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경제 각 분야의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산구조가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은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영향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1.7%에 달하고 있고, 노인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도 앞으로 14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부머를 시작으로 한 예비 노년층의 은퇴에 따른 부동산의 역할과 자산 재분배 문제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자산 의존도 높은 베이비부머, 은퇴 후 부동산 활용 중요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가구당 자산은 평균 2억7268만원이며 이 중 75.8%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21.4%에 불과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으며, 60세 이상의 경우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83%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자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급여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노후생활이 여의치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2010)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66.1%가 은퇴 후 생활비를 개인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며, 개인적 은퇴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거나 준비하지 못하는 등의 비율이 55%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베이비부머 2명 중 1명은 은퇴 후 노후생활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가입률 역시 미미하다. 보건복지부(2011)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는 공적연금만 가입한 비율이 가장 높으며 개인 단위에서는 어떤 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은 ‘무연금’ 비율이 22.1%에 달한다. 공적+퇴직+개인염금 모두를 가입한 다층적 노후소득을 준비한 비율은 부부 단위에서도 16.7%에 불과하다.

은퇴 계층의 높은 부동산 자산 비중과 노후생활을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사실은 은퇴 후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한 은퇴자금 마련, 즉 은퇴 계층의 부동산 처분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가능케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은퇴 후 고정적인 급여소득이 없어진 상태에서 의료비를 포함한 노후 생활비를 충족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이들 계층에서의 자산 재분배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 계층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것은 지금까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 2008년 이전까지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이 소득상승보다 높았기 때문에 부채를 활용하여 부동산을 구입하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그러나 점차 부동산 시장이 성숙화 시장으로 바뀌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 가능성은 낮아지고, 보유에 따른 리스크와 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소유에 따른 세금, 대출이자 및 원금상환 부담의 가중은 은퇴 후 가처분 소득 감소로 연결된다. 따라서 은퇴 계층은 노후 생활자금 마련과 은퇴 후 자녀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 자산을 처분 또는 재분배할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2012)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재테크 목적은 ‘노후자금 마련’이 최우선이었고 ‘자녀 결혼자금’, ‘일시적 여유금 운용’ 순으로 나타났다.

은퇴 계층의 자산 재분배, 부동산 시장 영향은?

지금까지 언급한 바와 같이 은퇴 후 노후준비가 취약하여 보유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어 은퇴 계층이 급증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급격하게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노후준비를 위해 은퇴 계층이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앞으로의 부동산 가격전망과 소득 수준, 수요변화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주요 수요계층 감소로 인한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과 주택연금 가입 증가가 예상된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18년이 되면 55세 이상 은퇴연령층 인구가 주택의 주요 소비층인 35~54세 인구를 넘어서는 한편, 2030년까지 전체 가구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1~2인 가구의 증가는 현저한 반면 대가족 형태 가구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요 수요계층이 감소되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가격이 하락하기 전에 주택연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노인 인구 계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반적인 주택수요의 감소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향상된다면 주택 필터링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노인세대의 필요 주택규모의 축소에 따른 니즈 변화이다. 고령화에 따른 생애주기 변화로 규모나 기능 등에서 기존 거주 주택에서의 주택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노인전용주택 등의 수요증가와 주택개량사업 확대 등이 나타나고, 도심에 있는 노인세대 소유 주택을 교외의 젊은 세대가 소유한 주택과 대체하는 수요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후자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시니어 계층의 우량주택을 공영주택화해 청장년층에게 임대하고 시니어 계층에게 주거대체를 지원해주는 형태의 주택 교체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자의 기존 거주 주택에 대한 역모기지(주택연금)를 활용하여 고령자 생활에 편리한 시니어주택으로의 이전을 지원하는 사업 등 기존 주택스톡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과 정책들이 이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셋째, 주택소유자의 고령화와 더불어 거주하는 기존 주택의 고령화, 노후화의 문제이다. 노인세대의 장기 거주는 주택개조와 더불어 재건축 등의 수요 증가를 가져오는데, 은퇴 후 고정수입이 없는 노인세대의 경우 재건축 등에 필요한 자금조달 문제가 대두된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의 경우, 거주자의 고령화로 노후 맨션의 재건축을 추진하기 곤란한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은퇴 계층이 소유한 부동산 자산의 대부분이 거주 주택인 경우가 많아,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보다 규모를 축소하여 재건축 아파트를 받고 나머지는 임대하거나 매각하여 노후 생활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최근 1:1 재건축 허용 등과 같이 수요 변화에 대응한 정책적 대안들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 매우 중요한 과제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