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서정 대표가 'CGV 글로벌 성과와 2020년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CGV 제공

국내 영화관이 세계 체인화되고 있다. 가전제품도 아니고 커피 음료도 아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히는 거대 문화 여가 플랫폼이 움직였다. 이제 세계인이 한국형 컬쳐플렉스에서 여가 생활을 향유한다. 의식주보다 파급력이 큰 K-culture는 현지에서 생산·재생산된다.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던 극장은 이제 세계에 말한다. “Welcome to CGV!”

CJ CGV가 지난 10월 23일 중국 청두에 ‘CGV 청두 롱후진난’을 개장하며 글로벌 100호점을 돌파했다. 2006년 중국 상하이에 글로벌 1호점을 연 지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후에도 베트남 하노이, 인도네시아 치르본, 중국 이씽, 루저우, 창사 등에 순차적 개관으로 지금까지 총 105개의 글로벌 극장을 확보했다. 올 연말까지 글로벌 극장 수는 118개까지 늘어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극장 수를 넘어서게 된다. 2013년 말 글로벌 지점이 49개에 지나지 않았는데 2년 새 큰 성장을 이룬 셈이다.

서정 대표이사는 2020년 비전 발표회에서 “CGV의 미래는 글로벌이다. 2020년에 전 세계 1만개 스크린을 확보하겠다. 4.5배 성장한다는 것인데 딱 5년 남았다”며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관객은 같은 영화를 봐도 극장은 골라간다. 세계인은 왜 CGV를 골라 가는가. 해외 시장에서 CGV가 지닌 경쟁력과 비전을 짚어봤다.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컬쳐플렉스 2.0’로 똑똑한 진화

우리는 자고 먹고 누군가를 만나며 일한다. 그리고 영화를 본다. 영화는 일상이다. 서점 사이트에 ‘영화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영화관에선 시·철학·사랑·영성까지 만난다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이쯤 되면 영화는 인생이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에세이집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를 통해 “영화는 나에게 <로마인 이야기>를 쓰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위대한 영화는 위대한 문화를 재탄생시킨다. 영화의 무게만큼 영화를 담는 영화관의 내공도 커야 하는 이유다.

영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대중은 영화관에서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원했다. CGV는 1998년 CGV강변을 통해 국내에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세웠다. 관객은 더 많은 영화를 소비했다. 멀티플렉스는 어느 영화관을 가도 동일한 서비스와 안락한 환경의 제공을 보편화했다. 영화관은 어느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누군가의 주말 고정 장소가 됐다. 극장은 2011년 CGV청담씨네시티 개관과 함께 문화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컬쳐플렉스’로 진화했다. CGV는 관객과 함께 성장했고 영화관을 쇼핑, 레저, 휴식의 공간으로 바꿨다. 그 비결은 끊임없는 변화에 있다. 서정 대표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모든 부분에 있어서 변화한다. 작은 부분은 인테리어나 시설 개선부터 특수 상영관 기술 개발까지 계속해서 고객을 분석하고 시도한다”며 “1등 사업자지만 1등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꺾인다. 우리는 어제와 다르다. 계속해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CGV는 늘 그랬듯이 한발 더 나아가 지역 밀착 문화플랫폼 ‘컬처플렉스2.0’ 개막을 선언했다. 모든 극장에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한 것. 대표적으로 CGV 대학로점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연극과 콘서트도 관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극장 로비를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하고, 영화와 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방침이다. 또 영화관별로 특화된 디자인 콘셉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CGV는 컬처플렉스 2.0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이미 각 극장의 책임자 명칭을 점장에서 CM, 즉 문화의 매개자(Culture Mediator) 또는 영화 매니저(Cinema Manager)로 바꿨다. 2020년까지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모든 CGV 극장에도 컬처플렉스 2.0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듯 CGV는 국내에서의 내실 있는 성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극장의 해외 진출 초기부터 “단기간의 수익에 급급하지 말고 한국적인 컬처플렉스를 구축해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신념을 기반으로, CGV는 중국 사업에서 10년 내내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꾸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출처=CGV제공

