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
-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만5000원

선진국의 견제, 후발주자의 추격 등 숱한 난관을 뚫고 쾌속질주해 온 조선업이 요즘 울상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의 여파로 선박 수주가 뚝 끊기며 고전하고 있다. 산업은행에 신용공여 한도를 높여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보도다. 일부 업체들이 ‘장묘 산업’에 진출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온 세상이 타들어가는데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재간은 없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주요 외신들이 끈질기게 제기하는 대한민국의 ‘외환위기설’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미네르바’와 더불어 온라인에서 활동해 온 인터넷 경제 논객 ‘세일러’가 저술한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는 눈높이를 초보자에 맞췄다.

세일러가 보는 외환위기설 증폭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수주한 뒤 원·달러 선물환 매도 계약을 한다. 환차손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예컨대, LNG선을 주문한 선사에서 1년 뒤 1억달러를 받기로 한 조선 업체는 이 돈을 달러당 950원에 팔기로 은행과 계약을 한다.

원·달러 환율이 95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은행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다. 1억달러를 해외에서 빌려와 이 돈을 국내 자금시장에서 운용한다. 그리고 1년 뒤 조선업체에서 1억달러를 받아 원화를 약정환율에 따라 내주고 달러는 상환한다.

은행은 수수료·이자차익을 얻고, 조선업체는 ‘환헤지’를 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며, 영화에 비유하자면 ‘해피엔딩’이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이 빌려온 외채의 성격이다. 어차피 은행이 조선업체에서 받아 상환할 돈이니 사실상 외채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셈법이다.

반면 실물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선사들의 계약 파기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위기론자들의 주장이다. 작년 10월 현재 조선업계를 비롯한 수출업계가 체결한 선물환 매도계약의 규모는 938억달러. 이 중 70%가 넘는 738억달러가 조선업계 물량이다. 외환위기설이 꾸준히 유통되는 배경이다.

선물환 매도급감이 유동성 공급을 줄여 부동산시장의 수요 기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새롭다. 복잡해 보이는 경제 현상의 이면에 감춰진 논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의 필독서.


미디어 모노폴리
- 벤 바그디키언 지음
- 정연구·송정은 옮김
- 프로메테우스출판 펴냄
- 1만8500원

퓰리처상 수상자가 저술한 미국 미디어 산업 비판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온 미국 미디어 산업의 현주소를 작가 특유의 세밀한 시선으로 분석해냈다는 평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가 ‘여론의 공론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여론 흐름을 왜곡하는 과정을 생생히 그려낸 수작. 저자는 미 언론학계와 저널리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비평가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테크놀로지스트의 조건
- 피터 드러커 지음
- 남상진 옮김
- 청림출판 펴냄
- 1만8000원

인터넷 전화의 등장은 유선시장 강자들의 시대에 종언을 고한다. 국내 유선시장의 강자인 KT가 KTF와 합병에 따른 유무선 시너지 효과를 밑천 삼아 경쟁 우위를 꾀하는 이면에도 달라진 시장 환경이 한몫을 하고 있다. 시장의 판도부터, 기술개발 기업의 주가까지 기술은 모든 것을 뒤바꾼다. 기업들을 웃고 울리는 기술혁명 시대에 대한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통찰을 집대성한 수작.


A4솔루션
- 미키 다케노부 지음
- 이동희 옮김
- 전나무숲 펴냄
- 1만3000원

바위를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옮겨야 하는 시지푸스의 신화는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모든 직장인들의 숙명을 상징한다. 하지만 기왕 할 일이라면 좀 더 신속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방안은 없을까. 도쿄대 출신의 저자가 소프트뱅크에 근무하며 터득한 10가지 업무 처리 노하우를 집대성한 배경이다. 직장인들의 성패는 바로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유무에 좌우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슈퍼크런처
- 이언 에이즈 지음
- 안진환 옮김
- 북하우스 펴냄
- 1만5000원

최근 막을 내린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2연패한 일본은 ‘데이터 야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정 선수나 팀을 정밀 분석해 맞춤형 대응방안을 내놓은 일본 프로야구가 세계무대에서 늘 강자로 군림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언 에이즈는 기업 경영에도 데이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글, 야후, 노스웨스트 항공 등의 데이터 경영사례가 눈길을 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