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담보로 한다. 과거의 성장은 참고자료일 뿐이란 것이다. 그만큼 과거의 고성장이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금물이다. 고성장은 ‘상대적’ 저성장을 뒤에 달고 오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을 떠나 MBK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맞이한 코웨이는 이후 분명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놨다. 아울러 재무구조도 개선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M&A(인수합병) 시장에서 ‘과거’는 사치다. 특히 인수주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 대상의 향후 ‘수익’과 현재 ‘거래가격’으로 이점을 볼 때, 코웨이는 매력은 떨어진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웨이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이하 IFRS기준)은 1조68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174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매출별로 보면 렌탈사업부문은 1조3480억원, 일시불판매 2764억원, 기타 5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코웨이의 매출부문별 실적은 렌탈사업부문 1조2510억원, 일시불판매 3075억원, 기타 589억원으로 렌탈사업부문의 호조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 코웨이 2014년 3분기 누적 사업부문별 매출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 기간 동안 매출원가는 2.7% 감소해 매출총이익이 7.5% 늘어나는데 한 몫 했다. 매출총이익에서 차감되는 판매비와 관리비는 3.64% 올라 영업이익이 18.4%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 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급여및상여’(전년동기대비 4.72% 상승), ‘지급수수료’(8.05%), ‘판매수수료’(4.17%) 등 비용항목이 비교적 통제가 잘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외화환산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 기간 동안 당기순이익은 28.7% 늘었다. 분명 코웨이의 실적호조에 대한 이견은 없어 보인다.

실적 좋은데 가격 부담 논란...왜?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인수한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해 말 예상실적 기준으로 볼 때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4.5%, 23.8%, 50.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동안 코웨이의 주가는 주당 4만원 수준에서 출발해 최근 9만원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코웨이의 매출 즉, 외형성장보다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코웨이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보다 세부적으로 코웨이의 실적추이와 주가추이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성장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코웨이의 주가는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대부분 이뤄졌으며 올해는 이전과 같은 주가 탄력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렌탈시장은 지난 2013년 기준 약 12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의 국내 생활가전 렌탈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코웨이는 이 분야에서 2조원 가량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 코웨이 2015년 3분기 누적 지역별 매출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지만 코웨이의 전체 매출 중 내수판매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결국 해외판매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외형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이익 성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웨이 인수는 국내사보단 외국계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매각 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택한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코웨이의 중국 청정기 매출이 지속 성장세를 보였다면 현재 분위기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현재 코웨이는 중국내 필립스를 통해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기청정기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코웨이의 필립스에 대한 ODM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0% 줄어든 188억원, 누적기준 매출도 28.6% 감소한 436억구원을 기록하는 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저가브랜드에 밀렸다지만 이는 단순 코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노리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에 밀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결국 성장정체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돌파구는 쉽사리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코웨이 정수기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렌탈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중국산 저가는 코웨이에 위협적인 요소다.

MBK파트너스를 지켜보는 CJ의 여유

이러한 모든 정황들을 고려한다면 코웨이의 인수주체로 유력했던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의 인수전 철회의사는 이상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CJ와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구성한 CJ-하이얼 컨소시엄도 인수전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는 것이다. CJ는 인수 경쟁자가 줄어든 만큼 시간적 여유도 있지만 이재현 회장의 공백으로 섣불리 M&A에 뛰어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주목받는 것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다. 씨앤앰을 매각을 위해 MBK파트너스가 SK텔레콤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고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품에 안으면서 CJ 측은 MBK파트너스의 상황을 보다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코웨이가 성장 혹은 저평가 중 하나만 만족해도 인수전이 이렇게 빨리 식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는 명확한 비전이 보이지 않아 인수주체들이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쪽은 인수자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이상 단기간에 코웨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코웨이의 PBR(주당순자산비율)은 5.81배다. 이 수치는 현재 코웨이 주식에 투자해 순자산가치 기준인 PBR이 1배가 되기까지 향후 6~7년 동안 연평균 3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야만 도달할 가능한 수준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 기업이 연평균 30%이상의 고성장률을 5년 이상 달성하기는 힘들다”며 “이동이 쉬운 무형 콘텐츠를 주력 판매 사업으로 하는 기업은 가능할 수 있고 또 신사업의 경우는 급성장할 수 있지만 렌탈 시장의 경우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고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설령 높은 폭으로 성장해도 그 뒤에 따르는 저성장의 후폭풍을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는 성장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볼 때, 인수주체들이 선뜻 나서기는 힘든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선을 돌려 코웨이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보면 인수주체들은 오히려 기다리는 것이 가격적 측면에서 확실한 M&A 전략이 될 수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씨앤앰, HK저축은행, 코웨이 등의 매각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씨앤앰과 HK저축은행 등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불안한 가운데 ‘효자’로 꼽히는 코웨이 마저 말썽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는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MBK파트너스가 추진하고 있는 ING생명보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과 리캡(자본구조 재조정)이 불가할 것이라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언급한 기업들과도 관계가 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들의 매각이 원활하지 않자 금융권에서도 MBK파트너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MBK파트너스의 자금회수 능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다.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M&A 시장은 시간이 누구에게 ‘독’(毒)이 되고 누구에게 ‘득’(得)이 되는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