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순우리말로 ‘매듭달’이라 한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달로, 북한에서는 12월이 되면 조직과 집단에서 주어진 과업을 평가받기 때문에 가장 부담스러운 달이라고 한다. 우리는 연말연시가 되면 다이어리에 일정을 표시해 두고 한창 약속잡기에 바쁘기 마련이다.

다사다난한 인간관계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시작보다 매듭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관계를 시작하는 것보다 유지, 성장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육아에서 아이를 안정시키고 감정적으로 유대관계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잠자기 10분 전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고 생각을 묻고 긴장이 완화된 상태에서 안아주고 배려해 주는 이 시간은 부모와 아이를 감정적으로 단단히 결속시키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젊은 나이 서른셋에 생을 마감한 중국 푸단(復旦)대학 교수 위지만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잡는 것’이 훨씬 값지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무작정 약속들을 술약속으로 잡기 전에 곁에 있는 이를 위한 ‘감정대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일명 ‘관계매듭 계획표’라고 이름 붙이겠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무심하게 가까운 이들을 위한 배려를 잊곤 한다. 가족이나 지인일수록, 가까운 직장동료일수록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담금질이 필요하다.

버킷리스트에는 상대방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언어와 비언어 전달전략을 간단히 작성하는 것이 좋은데, 전달 포인트와 더불어 주의할 점을 간단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본래 버킷리스트가 하고 싶은 항목들을 적는 것이었다면, 감정대화 버킷리스트에는 하고 싶은 말과 더불어 풀어야 할 오해, 관계들을 위한 대화방법을 찾아보는 것에 치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선물이나 쪽지, 문자 등 구체적인 방법과 더불어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말로써 감정전달을 잘 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목적’과 ‘해야 할 말의 핵심’이 분명해야 한다. 또한 표정과 몸짓 등이 하고자 하는 말과 잘 일치되는지를 신경 써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쑥스러움을 빙자하여 돌려 말하거나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오히려 안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항상 감정대화를 할 때는 (이야기할 구체적인 내용)과 더불어 그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 또한 상대가 느낄 예상되는 감정을 이야기한 뒤,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하겠다거나 이렇게 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을 간략히 말해야 한다. 자신의 실수에 대한 것일수록 더욱 신경 써서 말하고 상대로부터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좋다.

특히 자신이 조직 내 상하관계에서 혹은 가정에서 윗사람일 경우에는 아랫사람인 상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유하기보다는, 최대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은 장소에서 가벼운 농담 혹은 이야기로 던지듯 긴장을 풀고 먼저 대화를 시도해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부모나 상사 등 인정받고 싶은 대상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욱 대담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해보라’, ‘힘든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는 식의 말보다는 자신의 경험 또는 예화, 스토리를 통해 자연스레 문제를 끌어내고 편안한 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단순한 잡담이 되지 않도록 대화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원하는 바나 상대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도록 한다.

감정을 돈독히 하기 위한 매듭대화는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이나 한 달의 마지막 날 하는 것도 권장한다.

매듭달인 12월, 노력과 관심을 곁들인 감정 매듭대화를 통해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새로운 기대감을 심는 한 달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