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Jaguar Land Rover AG

달력이 한 장 남았다. 최종 순위를 가리고 수훈갑도 정할 때다. 올해의 10대 뉴스, 골든글러브의 주인공만큼이나 궁금한 올해의 차는?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몰표를 던질 것이다. 잘 알다시피 랜드로버는 여간해서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깜찍한 랜드로버’의 가능성을 확인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도, 디스커버리에 대한 선입관을 한방에 날린 디스커버리 스포츠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반갑기만 하다. 올해의 히트 상품인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지난 5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10월까지 727대가 줄줄이 팔려 나갔다. 참고로 5천만원대, 정확하게는 5천960만원에 턱걸이한 SD4 SE와 6천660만원짜리 HSE 럭셔리 두 가지가 있다. BMW X3와 아우디 Q5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 사진 제공/ Jaguar Land Rover AG

누구나 반할 만한 이 SUV는 디스커버리 패밀리지만, 우리가 알던 그 디스커버리가 아니다. 아담한 사이즈나 곱상한 외모를 보면 차라리 이보크에 가깝다. 디스커버리 특유의 차고 넘치는 남성미를 감추고 나니 럭셔리한 이미지가 솔솔 풍긴다. 고급스러움과 다재다능함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통해 현실화한 것. 최적화된 볼륨과 비율, 견고한 스탠스는 남자들의 시선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클램셸(clamshell) 보닛 위에 새긴 ‘DISCOVERY’ 배지는 자신이 새로운 디스커버리 패밀리라는 사실을 거듭 알리는 듯하다. 6각형 패턴의 메시 그릴과 대담한 사다리꼴 공기 흡입구, 쏘렌토처럼 저돌적인 차체는 강렬한 첫인상을 준다. ‘디스커버리’와 ‘스포츠’의 낯선 조합은 우려와 달리 매우 자연스럽고, 넓은 뒷좌석 공간은 중형 SUV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트렁크에 수납할 수 있는 2인승 시트가 달린 7인승 모델도 있다.

▲ 사진 제공/ Jaguar Land Rover AG

요란한 신차 발표회와 TV 광고가 잇따르지만, 막상 ‘기대 이상’인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랜드로버는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디자인에 효율성과 파워를 겸비한 새로운 엔진(국내에는 2.2리터 디젤 엔진 모델만 소개되었다), 첨단 주행 및 안전 기술,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꼭 필요한 만큼 절묘하게 집어넣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가장 다재다능한 랜드로버’로 만들고자 했고, 그 의도는 멋지게 들어맞았다. 이것이 야심에 찬 BMW i8, 슈퍼 노멀한 현대 아반떼, 가장 작은 재규어 XE 등을 제치고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올해의 차로 선정한 이유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2014년 올해의 차는 단연 기아 카니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