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매출액이 16조5000억원을 넘었다. 작년보다 60%나 성장한 규모다. 중국의 소비재 시장, 특히 e-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알리바바가 마련한 ‘티몰글로벌’에 입점한 한국 기업들도 광군제 특수를 누렸는데, 특히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이니스프리'가 내놓은 마스크시트나 '에뛰드하우스'가 내놓은 아이브로우 등 일부 인기 화장품은 판매와 동시에 품절사태를 빚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전 세계 미용 및 화장품 시장은 예측기관마다 편차가 심하지만 화장품 산업이 21세기 고속성장산업이라는 점엔 모두 의견을 같이한다. 이 중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운영하는 <비즈니스 와이어(Business Wire)>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도 세계 화장품 시장은 4600억달러였고 매년 6.4% 성장률로 2020년엔 67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전망한다. 화장품 중에선 피부관리용 기초화장품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치약 등 구강 화장품의 성장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한다. 2014년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체 시장의 35%로 가장 규모가 크다. 중국을 중심으로 중산층 인구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고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화장품 구매가 활발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구매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세계 화장품 시장은 상위 20개사가 거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매출액 규모로 나열하면 로레알(L’Oréal), 유니레버(Unilever), P&G(Procter & Gamble), 콜게이트(Colgate Palmolive),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시세이도(Shiseido), 아본(Avon), 바이어스도프(Beiersdorf) 등이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이밖에도 매출 규모는 작지만 중요한 기업으로 카오(Kao), 루이비통(LVMH Möet Hennessy Louis Vuitton), 코티(Coty), 헨켈(Henkel),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 Corp.) 등이 뒤따른다.

중국 식품의약국 자료에 의하면 중국 내의 화장품 생산기업은 3880개나 된다. 그중 1845개가 관동지방에 있다. 전체 시장의 매출 규모를 보면 수입화장품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중국산 화장품은 2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브랜드로는 칭페이(Chinfie), 청밍밍(CMM), 하우디(Houdy), 롱리치(Longrich), 허보리스트(Herborist), 샹도(Chando) 등이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경쟁력이 낮은 수입품부터 차츰 중국산 화장품으로 대체된다고 본다. 더욱이 전통이 있는 페챠온(Pechoin), 샹하이 쟈화(Maxam), 펑화(蜂花, Bee & Flower) 등 중국 화장품 기업들은 중저가 시장을 겨냥하지 않고 고가품 정책으로 최고급 시장에서 수입품과 직접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 고가품 시장은 로레알, 시세이도, 에스티 로더, 오레이 등 수입품 브랜드들이 과점한 상태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반면 저가 브랜드 시장은 중국산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아모레 퍼시픽은 샤넬, 암웨이, 메리 케이 등이 포진하고 있는 중가제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가장 큰 수출시장은 중국으로 전체 매출액의 30% 정도에 이른다. 다음은 홍콩, 캐나다, 미국, 일본 순이다. 대부분 한류 덕분에 한국 화장품의 수출 물량이 최근 급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수출이 급증한 지역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류의 영향이 비교적 낮은 유럽과 미국 시장까지 다변화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제품 자체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대표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규모는 2014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로레알의 15.7%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시세이도에 비해서도 66.1%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겨우 0.113%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표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시장 규모가 이처럼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침투할 수 있는 시장이 수십 배나 남아 있다는 의미도 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한국 화장품의 성장잠재력은 아직 높다

한국 화장품의 성장 가능성과 관련해서 매우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자료를 보면 중국이 2014년도에 수입한 화장품 수입액을 국가별로 나열하면 프랑스(8억3046만1000달러), 일본(3억4956만3000달러), 미국(3억2182만5000달러), 다음으로 한국(2억1492만6000달러)은 4위였는데, 2015년도 상반기 실적을 보면 프랑스(4억4124만9000달러)에 이어 한국(3억1183만4000달러)로 2위로 올라섰다. 일본(2억2524만5000달러)과 미국(1억6252만달러)의 수출물량을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했다. 수출 품목들도 피부관리용 기초화장품뿐만 아니라 전 품목에 걸쳐서 고르게 수출 물량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확대에 달려 있다.

유로모니터 분석 자료에 의하면 중국 내 화장품 시장의 구성은 스킨케어 제품, 유아용 상품, 피부노화 방지 상품, 스포츠 화장품류, 약용화장품, 천연성분 화장품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스킨케어 상품 중에서도 남성용 화장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남성인구 비율이 51.24%로 여성인구보다 많다. 물론 남성 화장품의 시장은 월등히 작지만 남성용 세안 화장품등은 크게 성장하는 품목이다. 특히 피부노화나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화장품의 수요가 높다고 한다. 최근에는 약용 화장품으로 중국 한방화장품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약용으로 판매할 수는 없지만 효능 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화장품 시장은 소비자가 세 층으로 구분되는데 고소득층은 고가의 수입화장품을 선호하고, 중산층은 대중적 화장품을, 그리고 저소득층은 저가 화장품을 선호한다. 고소득층은 유럽산 또는 일본산 제품을 선호하고, 한국산은 대중화장품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한국 화장품들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능가하는 우수한 성능을 확보하는 기술력 향상이 중요하다.

 

천연미생물에서 해답을 찾는다

지금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은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항산화제를 만드는 박테리아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해조류 등 천연물질을 활용해서 피부 건강을 강화하는 약용화장품들이 인기다. 천연물질을 이용한 화장품은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낮아서 친환경적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피부크림에는 항산화제가 첨가되는데 100°C 이상의 고온공정에서 유해 작용이 있는 촉매가 사용되거나 부산물로 인하여 피부가 오히려 나쁜 영향을 받기도 한다. 반면 최신 화장품 제조기술은 효소를 활용한 저온공정을 채용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유럽의 화장품 기업들은 옵티바이오캣(OPTIBIOCAT)이라는 연구연합체를 만들어 저온공정을 가능케 할 효소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박테리아와 곰팡이로부터 800종 이상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바이오촉매들을 만들어내는 DNA 서열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화장품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분자들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 코드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이렇게 개선된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에 여러 가지 미생물에 삽입해서 상업적인 규모로 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유리 용기에 공기와 영양분을 함께 불어 넣어주면서 미생물 곰팡이를 키우면 새롭게 삽입한 유전자들이 음식물들을 우리가 원하는 바이오 촉매로 변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촉매들로 인해 천연성분들이 훌륭한 화장품 원료가 된다.

미세조류는 지구에서 맨 처음 탄생한 생명체다. 이들은 광합성을 발명해서 산소를 생산하고 지구상의 생물들이 탄생하게 했다. 유럽의 연구진들은 모든 해조류 유전자들을 조사해서 화장품 산업에서 화학물질들을 대체할 만한 천연 유기물을 찾아내고 이들 분자들이 사람의 피부세포에 미치는 영향들도 조사했다. 또 이 분자들 중에서 기존 제품들에 새로운 속성들을 부여할 수 있는 분자들을 구분해 냈다. 조류들 중 일부는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항산화성을 갖거나 자외선 조사에 저항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이런 바이오분자들은 화장품에 약물작용을 하여 약용화장품 원료가 된다. 기존의 화학물질을 바이오 분자로 치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생명체를 조립하는 분자들은 생분해될 수 있고 물과 반응할 수 있는 위대한 생명부품이다.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지도 않고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료이기도 하다. 지금 화장품업계는 전혀 새로운 생물기술들을 탐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활용해왔던 인공물질들을 천연물질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지구가 태어나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가장 오래된 생명체들이 21세기의 해법으로 재탄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