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미국의 OTT 업체 넷플릭스의 국내시장 파급력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예상보다 파급력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부터 VOD 수익모델을 정착시키는 등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해야할 지점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는 이러한 주장의 충돌을 예상하지 못했을까?'다.

▲ 최진홍 기자

사정이 다르다
현재 넷플릭스는 일본에 진출한 상태다. 하지만 예상보다 초기 파급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는 현지에서 상당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으나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동영상 편수가 약 8500개의 타이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VOD를 제공하는 경쟁기업의 비교우위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게다가 국내시장만 봐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약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넷플릭스는 저가정책으로 VOD 시장을 평정했다. 하지만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타국에 비해 저렴한 요금을 유지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시장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전격적인 코드커팅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봉준호 감독 영화에 거액을 배팅하는 것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넷플릭스의 경쟁력인 사용자 경험의 확장, 큐레이션 등의 기능도 국내 IPTV 업체들이 공략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큐레이션 TV'를 런칭하며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정조준했으며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SK텔레콤도 SK브로드밴드를 통한 플랫폼 강화 사업에 나서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상파 콘텐츠를 품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행보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이유다.

▲ 출처=LG유플러스

넷플릭스가 믿는 구석은?
등장은 충격적이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니 거품이 걷히는 것일까? 현재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시장 파급력이 의외로 미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VOD만 해도 국내시장은 TVOD가 SVOD를 앞서는 상황이다. 아무리 따져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넥플릭스가 국내 파트너를 찾으며 높은 이익배분을 고집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사람들의 의구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9:1의 이익배분을 원하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고집때문에 CJ헬로비전을 품은 SK텔레콤에 대항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려 해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단 현 상황에서 IPTV 업계 3위 사업자를 보유한 LG유플러스가 가장 넷플릭스와 활발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 전, 당연하지만 필연적인 전제조건을 살펴야 한다. 과연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내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일까? 먼저 테스트 베드의 가능성이다. 국내시장은 강력한 통신 인프라로 무장한 상태며,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데이터'를 추출하기에 유리하다.

스캇 마이어 넷플릭스 디바이스파트너·생태계 담당 부사장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넷플릭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물론 여기에는 파트너 후보군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사실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국내 통신 인프라를 테스트 베드로 삼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전제만으로 그들의 전격적인 결단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넷플릭스의 노림수, 더 나아가 그들이 원하는 로드맵을 이해하려면 철저히 콘텐츠적 입장에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SK텔레콤의 전략이 아니라, CJ헬로비전을 매각하고 철저히 콘텐츠 제공자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한 CJ의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의 강점 중 하나인 진정한 N-스크린과 데이터에 기반한 소위 폭식시청, 그리고 사용자 경험의 확대에 주목하자. 넷플릭스는 국내 미디어 데이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를 공개하며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N-스크린의 정수를 보여주는 한편,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단행되는 철저한 알고리즘과 개인 하나하나에 방점을 찍은 큐레이션 기능을 공개했다.

이러한 콘텐츠 수급 전략은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구글이 머신러닝인 텐서플로어를 오픈소스로 풀었다고 해도 당장 경쟁사들이 이를 100%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넷플릭스의 N-스크린 및 데이터 기반 폭식시청 유도, 사용자 경험의 확대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넷플릭스는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수급 전략에 사실상 올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넷플릭스의 수익모델을 정교하게 분석하면 답이 보인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VOD 서비스 확대로 인한 시청 행태 변화가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최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들이 속속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에 관여하며 VOD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 최진홍 기자

바로 능동적인 VOD 시청행태의 확장이다. 보고서에 인용된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의 설문조사가 의미심장하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성인의 50%가 몰아보기식 시청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55%는 전년도에 비해 몰아보기식 시청 빈도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는 후문이다. 가격과 플랫폼과 관련이 없는, 순수한 콘텐츠 시청패턴의 변화라는 점에서 국내에도 충분히 도입될 수 있는 결과다. 자연스럽게 SVOD 경쟁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며, 이는 넷플릭스 콘텐츠 전략의 승리를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가능성 중 하나다. 당장 TV시청 행태가 급변할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초창기 콘텐츠 수급의 어려움으로 미국드라마 중심의 로드맵을 펼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는 질문도 아직은 유효하다. 심지어 가격 경쟁력도 약하다. 파트너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1인 미디어의 등장이 방송의 피드백, 즉 능동적인 수요 및 공급자의 참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더불어 지상파 콘텐츠가 점점 모바일 방송 시장에서 매력을 잃어가는 대목은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넷플릭스는 플랫폼 사업자로 국내시장 및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실상 콘텐츠 사업자로 우리의 '패턴'을 바꾸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다면? 시장은 변하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인 손가락만 빨 것이다. IPTV의 한 구석에 자리잡은 메뉴로 국한되는 한이 있더라도, 넷플릭스의 변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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