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LG전자

“G4에는 장인정신이 담겨있다.” LG전자 프리미엄 라인업 G 시리즈 최신작 G4는 특별한 제품이다. 겉모습부터 일단은 새롭다. 앞모습은 기존 LG전자 제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뒷모습이 파격적이다.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천연 소가죽 커버에 스티치로 포인트를 넣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커버는 총 3개월짜리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출시를 앞두고 제품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가 유출됐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누군가는 “제발 이 모습으로 출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 모습 그대로 출시됐다.

G4가 LG전자 실적 발목 잡았나

벌써 G4 출시 반년이 지났다. 아직 판매 저조인지, 실패인지, 완전한 실패인지 단정 지을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주위에서는 기대보다 제품이 덜 팔렸다는 목소리가 많다. 물론 덜 팔린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패’는 아니다. 다만 많이 팔려고 만든 제품이 기대보다 덜 팔렸다면 전략의 실패 정도로 볼 수 있겠다.

LG전자가 실적이 부진하자 시선이 G4에게로 쏠렸다. 올해 2분기 LG전자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의 우울한 전망이 적중한 것이다. MC 사업본부 매출은 3조6484억 원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충격적인 것은 영업이익이 2억 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 출처=LG전자

3분기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MC 사업본부는 무려 77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6분기만의 적자 전환이다. 2013년 3분기 79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G4의 판매 부진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G4가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혹시 차별화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최근에 나오는 제품들은 성능이 상향평준화를 이뤘다고들 한다. 이제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요소가 필수적이다. LG전자는 G4를 설계하면서 그 무엇보다도 차별화에 힘을 쏟은 듯하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교체 사이클이 빨라지고 덩달아 유행의 속도도 가파르게 변한다. 경쟁사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강점을 돋보이게 한다는 마음으로 G4를 준비했다.” 조성하 LG전자 부사장의 말이다. 얼마나 차별화에 신경을 썼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첫 번째 차별화 포인트는 후면커버다. 조준호 MC 사업본부장(사장)의 ‘남의 것은 따라하지 않겠다’는 철학이 실체로 구현된 모습이다.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메탈 소재는 진부하다”고 강조했던 그는 ‘소가죽’을 제품에 입힐 생각을 했다.

LG전자는 G4를 일종의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3년 이상의 조사와 연구를 했다고 한다. 공 들인 결과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G4의 후면커버는 이렇게 탄생했다.

소비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LG전자는 애초에 호불호가 갈릴 것을 알았다는 눈치였다. 자신들의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만을 확실하게 포섭해 팬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호’보다 ‘불호’가 많아 남은 ‘호’까지 위협할 줄은 몰랐던 듯하다.

▲ 출처=LG전자

낯선 디자인에 따른 혼란도 있었다. 국내에는 폰에 케이스를 착용하는 이용자가 많다. G4를 구입하고도 케이스를 끼워 멋진 소가죽 후면커버가 노출되는 것을 완벽히 봉쇄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폰 케이스를 장착할 건데 뒷면이 멋져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폰 케이스를 끼우지 않고는 불안해서 생활할 수 없는 자들에게 G4의 후면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G4의 한, V10이 풀어줄까

G4 또 하나의 차별화 포인트는 카메라 기능이다. 일단 전문가 모드를 담아 화이트밸런스, 수동 포커스, ISO, 셔터스피드 등을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미지 센서 크기도 전작인 G3에 비해 40% 늘렸다. 전문가 모드에서 찍은 사진은 JPEG 파일은 물론 RAW 파일로도 저장할 수 있다. DSLR급 카메라 성능을 자랑한다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LG전자는 이미지로 소통하는 ‘비주얼 세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비주얼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이 지갑을 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최근 프리미엄 제품들은 대부분 뛰어난 카메라 성능을 자랑한다. 심지어 중저가 제품도 카메라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만큼 발전했다. 이런 가운데 카메라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 출처=LG전자

퀄컴 스냅드래곤808을 AP로 채택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예상과 달리 스냅드래곤810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AP를 선택했다. 다만 스냅드래곤808을 채택한 이유는 쉽게 짐작이 됐다. 발열 논란에 휘말린 스냅드래곤810을 채택할 경우 그 후폭풍이 두려웠던 까닭이다. 논란은 피해갔지만 다른 암초에 부딪혔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풍기게 된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는 성능에 민감했다.

국내 출시 가격도 다소 비싸게 느껴졌다. 82만5000원에 지원금도 상한액에 가깝게 책정했지만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대를 건너고 있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은 예상보다 컸다. 현재는 출고가를 69만9600원까지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조기 재고 정리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데 가격 저항만을 탓하기는 어렵다. 아이폰 시리즈의 경우 높은 출고가에도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G4는 LG전자의 최신 제품이 아니다. '슈퍼 프리미엄 폰‘ V10을 출시했다. 또 구글과 협력해 넥서스5X도 선보였다. 4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이 G4에만 쏠려 있지는 않은 셈이다. 두 제품에 대한 초기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서 LG전자가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결국 진짜 위기를 맞게 될지, 저력을 보여 위기를 극복할지는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