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 김정환(류준열 분)이 입어 화제가 된 체크무늬 셔츠. 출처=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쳐

지나간 날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이제 다소 식상한 감이 없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 마음의 한켠에는 이른바 80~90년대 ‘아날로그 시대’에 대해 아련하게 느끼는 그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시리즈가 방송될 때마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시리즈인 ‘응답하라 1988’에서 극중 주인공 김정환(류준열 분)이 입었던 체크무늬 셔츠가 화제가 되면서 패션업계에는 때 아닌 80년대 복고 스타일 콘셉트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상 캐주얼 패션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패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80년대 패션 트렌드 재해석한 ‘복고 라인’ 

패션 브랜드 빈폴(BEAN POLE)은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턴을 현대화한 ‘복고 라인’을 출시했다. 80년대 브랜드 첫 론칭 이후 최고의 히트품목으로 여겨졌던 더플코트, 데님 재킷팬츠는 물론 빈폴의 상징과 같은 체크 스웻 셔츠, 야구점퍼 등 상품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 80년대 느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빈폴 '복고 라인'. 출처=빈폴

특히 빈폴의 복고 라인들은 8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이었던 카세트 테잎‧조이스틱 비디오 게임기 등의 아이템이 모티브로 적용됐다. 거기에 바탕천 위에 천이나 레이스 가죽 따위를 여러가지 모양으로 오려 붙이고 그 둘레를 실로 꿰매는 ‘자수 프린트 아플리케’ 기법으로 처리된 디자인은 빈폴만의 고급스러우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잘 살렸다.

또 빼놓을 수 없는 80년대 ‘청청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재킷‧셔츠‧팬츠 조합은 물론 스웻셔츠(맨투맨 티셔츠)와 레이어드 룩을 선보이며 위트 있게 젊은 감성을 녹여냈다.

체크 패턴, 아웃도어부터 정장 캐주얼 룩까지 

다양한 색상의 실이 교차되면서 격자무늬를 나타나는 체크 패턴은 흔히 겉옷보다는 셔츠나 블라우스 등 안으로 겹쳐 입는 옷에 적용됐었다. 혹은 단조로운 상의와 조합해 의상의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스커트‧넥타이 디자인에 많이 쓰였다.

하지만 이번 가을·겨울 시즌부터는 아웃도어 의류에도 체크 패턴이 적용되면서 누가 봐도 ‘등산복’ 같은 느낌에서 탈피하고 있다.

▲ 출처=이젠벅

아웃도어 브랜드 이젠벅은 기존 아웃도어 디자인에서 탈피해 유럽식 체크 패턴 디자인을 접목시킨 ‘패턴 다운’을 선보였다. 남성용 ‘헤링본다운’은 비미니‧차콜 그레이 2가지 색상으로, 코트 스타일의 여성용 ‘타탄다운’은 레드‧블랙‧차콜 그레이 등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고풍스러운 느낌으로 아웃도어라기보다는 캐주얼 외투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기본은 아웃도어 제품이기 때문에 뛰어난 보온 기능도 빼놓지 않았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2016 가을‧겨울 시즌에는 복고풍 체크 무늬 혹은 에스닉 패션 등 80년대 패션이 주목 받으면서 의류 제품의 색상이나 패턴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아웃도어도 단순히 야외나 산에서 입는 용도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병용할 수 있는 활용성이 요구되면서 디자인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 정장 업체들도 복고풍 패턴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 이지적인 느낌을 주는 핀 스트라이프와 더불어 글렌 체크, 헤링본 패턴 제품이 각 브랜드 신상품 화보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 출처=엠비오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의 커스텀멜로우는 다양한 체크 패턴이 섞인 독특한 패턴을 코트 전면에 프린트한 ‘리버서블 패턴 코트’를 제안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장이 긴 맥코트 디자인으로 넉넉한 피팅감이 특징이다. 겉감에는 프린트를 안감은 하나의 컬러를 적용해 뒤집어 입을 수 있다.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엠비오는 잔잔한 체크 무늬가 들어간 네이비 컬러 정장 ‘네이비 체크 퍼펙트 슈트’를 선보였다. 울과 실크 소재를 사용해 느낌이 고급스럽고 착용감이 편안하다.

한 패션 디자인 전문가는 “복고의 강점은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패션이나 소품, 음악 등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즐거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정서적 장점이 있다”며 “80년대의 패션을 재해석한 복고 스타일 의류 제품들을 통해 80년대를 추억하며 침체된 소비심리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