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지역의 아파트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난달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이 3.3㎡당 4000만원 넘는 분양가로 화제가 됐었죠? 앞으로 나오는 단지들이 이보다 저렴하진 않을 것 같아요. 지난해 10월 분양한 반포아크로리버파크의 분양권에는 평균 1억5000만~2억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어요. 문의 전화도 많죠.”(서울 서초구 잠원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강남 아파트 버블이 곧 터진다는 얘기는 8년전부터 들었죠. 한국 부동산 시장이 일본을 따라간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일시적 하락이지, 강남구, 서초구 집값은 회복세가 빠르잖아요. 로얄층 단지가 당첨됐으면 좋겠어요” (강남 재건축 단지 청약 희망자, 분당 거주민 김모씨)

지난해 9월 재건축 규제완화 및 민간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강남 재건축 분양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3.3㎡당 분양가 ‘4000만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심지어 오는 20일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반포 래미안아이파크'  3.3㎡당 분양가가 4240만원으로 책정돼 또 한차례 화제를 낳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공급량도 10년 만에 사상 최대치로 쏟아진다. 정부규제 완화와 주택경기 호황으로 재건축 사업추진 빨라진 탓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5년 2만 694가구가 공급된 이후 올해 1만 3059가구가 공급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송파구 가락동에 지어지는 ‘송파헬리오시티’ (9510가구/일반분양 1550가구)단지는 2005년 이후 지역 내 첫 공급이다. 한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강남구 삼성동에도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416가구/일반분양 93가구)이 6년 만에 공급된다.

연내 강남권 재건축 분양물량은 입지여건, 단지규모, 브랜드 등이 뛰어나다. 강남 지역은 아파트 몸값을 결정하는 ‘강남 접근성’을 따질 필요도 없고,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하다. 학군과 편의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중요 상업시설 및 업무지역도 밀집돼 있어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부지.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강남 재건축 단지, 학군, 시설, 인프라 모두 뛰어나

지난 16일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잠원역 2번 출구로 나왔다. 12월 분양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607가구/일반분양 153가구)단지와 대림산업의 내년 분양 사업지인 ‘아크로리버뷰’(595가구/일반분양 41가구) 재건축 현장을 보기 위해서다. 두 단지는 원래 11월 중으로 분양 계획을 잡았으나, 조합원 측과 사업 조율 문제 등으로 1~3개월 정도 분양시기가 지연됐다.

‘신반포자이’는 기존에 있던 ‘반포 한양아파트’를 모두 철거한 상태다. 높은 펜스로 둘러싸인 공사장에는 현장 소음만 간간이 들렸다. 단지 바로 앞에는 리뉴얼 중인 킴스클럽과 뉴코아 아울렛이 건물이 보였다. 거주민의 이주로 수요가 많이 줄어든 탓에 새롭게 변신을 준비 중인 것이다. 이 외 신세계백화점 고속터미널점은 물론 센트럴시티 내 다양한 상업•문화시설도 가까웠다. 모두 도보권 생활이 가능하다. 단지 맞은편에는 경원중학교가 있고, 반원초교, 세화고교, 반포고교 등 명문 학군도 갖췄다. 쾌적한 주거환경도 누릴 수 있는 입지였다. 잠원한강공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으며, 서리풀 공원도 인접해 있다. 이 같은 입지적 요소 때문인지, 최근 시행된 수도권 유망 단지 설문 조사에서 ‘신반포자이’는 재건축 단지 중 가장 기대되는 곳 1위로 꼽혔다. 또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1~4위를 모두 싹쓸이하면서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신반포자이’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아크로리버뷰’ 단지 현장이 있다. 이날은 한신아파트 5차 건물을 철거 중이어서 소음과 먼지가 흩날렸다. 아크로리버뷰는 총 595가구 가운데, 41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한강변 아파트라 저층 일부를 빼면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신반포자이’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3호선 잠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7호선 반포역, 고속터미널역도 가깝워 트리플 역세권 단지이다. 인근 C공인업소 관계자는 “아크로리버뷰는 일반분양은 한강조망권이 없는 저층 아파트 물량이 대부분”이라며 ”‘아크로리버뷰’는 조합원 물량을 사는 게 유리하고, ‘신반포자이’는 일반 청약도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뷰' 단지 현장. 기존 한신아파트 5차 건물을 철거 중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유영기자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이번에는 송파역 3번 출구로 나왔다. 국내 최대규모 ‘헬리오시티’ 아파트 현장을 보기 위해서다. 현장에는 이주를 거부하는 입주민 때문에 한 건물을 빼곤 모두 철거를 진행한 상태였다. 인근 A공인업소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일반 분양물량은 저층부에 몰려있어, 전용 59㎡는 조합원 물량 매물을 찾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며 “송파 지역에 새 아파트 공급이 오랜만이어서 기다린 수요자가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건폐율이 19.41%로 단지 내 녹지공간만 12만 7000여㎡에 달한다. 단지 중앙에는 약 1㎞ 길이의 중앙공원인 파크밴드(PARK BAND)가 만들어지며 놀이터와 주민운동시설, 휴게소 등을 포함해 다양한 테마정원 등이 조성된다. 청약성적도 꽤 좋았다. 실제로 청약 1순위 통장만 4만개가 넘게 몰리며 최근 12년간 서울 최다 청약신청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 2003년 5월 분양된 '도곡렉슬'(9만7279명) 이후 역대 2번째로 많은 청약자가 몰린 것이다.

▲ 가락시영 아파트 철거 전후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김유영기자

이처럼 최근 강남권 분양시장에서 1순위 마감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1~10월 강남권에서는 368가구가 청약자를 모집해 1순위에서만 1만2799명이 지원했다. 청약경쟁률로 따지면 34.78대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1.99대 1(8235가구 중 9만8774명)에 그친것에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청약뿐만이 아니다. 계약까지 빠르게 이뤄지면서 완판이 잇따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청담동 진흥빌라를 재건축해 선보인 ‘청담 린든그로브’는 나흘만에 100% 계약이 완료됐으며 11월 10일부터 계약을 진행 중인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도 예상보다 더욱 계약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상아3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416가구/일반분양 93가구)도 최근 청약결과 전체 81명 모집(특별공급 12가구 제외)에 총 2557명이 몰리며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평균경쟁률은 31.57대 1이다. 최고 청약률은 101.33대 1이다.

앞서 분양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역시 평균 분양가가 3.3㎡당 4040만원에 이르는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21대 1, 최고 131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계약률은 90%에 그쳤다. 아직도 일부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강남 재건축 분양가, 어디까지 치솟을까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강남 재건축 분양가가 상승하는 것은 그 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며 “특히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일반물량이 작고, 입지와 학군, 생활 인프라 등이 좋아 투자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다만, 분양가가 얼마까지 찍고 가격상승세를 멈추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부동산 시장을 올해 시장에 대비해서 말하자면, 공급, 거래, 가격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아무리 강남 재건축 아파트라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겠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은 프리미엄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섞여 있을 수 있고, 강남이니까 일단은 지르고 보자는 일부 수요도 있어서 꾸준히 인기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의 입지, 분양가, 생활 인프라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문제다. 사실상 올해는 저금리 기조에 전세난으로 실수요가 내집마련에 나서면서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7.22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 발표로 2016년부터는 상환기간 및 방법, 대출금액 등에 문턱을 높아질 것으로 판단돼 향후 대출을 이용한 내집마련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신규분양 집단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있고, 은행들도 자율적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분양시장 역시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