ‘기업문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계적 석학 에드가 샤인(Edgar H. Schein)은 이러한 커리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는 한 개인의 사회적 자아들의 본질과 통합의 변화이지, 기본적인 성격구조나 심리적 방어유형의 변화는 아니라고 말했다. 본질적인 자아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개인의 삶에서 추구하는 우선순위와 가치가 가미되어 끊임없는 재창조의 과정과 실천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다.

오늘날 직장문화에서 전직(轉職)이나 이직(移職)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재직자의 평균 전직 횟수는 4.1회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비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성공적 커리어를 위해 이직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직장인 10명 중 7명인 71.4%(2015년)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한국 사회는 저성장시대를 맞이해 고용시장 불안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금은동흙 수저로 비유되는 이른바 ‘숟가락 계급론’까지 회자되면서, 사회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돼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금수저는 노력하지 않아도 성공하지만, 흙수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러한 사회 배경 속에 이제는 자의든, 타의든 이직과 전직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중장년층에 전문적 재취업, 창업지원서비스와 일련의 행정지원 서비스뿐 아니라 심리적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레일과 삼성, 포스코 같은 대기업에서도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라 불리는 다양한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생 2막, 나아가 인생 3막을 준비하는 데 성공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내외적 친밀감 증대를 위한 정체성 확립 등을 지원하며 종합적 커리어(경력) 재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구직활동의 내용이 불명확하고, 노력의 한계로 재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라는 옷을 입을 때 어떤 옷을 선택하기 이전에, 자신에게 맞는 옷감(직종, 직업 등)을 찾고, 그 속에 어떤 디자인(직무, 역할모델 등)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옷을 정하기 위해 광범위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생생한 사례를 찾고, 실제로 구체적인 시도가 있어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정할 수 있다. 이렇듯 자아성찰과 그에 맞는 미래 설계의 과정은 강물이 흐르듯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

‘내게 맞는 옷은 무엇일까?’라는 답을 구하기 이전에 ‘이 옷이 내가 입고 싶은 옷인가, 내게 편안한 옷인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이 바로 자신에게 맞는 옷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