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춘이 ‘크리스탈 볼 2016’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치밀한 경제의 분야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담겨 흥미로운 본 보고서는 마법사의 수정구슬처럼 미래를 전망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포춘이 다소 대담하게 내년 경제전망을 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흥미를 끄는 것은 애플의 테슬라 인수 가능성이다. 물론 가시적인 흐름이 포착된 것은 아니며 확실한 증거도 없는 예측에 불과하지만, 더 정확히 말해 정황증거에 따라 전망한 시나리오일 뿐이지만 애플과 테슬라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한 중량감 때문일까?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그들은 어떤가?

현재 애플은 아이폰의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기업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는 빅데이터 기반 도서 분석 및 전자책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북램프를, 9월에는 클라우드 네트워킹 기술기업인 유니온베이네트웍스 등을 사들였으며 올해 3월에는 NoSQL DB 고속 분석기술을 보유한 파운데이션DB, 4월에는 이스라엘 소형 카메라 업체인 링스와 GPS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히어런트 내비게이션을 인수했다.

5월에는 독일 AR(증강현실) 전문기업 메타이오를 흡수했으며 최근인 10월에는 퍼셉티오와 보컬IQ 등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을 연이어 품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내부의 몸집을 줄이고 막대한 기업 유보금으로 치열한 인수합병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을 고려하고, 인수합병 자체가 선순환 생태계를 창출하기 위한 톡톡튀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도 감안하면 애플의 행보도 쉽게 답이 나온다.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다. 칭화유니그룹이 중국정부의 지원으로 급격하게 몸을 키워 막강한 인수합병 전장의 중앙에 선 것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준비가 되어있다. 애플의 주주들도 테슬라 인수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떨까? 테슬라가 혁신적인 기업이며 앨런 머스크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CEO의 주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친환경의 테마로 떠오른 전기자동차의 가능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기존 자동차 업계의 견제 및 실제적 성장동력적 측면에서 그 미래가 불투명한 것도 냉정히 말하면 사실이다. 이는 전격적인 결단의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애플과 테슬라의 관계가 최근 요원하다는 것이 변수다. 애플이 애플카를 제작하겠다는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 제품 출시를 천명한 상태에서 양사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 빼가기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테슬라 엔지니어들이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에 속속 합류하자 앨런 머스크는 언론을 통해 애플을 ‘테슬라의 무덤’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합병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춘은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니 예견했다. 근거가 뭘까? 일단 양사가 인수합병을 전제로 만난 사실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팀 쿡 애플 CEO는 골드만삭스의 인수합병 전문가 아드리안 페리카를 통해 테슬라 인수합병을 두고 앨런 머스크와 직접 만나기도 했다. 비록 불발됐지만, 애플이 테슬라 인수합병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드러낸 지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견의 배경은 또 있다.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하면 타이탄 프로젝트의 성공은 더욱 빨라진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 시장 포화상태와 지나친 아이폰 의존도라는 폭탄을 안고있는 애플 입장에서 미래성장동력을 잡아내기 위한 행보 자체가 빨라질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ICT 기업의 분위기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략으로 굳어지는 것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구글의 경우 지난 달 멀티미디어 칩 아키텍처 공고를 내는 한편, 자체적으로 칩 개발 작업을 지휘하고 탑재 작업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와의 협력을 담당하는 직원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보가 독자칩 개발로 굳어지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수직계열화도 꿈이 아니다. 국내의 네이버도 블루 프로젝트를 통해 하드웨어 투자전략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애플카를 어떻게 자작할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이폰처럼 자신들이 설계를 맡고 제작을 협력업체를 통해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가 존재하게 되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수직계열화 전략도 충분히 고려가능한 무기가 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애플이 최근 확보하고자하는 서비스 기업화의 이행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가 18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12개월 목표주가를 163달러로 매기며 애플을 사실상 서비스 기업이라고 정의한 것에 집중해보자. 실제로 이제 애플은 IT하드웨어 기업이 아니라 자사의 서비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하드웨어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던 과거의 모습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가 애플의 CEO로 취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소 충격적이지만 흥미로운 시나리오다. 팀 쿡 CEO가 사실상의 유통 전문가로 활동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관리자형이라면, 앨런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파격적이고 진취적인 CEO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실 이러한 전망은 애플과 테슬라의 팬들이 원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이다.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하면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장단기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적 측면과 에너지 효율적 측면에서, 애플카적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대목이다.

▲ 출처=테슬라

 하지만, 어려울 것

포춘의 예언대로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겠지만, 사실 이뤄지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 애플과 테슬라의 감정적인 문제를 넘어 전적으로 테슬라의 의지가 관건이다.

앨런 머스크의 입장에서 그는 자신을 중심으로 에너지, 운송수단, 항공 등의 인프라를 빼곡하게 구축하고 있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기가팩토리를 보자.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이자, 거대한 ESS(에너지저장시스템) 공장이 될 전망이다. 만약 완공되면 연 35GWh의 리튬이온 2차 전지 생산이 가능하며 오는 2020년에는 배터리 셀과 팩까지 포함해 연 50GWh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글로벌 배터리 가격을 내릴 것이며 그 중심에서 테슬라는 에너지 관리기업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개인과 기업에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을 제공하는 솔라시티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출처=테슬라

스페이스X는 2006년 3월 팰컨1 발사 성공 이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성공률 자체가 고무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민간 우주수송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테슬라의 전기차와 하이퍼루프로 이어지는 교통 인프라의 혁신까지, 앨런 머스크는 미래비전을 쌓아내기 위한 모든 인프라를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서 전기차 인프라만 뚝 떼어내어 애플에 매각할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앨런 머스크가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 살아있는 애플의 CEO로 이직해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릴 가능성도 열려있으나, 에너지와 교통, 우주로 이어지는 그의 자체적인 인프라를 고려하면 양사의 결합은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앨런 머스크가 전기차 충전소를 바탕으로 기간 인프라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스페이스X. 출처=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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