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은 맛이 오묘하여 일찍이 신석기 시대부터 제의(祭儀)를 치른 뒤 즐겨 먹었다고 한다. 미국 소설가 펄 벅(Pearl s. Buck)의 대하소설 <대지>에서도 중국인들이 제사 뒤 예의를 갖추어 먹는 장면이 묘사됐을 정도로, 동양에서는 제사 또는 샤머니즘 의식에서 신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서양에서도 미사의 성찬에 그리스도의 성혈로 묘사되고 있는 것은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술은 인간에게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점은 첫째, 괴로울 때 이성의 뇌를 일시적으로 둔화시키면서 감정의 뇌를 주로 작동시키니 슬픔을 잊게 하고 기쁨을 더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둘째, 두뇌를 마비시켜 망각 작용으로 슬픔을 잊게 한다. 셋째, 용기를 북돋워 평소 말할 수 없는 부탁을 하여 비즈니스를 성사시킬 수도 있으나,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상사에게 찍히기도 한다.

넷째, 술을 조금 마실 때는 성욕을 고취시키나, 과량이 들어가면 소뇌를 마비시켜 오히려 성관계를 불능하게 만드는 야누스적인 면이 있다.

술의 부작용으로는 첫째,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술에는 아세트알데히드기(基)가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의 약 15%는 둘 중에 하나가 없는 장애인인 아닌 장애가 있다. 이런 사람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거나 심하면 숨이 차서 죽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사람이 자꾸 술을 마시면 대장암, 간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둘째, 고환 기능의 저하를 일으킨다. 그래서 정자의 활동력도 떨어뜨려 활동성이 떨어지면 남성 불임의 원인이 되거나 활동성이 약한 정자는 딸이 되기 쉽다. 그래서 약주를 좋아하는 남편을 둔 집엔 딸들이 많다.

셋째, 간에 부담을 주어 간장 질환을 일으킨다. 술의 과다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운동이 부족하면 결국 지방간 또는 당뇨병을 초래한다. 넷째, 독한 술은 식도와 위 점막의 손상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술이 몸을 덥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과량이 누적되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차 장이 무력해지고 뱃속을 아주 차갑게 만들어 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무엇보다도 술을 마실 때 기분 좋게, 모든 것을 잊고 술 자체를 인간 교류의 매개체로 잘 이용하여 사람을 잘 사귀고 상대를 즐겁게 해주면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비즈니스도 잘 한다고 본다. 술을 잘 못 마시면 인간관계도 좁아지고 좀 까다로운 사람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술이 몸에 안 좋은데 꼭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는 갈등을 한다든지 ‘술 상무’처럼 분위기를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든지, 술값을 걱정하거나 내일 무슨 일을 해야 하는데 라고 조바심을 하다 보면 간이 더 나빠진다.

간이 안 좋은 사람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다. 육체의 피로도 간에 안 좋지만 정신의 스트레스가 간장 질환에 아주 치명적이다.

그래서 술도 체질에 따라 주의하며 마셔야 한다. 태음(太陰)인은 가장 술을 잘 마실 수 있어 실제로 술을 지고는 못 가도, 마시고는 갈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술에 강하다. 특히 평상시 다소 침체적인 분위기였다가 술만 마시면 자신의 세상을 만난 듯 즐겁고 유쾌해진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중인격이 드러나 평상시엔 하루 종일 한마디도 말을 안 하고 살다가, 술이 적당히 들어가면 세상에 자기가 최고고 못 할 게 없다며 주체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울러 어떻게든 술 마실 핑계를 만들어 거의 매일 즐기는데, 그러다 수입의 대부분을 술값으로 탕진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따라서 술도 2차, 3차 양으로 승부하려 하지 말고 처음부터 절도 있게 오감을 자극하며 격조 있게 마실 수 있는 와인 종류를 권하고 싶다. 특히 심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 좋다.

소음(少陰)인은 술을 마셔야 더 건강해진다. 물론 반주 정도로 저녁에 2~3잔을 매일 마시면 좋다. 막걸리와 같은 곡주를 마시면 무기력해진 위를 자극하여 소화도 잘 되고, 입맛도 잘 돌고 혈액순환에도 좋아 한체질(寒體質)인 소음인에게는 적극적으로 술을 권하고 싶다.

소양(少陽)인과 태양(太陽)인은 가급적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양인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이미 흥분 상태라 술이 조금만 들어가도 업(up)되어 과다하게 피곤해질 수 있다. 그래도 무리하게 술을 마시다 보면 통풍이 올 수 있고, 간 기능이 약해서 술을 마신 다음날엔 후유증으로 아주 피곤하고 팔다리가 쑤시기까지 한다. 굳이 마셔야 한다면 양주나 소주 같은 독한 술을 아주 조금만 마시는 것이 좋다. 태양인은 무심코 마시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일이 흔하여 좋은 재능을 술독에 묻고 써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술은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 못 쓰면 패가망신하고 자신의 건강을 오히려 해치는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