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도록 붉게 물든 단풍잎들도 하나 둘 떨어지고 은빛 물결 출렁이는 억새 또한 늦가을의 끝자락에서 가을 산행을 유혹하는 계절입니다. 눈 오기 전 아쉬움 때문인지 막바지 가을 등산 후 많은 환자들이 발 통증으로 필자의 병원을 찾아주었습니다. 무릎, 발목, 발 등 하지 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무지외반증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무지외반증이란 진단명은 대중 매체나 주위에서 흔히 들어봤을 것입니다. 워낙 빈도가 높고 수술할 정도는 아니지만 경미한 변형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병은 구조적으로 엄지발가락 주변 인대 불균형에 의해 엄지발가락이 바깥으로 휘고 전족부가 내측으로 튀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측으로 튀어나온 중족골과 발가락 사이의 관절 부분에 염증이 발생할 경우 점액류라 해서 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형이 오래되고 심해질 경우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아래로 밀려들어가 다른 발가락의 변형을 초래하며 변형된 발가락 자체에도 통증이 발생합니다. 변형이 진행될수록 체중부하가 외측으로 이동하고 전족부 발바닥 쪽에 굳은살 등이 생겨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무지외반증은 신발을 신는 집단에서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높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하이힐 같이 볼이 좁고 전족부에 많은 부하가 가해지는 신발을 신는 사람들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보아 신발 등 외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며 나이가 증가하며 유병율도 증가합니다. 유전적 요인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청소년기 무지외반증 환자의 반 이상에서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어머니가 무지외반증이 있는 경우 더 높은 빈도를 보입니다. 따라서 외적인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병의 발현과 진행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나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무지외반증의 진단은 엑스레이 촬영 및 간단한 이학적 검사로 대부분 가능합니다.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발 부분 뼈들 간의 각도를 측정해 진단하고 중증도를 파악합니다. 발등에 있는 중족골 간의 각도, 중족골과 발가락 사이의 각도가 중요하며 여기서 촬영한 각도를 세분화해 수술 여부 및 수술 방법을 결정합니다. 발가락 사이의 각도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전신인대 이완증, 신경근육성 질환, 편평족, 아킬레스건 구축 등 다양한 질병이 무지외반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어 혈액검사 등 특수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중요합니다.

 

무지외반증의 치료는 다른 치료와 마찬가지로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변형이 심하지 않거나 변형이 심하더라도 통증이 없고 자신이 심리적으로 변형을 받아들인다면 적절한 약물치료와 보조기, 편한 신발 등으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폭이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은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치므로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적 치료는 심한 변형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거나 적절한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시행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변형의 정도에 따라 여러 수술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 변형의 교정을 위해 절골술 즉, 변형된 뼈를 잘라내고 원래 모양대로 다시 고정하는 수술입니다. 연부조직만 교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진 않습니다. 절골술이라 하더라도 발에 국한되기 때문에 수술이 크지 않고 위험도도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뼈를 다시 고정하고 유합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술 후 약 한 달가량은 조심해야 합니다. 수술 전 상태에 따라, 수술자의 선호에 따라 기술적으로 수많은 방법이 있으므로 꼭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무지외반증은 사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가족력이 많기 때문에 예방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잘 관리하면 수술까지 갈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불편한 신발이 악화 인자로 밝혀졌으므로 편안한 신발을 사용해서 건강한 발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