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이후 위기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이 지점에서 정부의 압박을 포함한 대내외적인 악재까지 겹치며 고귀한 순교자의 이미지를 일정정도 체화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어 O2O의 방향성으로 조직을 끌어간다는 천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며 임지훈 단독대표 체제가 선언되는 순간 더욱 극적인 변곡점을 돌았다. 물론 이석우 전 공동대표의 중앙일보 행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 임지훈 대표. 출처=카카오

선택과 집중의 철학

현재의 카카오는 기존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따라올 곳이 없다. 다음 클라우드와 다음 키즈짱 등 자신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서비스는 과감하게 종료하고 샵검색, 채널, 카카오택시, 카카오파머 제주 등 성장동력이 보이는 곳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이용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서비스를 임의로 중단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카카오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완벽히 장악한 최고의 ICT 기업이 아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업계 1등인 네이버의 강력한 대항마가 되어주기를 원했으나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카카오는 추격자다. 이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는 의지를 보이며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 물론 ‘다음’의 서비스를 무차별로 종료하고 ‘카카오’만 의도적으로 키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조직정치학적 측면에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을 보면, 카카오는 조직정치학적인 측면에서 ‘다음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키즈짱과 클라우드를 종료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출처=카카오

 

O2O, 그 치명적인 성배

임지훈 대표가 지난 10월 27일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스페이스닷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명한 화두는, 단연 O2O다. 지금 카카오가 보여주고 있는 굵직한 전술이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아 파생 서비스를 창조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는 전략이다. 네이버가 검색 고도화를 통해 실시간과 피드백을 중요하게 여기는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 정책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에서, 카카오는 데이터와 사람을 연결하기 보다는 데이터를 움켜 쥐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에 더욱 열중하고 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위에서 말한 선택과 집중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과연 옳은 길을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하다. O2O의 방향성은 훌륭하지만,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빠르고 기민한 상황판단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이나 그 전선이 지나치게 확장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려면 먼저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을 살필 필요가 있다. O2O 전략의 핵심인 카카오택시는 일단 합격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택시 블랙과 카카오드라이버까지 가동하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단서가 붙는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경우 수익을 보전하고 카카오페이의 가능성을 더욱 제고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리 쉬운 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카카오택시 블랙은 아무리 고급택시 시장이 열린다고 해도 대중적인 시장이 아니며, 주춤하던 우버까지 조금씩 발을 담구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 구성원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안착을 보여준 카카오택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이 뻔한 카카오드라이버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파머 제주도 비슷한 고민이 있어 보인다. 카카오와 연결된 제주 농가의 경우 분명 혜택을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이러한 불만은 냉정한 게임의 법칙적인 측면에서 일정정도 무시할 수 있다고 해도, 사실 카카오톡을 활용한 단순한 온디맨드 서비스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은 그 생명력을 오래 담보하기 어렵다는 뜻과 연결된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비해 일본 업체와의 표절논란은 가벼울 지경이다.

카카오 모바일 보드게임도 정부의 규제가 풀리고 있는 분위기지만, 사행성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해 관련 산업을 뒤집는 것에 익숙한 정부가 존재하는 한 역시 시한폭탄으로 여겨진다.

야심차게 준비한 샵검색도 뒷 말이 무성하다.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이 지난 10월 한 달간 안드로이드 단말기 사용자 6만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15.2%에 불과한 사람만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심각한 지점이다. 사실 샵검색이 등장했을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공유로 무엇을 얻는데?’라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카카오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샵검색을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며 해당 생태계에 오래 머무르면 좋지만, 과연 사람들이 카카오의 의도처럼 해당 생태계에 오래 머무를 것인가는 분명 별개의 문제다. 사업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만들어 ‘제발 이용 했으면...’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길 빈다.

다만 이러한 지적들은 결국 지엽적이고 단편적이다. 카카오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O2O라는 개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일종의 현존하는 모든 세계를 연결한다는 프레임이다. 이 지점에서 승부수를 던진 카카오 입장에서는 당장의 타격을 무시하고 앞으로 전진할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전선 넓어진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O2O라는 성장동력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돌발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바로 전선의 확장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선의 확장이다. 즉 스마트폰 전선이 넓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스텝이 꼬이는 지점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소위 ‘마진’이 남지 않는 중저가 라인업이 대세로 부각되며 판매 전선이 비약적으로 넓어지면 기민한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거대기업의 비애라면 비애다.

카카오도 비슷한 함정에 빠지는 분위기다. 기회를 모색하고 선정하는 단계라고는 하지만 사업 자체를 ‘너무 막 던지는’ 분위기가 보인다. 핀테크도 하고, 메신저도 하고 포털도 운영하며 은행업도 하려고 한다. 다음의 서비스를 종료했던 선택과 집중이 O2O에서도 이어져야 할 순간이 아닐까. 그 적절한 기회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