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기업 메신저 잔디(JANDI) 대표 다니엘 챈. 사진=노연주 기자

메신저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최근 협업 툴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계 미국인 다니엘 챈(Daniel Chan, 29)이 기업만을 위한 최적의 메신져 프로그램 '잔디(JANDI)'를 개발해 한국의 스타트업(Startup) 시장에 문을 열었다.

작년 6월에 설립해 1년 6개월이 채 안된 잔디는 서울 강남 역삼에 위치해 있다. 신생회사라 규모가 아담할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으나 사무실은 44명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일하기에 충분한 '확' 트인 넓은 공간이었다. 영어 이름을 각자의 컴퓨터위에 크게 붙여놓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챈 대표에 대한 배려기도 하고 직원들끼리도 직급 없이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동기 Motivation

"내 결혼식에 잘 왔어. 우리 대학 때 얘기했던 '꿈', 우리 이제 같이 하자!"

멀리서도 절친한 대학 동기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날. 축하의 말을 건네는데 신랑되는 친구가 대뜸 사업 제안을 해왔다. 그가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다. 두 사람은 미국 명문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같이 전공했다. 그들이 대학시절 내내 미래에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같이 해보자고 약속했다.

챈 대표는 미국 TPG(Texas Pacific Group)에서 애널리스트로 3년간 근무하고 이 후 LA에서 유나이티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Unity Investment Partners)라는 금융 관련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1년 간 회사를 이끌었다. 당시 그가 이끌고 있던 회사가 잘 됐고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해 홍콩으로 움직이기 위한 준비가 거의 끝난 시점 이었다고 했다.

챈은 학교를 졸업하고 바쁘게 지내다 신현성 대표의 결혼 소식을 듣고 다시 만나 '같이 하자!'는 말을 들었을때 열정이 넘쳤던 대학시절의 그 뜨거움을 느꼈다. 그길로 미국으로 돌아가 '잘나가던' 회사에 사직서를 던졌다.

티켓몬스터 이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흥을 위해 '패스트 트랙 아시아(Fast Track Asia)'라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를 2012년 공동 설립한 신현성 대표가 지금의 최영근 CTO(최고 기술 책임자)와 이영복 COO(최고 업무 집행 책임자)와 함께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잔디를 구상, 다니엘 챈과 마지막으로 손을 잡은 것이라고 한다.

처음 챈은 국내에서 가족, 회사, 학교 등의 모임을 위한 그룹소셜 SNS(Social Network Service) ‘밴드(BAND)’의 급성장을 확인하고 미국에 가져가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미 국내에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의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의 행아웃, 네이트온 등 모바일 메신저의 인구가 수 백만이다. 사람들에게 '메신저'의 사용은 생활의 일부가 됐고 회사에서는 업무나 정보교환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업무 소통의 '일부'가 됐다.

이런 메신저시장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그 종류 또한 많아졌다. 하지만 '기업만을 위한' 중요한 서류를 정리 및 보관하거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서류 검색 기능, 주요 지시사항들을 수시로 확인해야하는 회사들을 위한 메신저가 없다. 이미 메신저에 익숙해진 우리 한국문화에 기업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정비한 '잔디'의 등장은 이 시장을 움직일 만한 이유가 충분히 된다고 본다.

▲ 스타트업 기업 메신저 잔디(JANDI)의 대표 다이엘 챈. 사진=노연주 기자

메신저의 미래 Messenger’s future 

메신저는 누구나 다 이용한다. 최근 클라우드로 불리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주는 '자료 저장소'가 등장했다. 이 자료 저장소는 우리가 메시저를 하면서 주고받는 사진들이나 세상에 넘쳐나는 정보들을 보관해주는 역할을 맡고있다. 아이디 하나로 자료 저장소인 에버노트나 드롭박스 등에 사진, 문서 등을 보관할 수 있다. 이젠 컴퓨터가 망가져 '문서가 다 날라갔어!'하고 분노하는 일은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편리한 '자료 저장소' 시스템 회사들도 업무의 소통을 위한 메신저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아이클라우드 기업들도 그들만의 메신저를 만들기 시작했다. IT기업이든 옷을 판매하는 쇼핑몰 회사든 업무를 위한 메신저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다니엘 챈 대표는 "싸스(SaaS)라고도 하는 이 서비스 소프트웨어 서비스 시장들은 지난 5년간 3배의 성장을 했고 미래 5년 내에도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다"고 확신에찬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주는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인 '커스터 마이징(customizing)'을 해주면 좋을것 같지만 기업에서 일부 권한이 '높으신' 분들에 의해 그들이 원하는 기능만을 개발한다면? 실질적으로 사용 해보지도 않은채 만들어진 ‘상품’은 유용할 수 가 없다. 

메신저가 문화가 더 확대될 것을 들으면서 갑자기 '이메일이 없어질 수도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챈 대표는 이메일이 50년 내 없어지진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현저히 줄 것임을 확신했다.

