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석민 마케팅 전략가.

불경기가 더욱 심해져가고 있다고들 한다. 동네 주변 자영업을 하는 분들의 걱정도 함께 깊어지는 듯해 보는 이의 마음이 불편해지게 한다.

그런데, 동네마다 장사를 하는 곳을 살펴보면 분명 손님으로 넘쳐나는 곳은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곳은 왜 잘될까?” 관심을 가져보고, 분석을 해본다면 자신이 다루는 브랜드 또는 사업에서의 기회를 마련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동네 상권을 한번 떠올려 보자. 대체로 1층에는 슈퍼마켓, 편의점, 부동산, 치킨 배달점, 미용실, 커피 전문점 등이 입점해 있고, 2층과 3층에는 여러 종류의 학원들과 태권도 등 생활체육을 하는 곳 그리고 병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약간씩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여러분은 이 많은 가게 중에서 유독 눈길이 가고 기억에 남는 차별된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포가 있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바로 기억에 떠오르는 곳들이 있는가? 아마도 없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며, 이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 싶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사안이 아닌가? 상점의 간판이나 벽에는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의 표식들로 빼곡하고, 그것도 부족해 인도까지 나와 펄럭거리는 풍선 인형 및 입간판 등이 즐비한데도 말이다.

문제는 완전경쟁 시장에서 유사한 업종들끼리 너무도 비슷한 내용으로 빼곡하게 자신을 알아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마케팅 비용이 풍족하다고 하는 곳은 없다. 다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잠재 고객들의 인식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부족한 자원 속에서 자신을 알리려고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빼곡하게 표시하게 되는 것을 아마도 이와 비슷한 업무를 해본 사람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고객(또는 소비자)은 그렇게 많은 정보에 관심을 갖지도 않을뿐더러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소비자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가 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정보처리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문제해결을 위한 자발적인 외적 탐색(External Search)을 하지 않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노이즈(Noise)에 가까운 수없이 많은 자극물들로 둘러싸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는 자신이 관심 갖는 부분에만 주의를 기울이며, 자신과 관련성이 높고 문제해결이 시급한 경우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지각적 경계(Perceptual Vigilance)라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의 수많은 자영업을 하는 분들도 생각을 한번 바꾸어 보면 어떨까?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경쟁자들과 명확히 무엇이 다른지를 알리는 활동’들이 필요할 텐데 이것을 갖고 있는 자산적 요소들의 단순 나열식 접근보다는, 알리고 싶은 많은 것들을 조금 자제하고 진정으로 업(業)을 영위하는 핵심적인 요소 한 가지만 알리려고 해보자. 간판을 포함한 모든 벽면을 여백으로 남기고 오로지 하나의 핵심적 메시지만 남기는 것이다.

사실 앞에서 제시한 내용은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진정으로 행하려 할 때는 이처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자신의 제품(또는 브랜드)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한 가지만 알려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아까우며 선택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특히나 마케팅 자원이 부족한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자원(Owned media)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리려다 경쟁사를 도와주는 정보까지 여과 없이 노출하게 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나게 되며, 필자는 이러한 상대방의 정보를 유용하게 사용해본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마케팅은 덜어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알리고 싶고, 알아 줬으면 하는 것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고민의 고민, 선택의 선택이라는 신중한 절차를 거쳐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핵심적인 한마디의 전달이 가능하도록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작업을 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