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행복을 망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이미 정해진 자신만의 착각으로 마음을 열지 않으니, 대인관계의 문제는 물론이고 삶의 중요한 지혜를 얻는 것도 힘들어진다. 물론 모든 편견이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건강과 행복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난번에 우울증 치료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면, 이번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질병 및 치료에 대해 잘못 알기 쉬운 편견들을 바로 잡아보고자 한다. 실제 임상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을 위주로 알아보자.

 

“정신과 질병은 원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걸리나요?”

그렇지 않다. 흔히 정신과 질병을 앓고 있다거나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유전이 되어 태어날 때부터 병이 있다거나, 양육된 환경이 몹시 좋지 않다거나, 마음이 모질지 못하다거나, 또는 정신력이 약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정신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을 ‘나는 못났소!’하고 고백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절대 아니다. 정신과적으로 고통을 받는 이유는 사회적인 문제, 생물학적인 문제, 그리고 심리적인 문제 때문이다. 사회적인 문제란 전쟁이나 테러, 경제적 공황, 구성원 간의 심각한 반목과 갈등 등을 말한다. 생물학적 문제란 유전적인 문제, 대뇌의 이상, 사고 또는 자연발생적인 질병 등을 꼽을 수 있다. 심리적인 문제란 배우자나 자녀의 죽음과 같은 상실,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 잘못된 양육방식, 지속적인 스트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누구 하나 사회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또 생물학적인 이상이 전혀 없는 완벽한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심리적인 압박감이 없는 삶이란 없다. 다시 말해 누구나 조금씩의 소인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문제가 엄청나도 정신적인 질병이 생길 수는 있지만 실은 여러 소인들이 합쳐서 질병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원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살다 보니 이런 저런 문제들이 합쳐져서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를 비롯해서 현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도 모두 정신질환의 위험성에서 100% 안전할 수는 없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직업 생활에 지장이 있나요?”

아니다. 만약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어떤 경우라도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것은 헌법소원 감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한 셈이니까 말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기업, 공무원, 군경 등 다양한 직업군의 환자 중 어느 누구도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없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에서 정신과 치료병력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으나, 스스로 고지하지 않는 한 다른 수단으로 치료병력을 알 수는 없다. 또한 담담 의사가 운전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소견서를 첨부하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비정상적인 루트로 자신의 치료병력이 조회되지 않느냐는 의심에 있다. 과거와 달리 개인정보관리법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문제는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를 인지했다면 이 또한 당연히 법적인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최근에는 약물이나 검사가 필요 없는 경미한 문제를 상담하는 경우에는 기록에 남지 않으니, 마음 편히 상담을 받는 곳으로 인식해야 한다.

 

“약을 오래 먹으면 중독되지 않나요?”

아니다. 정신과 약물은 다른 어떤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보다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 정신과 질환이 주는 고통이 막심한 것은 국내외 가릴 것이 없을 뿐더러, 상업적인 측면에서라도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부작용은 적고 효과가 빠른 약물 개발에 전념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약물 중독과 같은 부작용이 있는 약을 만들 리 없다. 다만 환자 스스로 약물을 중단하거나 용량 등을 임의도 조절하다 보면 의존성이 생길 가능성은 있다. 약이 없으면 불안하고 증상이 다시 나타날 것 같은 걱정의 원인은 대부분 심리적인 의존성이다. 이러한 문제도 전문의의 지시대로 투약 스케줄을 잘 지킨다면 해결될 문제이다.

치료기간 때문에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정신과 질환의 치료 특성상 약물 투약기간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오래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료 기간이 다른 질병보다 길기 때문에 약을 오래 먹어야 하니 중독에 대한 염려를 한다. 또한 치료가 다 끝나기 전에 약물 투약을 제멋대로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되거나 금단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중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물론 정신과 약물 중에는 중독의 가능성이 높은 약물들이 없지는 않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은 그 사용을 철저히 법에서 감시하고 있다. 때로는 독이 약이 되듯이, 정신과 의사도 이런 약물을 처방하지만, 철저히 의사의 지시를 따르면 중독의 위험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일중독 등의 문제를 해결할 곳은 어딘가? 정신건강의학과밖에는 없지 않은가. 중독을 치료하는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으니 중독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무조건 보험 가입을 못 한다면서요?”

아니다. 과거에는 정신과 진료만 받았다 하면 생명보험과 같은 사보험에 가입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가입이 가능하다. 보험회사마다 각각의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았어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자살 또는 입원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가입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정신과 질환을 치료 중인데 보험을 들고 싶다면 치료가 끝난 시점에서 2년 후에 가입하면 문제가 안 된다. 이때는 보험회사에서는 진단서를 요구하는데 담당 의사에게 진단서를 받아 제출하면 된다. 대부분 치료 종결 후 2년간 문제가 없었다면 가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만약 치료 종결 후 5년이 지났다면, 질병 치료 병력의 고지의무가 없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가입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행복하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라고 하지만, 만약 질병에 걸렸다면 신속하게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과 치료를 어떠한 이유든 미룬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남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오해를 풀고 용기를 내서 행복을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