편지처럼 긴 문장이나 서류를 보내기에 적합한 이메일은 애초에 기업 업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한 줄짜리 문장 또는 단답형의 대답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럴 때마다 상사나 동료의 이메일을 주소창에 입력하고 한 줄 짜리 편지에 '네 아니오'의 답장을 쓰는 것을 하루에 수 십 번씩 하는 건 시간 낭비다."

업무의 효율을 위해 '다이나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잔디는 이메일을 원래 만들어진 취지로 돌려놔 줄것이다. 예전에 쓰던 집 전화나  팩스처럼."

 

투자 Investment

제법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체루빅 벤처스 및 소프트뱅크 벤처스로부터 21억 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또 퀄컴 밴처스에서 5억 8000만 원의 투자를 받았다며 "퀄컴 벤처스 주관 큐프라이즈(Q-Prize) 2015 글로벌 투자 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두 번의 글로벌 우승을 차지했다. 25만 달러(약 2억 8742만원)씩  총 50만 달러 (약 5억8000만원)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년 초에 또 한번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의 지갑이 계속 열리는건 잔디의 가능성을 내다본 것일까.

계속되는 투자에 덩치가 커질 것이 벌써 '염려'돼 이른 질문이지만 미래 '공룡기업'이 됐을 때 대기업의 인수 제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물었다. 오로지 '팀워크'를 위해 한국을 왔다는 댄챈 대표는 절대로 돈을 위해 회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서울, 일본, 대만 오피스에 대한 애착과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Korea vs. U.S.

"미국은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스타트업을 하는데 있어 그가 미국과 영국에서 했던 경험과 한국을 비교해 달라는 말에 긍적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대답을 했다. 한국은 채용이나 취업에 있어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성향이라고 한다. 챈 대표는 "한국 취준생들은 대기업이 아니면 루저(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취준생 특유의 '성향'과 그렇게 만든 우리 사회를 지적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는 '잇츠 오케이(It’s OK)'다. 사람들은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금융이나 컨설팅 일을 하던 사람들이 요즘 핫하게 떠오른 우버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만들지 않았는가. 이들은 전혀 두려워하면서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할 땐 투자받기가 아주 쉬웠다는 챈 대표. 이는 '미래지향적'인 웨스턴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경험한 한국은 이미 알고있는 것이 아니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도전이라는 생각에 투자를 꺼려한다고.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안지 않으려고 한다.

잔디는 그룹챗을 만들고 여러 개의 폴더, 또 그 폴더 안에 폴더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대화창에서 한참이 지난 이미지나 서류 파일등도 검색기능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메신져들 처럼 드롭박스나 에버노트 등의 '자료 저장소' 클라우드 등과 모두 연동이 된다.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메신저 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카카오톡이 80%를 차지해 국내서는 1위. 2위는 네이버의 '라인'(3.23%), 3위는 중국 2억 인구가 사용하는 텐센트의 '위챗'(1.83%)으로 나타났다. 라인과 위챗은 각각 일본과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지만 한국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같은 분기에 이용자 수는 카카오톡이 3094만 9584명으로 톱을 달렸고 페이스북 메신저의 국내 이용자는 604만 5043명으로 2위을 차지했다. 3위는 네이버의 라인으로 551만 4155명이다.

하지만 카카오톡 안에서 사생활과 업무가 무작위로 엇갈렸다. 지난해 가을 카카오톡의 감청 논란이 불거지자 사람들은 처음으로 '보안'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갖게 됐다.

 

보안 Security

잔디의 강점은 보안성에서 두드러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환경을 구축한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통해 데이터를 저장 및 전송하고 있다. 기지국은 일본 지사에 있으며 PFS(perfect forward secrecy) 프로그램을 통해 AES 256-bit SSL/TLS를 적용함으로써 기업 데이터를 보호한다. 모든 자료는 암호화 되어 해킹이 된다 해도 해독할 수 없다.

▲ 스타트업 기업 메신저 잔디(JANDI)의 대표 다이엘 챈. 사진=노연주 기자

팀 Team

"우리에겐 주도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를 만들어 얽매지 않는다. 다른 회사들처럼 텐투세븐(10 to 7)룰을 만들었지만 부장, 과장 등의 직함은 없다.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르거나 모두가 서로를 매니저라고 부른다. 직원들도 댄 챈을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친구처럼 '댄'이라고 부른다. 

'360(삼육공)' 이라고 해서 월말이 되면 직원들끼리 서로 평가하는 ‘평가논의’ 시간을 갖는다. 매주 금요일엔 '버디런치'라고 해서 챈 대표와 직원들이 랜덤으로 섞여 점심식사를 한다. 퇴근 후 직원들과 같이 저녁 자리를 하는 '해피아워, 팀 활동으로 산행도 종종 한다고 한다. 모든 활동엔 제약없이 원하는 직원들로 구성된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챈 대표는 두 가지를 조언한다. 그 것은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라"는 것과 "가장 큰 위험은 위험 부담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란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