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속속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제조업체들이 현지에 진출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삼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인도네시아 시장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기사회생한 팬택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유혹하고 있는가?

모여라! 모여!
페이스북이 드론을 날리고 구글이 풍선을 띄워 개발도상국에 무료 인터넷 인프라를 뿌리는 시대다. 기존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끝을 예감한 다양한 ICT 기업들이 속속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호객행위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제 중국과 인도를 넘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국내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다양한 제조 및 하드웨어 분야에서 속속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라인의 인도네시아 월간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4분기 800만명에서 올해 1-4분기에는 26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무적인 행보다.

카카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의 패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네시아 3대 인기 SNS 중 하나인 패스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며 1000만이 넘는 월평균이용자수(MAU)를 확보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플랫폼 개발자 데이브 모린(Dave Morin), 냅스터 창업자 숀 패닝(Shawn Fanning) 등이 모여 201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소규모 그룹 간의 관계 유지와 신뢰 향상에 초점을 맞춘 비공개 폐쇄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지향한다.

▲ 출처=카카오

다만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인기가 거의 없다. 게다가 최근 패스는 패스 클래식을 통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패스 토크', '콩' 등 다른 앱을 출시하며 앱 개발사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메신저가 일종의 플랫폼으로 굳어가는 상황에서 다음카카오가 앱 개발사로 거듭나는 패스를 통해 넓은 운신의 폭을 가지게 된 점이다. 당장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더불어 그 이상의 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데이브 모린 패스 대표는 “사람들 사이의 행복, 의미, 관계를 추구하며 시작된 패스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면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의미있는 연결을 통해 모바일 혁신을 이끌어 온 다음카카오가 패스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카카오 초기 멤버인 송지호 부사장이 다음커뮤니케이션 싱가포르 법인에서 최근 사명을 바꾼 패스 모바일의 대표로 부임한다. 그는 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했으며 카카오에 몸담은 상태에서 다음과 합병 후 사업전략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기사회생한 팬택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전망이다. 당장 내년 2분기 중저가 라인업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을 노린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현지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인도네시아 정부 홈페이지

왜 매력적인가?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약 2억 5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제 4위의 인구 규모를 자랑한다. 기본적인 내수시장이 탄탄하다는 뜻이다.

지표로 보이는 잠재력도 상당하다.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에서 발표한 정보통신개발지수(ICT Development Index)에 따르면 총점수 3.43을 기록해 전체 157개국 중 97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하다. 그리고 열악한 인프라는, 필연적으로 일종의 기회다.

점점 ICT 인프라 구축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핵심이다.  2009년 1500만 명 수준이었던 인터넷 사용인구가 2013년에 450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브로드밴드(Broadband) 인터넷 사용인구는 2013년에 510만 명을 기록했다. 급격한 속도가 정상적인 단계를 축소시키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토 대부분이 섬이라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욕도 포인트다. 인도네시아 ICT 2015 계획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 투명성 개선 등을 추진해 2015년에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2020년에 ICT 기반의 국가건설, 2025년 지식기반사회 실현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여기에 한국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기술이전에 현지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게다가 코트라에 따르면 BMI 및 가트너 보고서와 현지 기사 등을 취합한 결과 자카르타 무역관 추정을 전제로 인도네시아 ICT 시장 규모는 170억 달러로 전체 국가 경제에서 2.1% 비중을 차지한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ICT시장은 성장률 연 15%, 2012년 인터넷 가입자 6300만 명에 육박하며, 매년 20~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2015년에는 1억40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분야, 소프트웨어·IT서비스분야 등이 골고루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전반적인 생태계 건전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준다.

하지만 무작정 진출한다고 반드시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평가다. 이들은 현지의 ICT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 해당기업의 평판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팬택이 명심해야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