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자 아내 "남편하고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해보면, 준비가 참 안 돼 있었던 것 같아요. 노후에 함께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거에 대한 준비가 없었고,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 쌓아놓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닌가, 그냥 애 키우고 급급하게 살았지,  이런 세월을 위해 참 중요한데 그걸 안 했구나. 은퇴 후에 함께 누리는 삶에 대해 좀더 일찍 생각했더라면 확 닥쳐서 버거워하지 않을 텐데."

은퇴준비를 할 때 배우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은퇴 후에 함께 삶을 영위해야 하는 만큼 부부 간의 소통이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25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은퇴에 관한 부부의 7가지 실수'는 은퇴준비와 관련해서 부부들이 하기 쉬운 실수들을 분석했다.

평균 수명은 길어져 은퇴 이후 삶의 기간이 길어진 만큼 보고서는 은퇴준비가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생애설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보고서에 제시된 '은퇴에 관한 부부의 7가지 실수'다. 이는 △ 은퇴 후 필요한 돈에 대해 계산해보지 않는다 △ 부부 중 한 사람만 재무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 의료비 및 장기 간병비를 고려하지 않는다 △ 자녀지원과 노후준비를 맞바꾼다 △ 은퇴준비를 돈 문제로만 생각한다 △ 은퇴  후의 삶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다 △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의사결정을 해두지 않는다를 말한다.

 

◆ 실수 1 : 은퇴 후 필요한 돈에 대해 계산해보지 않는다.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은퇴자 10명중 7명은 은퇴 후 필요한 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배우자의 유고시 홀로 남을 배우자의 노후생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은퇴 후 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돈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퇴연구소는 부부가 노후에 필요한 소득을 미리 계산해보는 것은 은퇴시점까지 준비해야 하는 자산의 규모를 파악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 실수 2 : 부부 중 한 사람만 재무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우리나라 부부는 돈 문제에 대해 거의 상의하지 않거나(5%), 급할 때만 대화를 나눈다(35%)고 답했다. 우리나라 부부 5쌍중 2쌍은 돈 문제를 거의 상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한 사람이 알아서 관리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무적 의사결정에 있어서‘부부간 대화’는 가계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동기가 된다. 특히 부부 중 한 사람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면 갈등과 오해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그 배우자의 유고시 재무 관리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은퇴연구소는 지적했다.
 

 

◆ 실수 3 : 의료비‧장기 간병비를 고려하지 않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비은퇴 부부가 노후에‘의료비를 별도로 마련하는 경우’는 34%에 불과했다.

특히 ‘장기간병비 마련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55%에 달할 정도로 장기 간병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노후에 가장 많이 늘어나는 지출은 보건의료비다. 특히 중증질환은 치료‧간병에 큰 목돈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별도의 의료비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은퇴 후 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실수 4 : 자녀지원과 노후준비를 맞바꾼다

최근 자녀들의 독립이 늦어지다 보니 중장년층 부부들이 노후 준비보다 자녀 지원에 지출의 우선 순위를 두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비은퇴자 가구의 67%가 ‘노후준비가 어렵더라도 자녀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50대 가구의 경우 최근 10년간 지출한 자녀 교육비가 1억원이 넘는다는 결과도 있다. 은퇴 준비가 시급한 50대가 자녀 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부부가 소득 등을 분석해 자녀지원과 노후준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지출 포트폴리오를 구상해 보아야 한다고 은퇴연구소는 조언했다.

 

◆ 실수 5 : 은퇴준비를 돈 문제로만 생각한다

은퇴 후 생활에는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건강, 대인관계 등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은퇴연구소가 비은퇴 가구의 생활영역별 은퇴준비 수준을 지수화하여 비교한 결과를 보면, 재무적인 준비가 78.7점으로 잘 되어있는 사람들도 △건강 63.7점, 활동 60.1점, 관계 65.9점 등 비재무적인 측면의 은퇴준비 수준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경제적 준비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은퇴후의 취미 등 시간 활용과 사회적 역할, 가족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에서 균형잡인 준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실수 6 : 은퇴후의 삶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다

은퇴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40~50대 부부의 32%만 은퇴 후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특히 생애 주기별로 보면 많은 부부들이 자녀의 대학입시 이후에 본격적인 은퇴준비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은퇴가 임박해서 체계적인 준비가 어렵다.

같은 조사에서 보면 은퇴 전부터 은퇴 후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눠온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물론 건강, 사회활동, 인간관계 등 전반적으로 은퇴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제 은퇴 후 삶의 만족도도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2배 이상 높았다.

 

◆ 실수 7 :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의사결정을 해두지 않는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은퇴설계란 ‘삶에 대한 마무리’를 위한 준비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부부가 본인 또는 배우자의 사망이나 심신쇠약 상황 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의사결정을 미리 해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죽음회피 문화’가 있어 상속이나 연명 치료 등의 의료적 의사결정을 해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5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40대 이상의 성인중 증여 및 상속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본 경우는 12.3%에 불과했다(하나금융연구소, 2014)

하지만 부부의 은퇴설계 안에는 반드시 상속설계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의료적 의사결정을 함께 포함시켜야, 본인 또는 배우자 유고시 남은 가족들의 혼란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은퇴준비는 막연한 계획보다는 은퇴의 현실과 각자의 사정을 고려한 실질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배우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