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우유때문에 낙농가와 유업계가 우유 생산 감축에 돌입해 제품 생산량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우유 재고는 여전히 가득하다. 넘치는 우유 가격을 내려 소비를 촉진할 법도 한데 그럴 수가 없다.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이다.

우유 재고가 급증한 것은 2013년 겨울부터다. 2010~2011년 구제역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10% 가량의 젖소가 도축 돼 우유 생산이 모자라게 됐다. 이에 정부는 원유 생산량 증대 정책을 펼쳐 생산 농가에 생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2년 후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또한 겨울 날씨가 따뜻하면 젖소가 원유를 많이 생산하게 되는데  지난 2013년과 2014년은 겨울이 비교적 따뜻해 집유량이 대폭 늘었던 것도 과잉 생산의 원인이 됐다. 지난해 원유 생산량은 221만 4000톤으로 2013년 대비 5.8% 증가했다.

이렇게 원유는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경기 불황 등의 요인으로 우유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구당 우유 월평균 구매액은 2012년 2분기 1만 4447원에서 올해 2분기 1만 2088원으로 16.3% 줄었다. 같은기간 월평균 구매량은 5.79%에서 4.92%로 15% 감소했다.

우유 생산량은 늘고 소비는 줄었는데도 유업체가 우유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매년 원유 기본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공식에 따라 원유 가격을 결정하도록 한 제도로 2013년에 처음 도입됐는데 첫 해에는 리터 당 940원으로 정해졌다가 2014년 리터당 25원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가격을 동결했다. 올해 역시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리터당 15원의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올리지 않았다. 이에 수요·공급의 원리를 무시하고 공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원유 가격을 도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유 과잉이 심각해지자 낙농가와 유업체는 원유 생산 감축을 위해 젖소 도태 사업을 추진했다. 국내 원유 생산량의 35%를 생산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 1월부터 젖소 5400여마리를 도축했다. 이어 원유 생산량의 23%를 차지하는 낙농진흥회도 올 3월 젖소 3633마리를 도축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16개 낙농 조합도 젖소 3800마리를 자율적으로 도축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