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휘는 화면을 만들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투자를 확대해 주목된다. 앞선 기술력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의 디스플레이 저가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곡면 TV와 ‘갤럭시 S6’, ‘G플렉스’ 등 해당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제품의 성공적인 상용화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LCD 패널 생산 확대

최근 금융업계와 IT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8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제품을 쏟아내면서 중저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8세대 디스플레이 공장 생산 용량은 지난 2013년 1만5675㎢이었지만 2014년 2만6697㎢, 올해에는 4만2323㎢으로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 시장에서의 중국 디스플레이 성장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2290만대의 LCD패널을 만들었던 중국은 올해 2580만대의 LCD 패널을 생산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책 덕분이다. 이미 중국은 지난 2012년 ‘전략적 7대 신성장 산업’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공업정보화부(공신부)가 ‘2014~2016년 신형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발전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16년까지 LTPS(저온 폴리 실리콘)와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옥사이드 TFT와 같은 최신 공정 기술에 재원을 집중 투자하게 된다. 이 계획에서 중국은 오는 2016년까지 디스플레이 면적기준 출하량 세계 2위와 전 세계 점유율 2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목표와 중국 당국의 추진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디스플레이 업체인 차이나스타(CSOT)는 지난 10월에만 250만장의 패널을 출하하면서 약진해 글로벌 업계 순위 탑 5위로 진입했다.

일본 역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반격을 꾀하고 있다. 특히 UHD(Ultra-HD) 구현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본 대표 전자업체인 소니는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5’에서 4K 규격(3840×2160)을 넘어선 8K(7680×4320) TV를 전시했다. 또 자연 그대로 색상을 표현하는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기술을 적용한 UHD TV도 전시했다. 이외에도 소니는 소니픽쳐스 등 초고화질 TV 핵심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LG디스플레이 OLED 투자 확대

우리나라의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기술력의 일본과 물량공세 중국에 대응해 우리나라 업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접거나 휘어지게 만들어도 동일한 화질을 구현하는 신개념 디스플레이다. 기존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투명전도성 필름’을 이용한다. 이 필름은 진공증착 ITO(Indium Tin Oxide)로 만든 다음, ITO를 유리 기판 또는 플라스틱 기판에 박막 코팅하는 방식이다.

이미 일반 소비자들은 ‘곡면 TV’와 ‘휘어진 스마트폰’을 통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접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5 엣지’와 ‘갤럭시 S6 엣지’, LG전자의 ‘G플렉스’ 시리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제품이다. TV에서는 삼성전자 ‘커브드 TV’, LG전자의 ‘올레드 곡면 TV’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제품은 대부분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글로벌 수요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OLED는 형광성 유기 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자체발광현상을 이용해 만든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1월 27일 경기도 파주에 마련할 새로운 P10 생산라인과 설비에 총 1조84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투자비 중 약 5000억원을 기존 라인에서 대형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투자에 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새로 마련하는 P10 라인은 대형과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할 P10 공장에 플렉시블 OLED와 TV용 대형 OLED를 위한 설비 투자를 우선 집행해 OLED를 대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P10은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 11세대급 생산 라인도 갖출 수 있는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해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이 회사는 노후한 LCD 생산라인 L5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유휴 공간이 많은 A3 라인에는 중소형 OLED 설비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LED 시장 규모 2020년까지 7배 증가

실제 시장에서는 OLED 시장의 외연확대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세계 대형 OLED 시장 규모가 올해 11억달러에서 2020년 76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OLED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수출종합대책을 통해 OLED 장비 수입 관세 8%를 면제하기로 했다. 대형 OLED 투자비의 80~90% 정도는 장비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또 주요 장비는 아직도 일본 TEL 등 외국 회사들만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관세 면제는 결국 투자확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산업부는 지난해 53억달러인 OLED 패널 수출액이 2018년 153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 패널이 대부분이나 앞으로는 대형 패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에는 투자 우선순위가 중소형 패널보다는 대형 OLED 사업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특히 오는 2017년 애플이 OLED 패널을 탑재한 모바일기기를 출시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공급해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OLED TV가 대형 인치 시장을 발판으로 재도약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OLED TV에 대한 보편적인 선호도가 제고될 경우 LCD TV를 역전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