국내 토종기술 4DX 세계 영화산업 바꾼다

1895년 프랑스 파리 그랑카페의 지하 인디안 살롱에서 10여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최초의 영사기 ‘시네마토그라프’는 그렇게 탄생했다. 신박한 발명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시네마토그라프는 수많은 예술을 생산했고 전파했다. 21세기 대중은 영사기 그 이상의 기술에 열광한다. 2011년 세계 최대 영화산업박람회 시네마콘에서 드림웍스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카젠버그는 “영화관의 미래를 알려면 한국의 극장에 가라”고 말했다. 영화 장면에 맞춰 흔들림이나 향기, 물, 바람 등을 직접 경험한다. 이 기술은 영화를 접하는 자세를 바꿨다. 이제 관객은 관찰을 넘어 오감으로 체험한다. 최초의 것이 그러하듯 CGV가 개발한 국내 토종 기술 4DX에 세계인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CGV가 지난 2009년 첫 선을 보인 오감체험 특별관 4DX는 불과 6년 만인 2015년 11월 18일 기준 국내 포함 35개국 225개관(한국 제외 34개국 164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누적 관객 수가 최단 기간(1~10월) 1000만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해외 실적도 개선돼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37% 정도 증가한 550억원에 이를 전망으로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낼 것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약진이다. 글로벌 시상식에서의 선택도 이어졌다. 2014년에는 미국 국제 3D·차세대영상협회(I3DS)로부터 ‘올해의 시네마 혁신상’을, 지난 4월에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혁신적인 성과에 대해 수상하는 미국 최고 권위의 상인 ‘에디슨 어워드’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았다.

CGV의 지속적 변화는 꾸준하다. 4DX에 이어 2013년 말, 영화관 전방 스크린뿐 아니라 양측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멀티프로젝션 특별관 ‘스크린X(ScreenX)’를 선보였다. 현재 국내 외 총 170개(특허 등록 29건, 미국·유럽·중국·일본 포함)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지난 2014년엔 미래부 주관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올해 1월에는 민관 합동 ‘미래성장동력 분야 플래그쉽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미래 세계 영화 시장을 리드할 새로운 상영관 기술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스크린X는 국내에서 CGV홍대·영등포 등 46개 극장 77개, 해외에서 미국 LA 마당과 라스베이거스 AMC 극장, 베이징 완다 시네마, 태국 방콕 메이저 시네플렉스 등 3개국 7개의 스크린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영화산업 박람회 ‘시네마콘 2015’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첫 선을 보여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스크린X 데모 세션 및 부스를 방문한 디즈니, 워너, 픽사 등 주요 할리우드 스튜디오 관계자들과 중국 완다, 미국 AMC, Cinemark 등 글로벌 주요 극장 사업자들은 스크린X에 큰 호기심을 보인 뒤 몰입감에 찬사를 보냈다. 지난 8월에는 완다 그룹 본사가 위치한 베이징 완다 CBD 극장에서 완다 시네마와 ‘스크린X’ 확산을 위한 광범위한 협력을 주 내용으로 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 시안, 대련 등 완다 주요 플래그십 영화관에 스크린X를 지속 설치하고, 영화 기술 교류도 꾀하는 등 전략적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

2020년 전 세계 1만개 스크린, 7억 관객 목표

최근 글로벌 영화공룡들의 기세가 드세다. 특히 중국 영화관의 세계 시장 공략 가속화와 콘텐츠 투자 강화는 사실상 한국 영화에는 큰 악재다. 실제로 중국의 1위 극장 사업자인 완다 시네마의 경우, 중국 내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2위 멀티플렉스 체인 AMC와 호주 1위 호이츠를 인수했다. 이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중국의 정신을 세계에 심는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의 IT 업체들이 영화 콘텐츠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자칫 K-무비가 꽃피우기도 전에 중국 영화에 잠식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이유다.

결국 문화공룡 미국과 중국에 맞설 토종 문화기업의 첫걸음은 ‘해외에서 강력한 영화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CGV는 K-무비의 힘을 세계에 전하기 위해 해외사업에 중점을 둔 공격적 경영 전략을 펼친다. 여러 국가에 매물로 나온 극장 인수를 적극 검토해 영화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벨트를 완성하고, 이어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극장 체인들과 긴밀한 협조하에 4DX와 스크린X 등 CJ CGV가 개발한 특별관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영화시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한국 영화의 활로 개척을 위해 플랫폼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절박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 구체화해서 들여다보면 CGV는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6개 국가에 걸쳐 1637개 보유한 스크린을 2020년에는 12개국 1만 여개까지 확대한다. 이 중 전체 스크린의 약 80%와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극장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현재 연간 1억3000만명인 CGV 관람객은 2020년 7억명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또한 전 세계 영화 관람객의 8%를 차지하는 세계 톱 클래스 극장 기업(참고: 2014년 1위 완다 시네마의 관람객 점유율 3.5%)이 되면서 한국 영화를 전 세계인에게 전파하는 K-무비 플랫폼의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서정 대표이사는 2020년 CGV 비전 설명회에서 “해외에 CGV 극장이 늘고 우리 영화 상영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세계에 동반확산 및 상생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CGV의 글로벌 진출은 단순히 외연의 확대가 아니라, K-Contents의 세계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