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년이 40대 어머니의 알몸 사진을 올리고 엄마와 성관계할 남성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굉장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말입니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소라넷’에 대해 한 말이죠. 소라넷은 미국에 서버를 둔 한글 음란 포털 사이트죠.

진 의원은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소라넷을 폐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과 공조를 통해 하루 빨리 정리해달라고 했죠. “소라넷을 폐쇄해 달라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7만 명이 넘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몰래카메라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진 의원의 지적입니다.

세상에 이런 사이트가 다 있었냐고요? 소라넷의 역사는 무려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창기에는 ‘소라의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주로 야설(야한 이야기)을 풀었죠. 그 다음은 다른 성인 사이트 링크를 걸어놓는 수준이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성인 포털사이트가 되겠습니다.” 2000년대 초반 소라넷은 리뉴얼을 거쳤습니다. 괜히 ‘포털’이라고 이야기한 게 아닙니다. 자체 콘텐츠라고는 야설 정도만 있었지만 리뉴얼 이후 완전히 달라집니다. 온갖 성인 콘텐츠가 난무하게 되죠.

누드사진, 성관계 경험담, 성관계 몰래카메라, 성인 만화, 유흥업소 정보 등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됐습니다. 카페 형식을 빌린 게시판이 다수 있어 나름의 웹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영향력을 키우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사이트로 성장했죠.

▲ 출처=소라넷 캡처

단순히 성인 콘텐츠를 다룬다고 해서 삐딱하게 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요? 문제는 소라넷의 수위입니다. 거의 모든 성적일탈 행위가 이 안에 있습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가뿐하게 넘나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혼자들이 집단 성관계를 모의하기도 하고, 화장실, 샤워실, 목욕탕 등에서 찍은 도촬(도둑 촬영) 사진이 여과없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누드 사진이나 포르노가 게시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악성 합성 사진도 제법 올라오고요.

사이트에는 불법 인터넷도박, 안마방, 성매매 광고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강간을 모의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어느 지역에 현재 술 취한 여성이 있으니 성폭행을 하자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댓글이 수십 개가 달리기도 했다네요. 사실이라면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그렇게 문제가 있으면 사이트를 폐쇄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당신이 소라넷에 관심이 있어 어딘가에서 주소를 찾아 접속하려고 하면 ‘www.warning.or.kr' 사이트로 연결이 될 겁니다. ’불법·유해 정보(사이트)에 대한 차단 안내‘가 나오네요. 정부가 해당 사이트를 차단했다는 겁니다.

이미 소라넷이 폐쇄된 것은 아닙니다. 소라넷 서버는 해외에 여러 개가 있고, 도메인과 서버 위치를 수시로 바꾸면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죠. 바뀐 주소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게릴라식으로 통보합니다. 사람들은 바뀐 주소로 접속을 하게 되죠. 정부는 이런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숨바꼭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폐쇄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시 국회로 돌아가 보죠. 진 의원의 지적에 강 청장은 미국과 소라넷 폐쇄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정확히 예단할 수는 없지만 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미국과도 소라넷이 폐쇄돼야 한다는 것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강 청장의 말입니다.

압박을 느낀 걸까요. 지난 24일 이후 소라넷에는 합성 게시판과 도촬 게시판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동성애·트랜스 게시판으로 대체됐습니다. 일단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혹'을 잘라낸 겁니다. 결국 이번에는 소라넷이 폐쇄되고 마는 걸까요? 시선이 쏠립니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