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의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며 강력한 생태계를 창조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도 빨라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바탕으로 O2O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온디맨드 서비스까지 섭렵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언제라도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한의 캐시카우다.

 구글과 테슬라의 방식

구글이 머신러닝 핵심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오픈소스로 풀었다. 다소 충격적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자사의 핵심 노하우를 왜 오픈소스로 공개했을까? 아무리 개방의 시대라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유가 있다. 머신러닝은 데이터 분석작업이 필수며,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데이터만 모으면 빅데이터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결국 구글은 텐서플로우를 풀어도 핵심 경쟁자들이 쉽게 자사의 인프라를 위협하기 어렵다고 봤다. 여기서 리스크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구글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해보자. 당연히 생태계 확장이다. 텐서플로우라는 깃발을 내걸고 수많은 개발자들을 생태계로 유인하는 것을 원한다는 뜻이다. 모바일 시대의 후발주자였던 안드로이드가 취한 방법과 비슷하다. 일단 핵심 키워드를 공개해 몸집을 늘리고, 거대한 응집력을 키워내는 스탠스다.

여기서 테슬라의 전략을 살필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테슬라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모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앨런 머스크 CEO는 “특허는 진보를 가로막는 구실일 뿐”이라는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일까?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회사의 정체성을 보유한 상태에서 기존 자동차 업계와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서 동맹군의 필요성을 느꼈고, 생태계의 외연적 확장을 노려야 한다는 대명제에 도달했다. 결국 특허를 개방해 최초 시장 진입자에 가까운 자신을 중심으로 촘촘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테슬라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앨런 머스크를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에 방점을 찍으며 기간사업의 전반적인 흐름도 거머쥐려는 야망도 보여주고 있다. 슈퍼차저의 인프라적 기능과 앨런 머스크가 회장으로 있는 솔라시티, 여기에 배터리 기술을 향한 각각의 노력을 연결해보자. 전기차 생태계가 커지면 앨런 머스크가 얻는 유무형의 이득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글이 텐서플로우를 개방해 외연적 생태계를 늘리고 인공지능 생태계의 핵심으로 스스로를 격상시킨다면, 자연스럽게 GPU 중심의 하드웨어 기술력도 잡아가는 방식과 비슷하다.

결국 오픈소스로 풀어가는 하나의 전략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포괄적으로 늘리고, 자신을 중심에 위치시켜 플랫폼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면 다수의 생태계를 단숨에 묶을 개연성도 생긴다.

삼성전자가 모바일에서 애플에 이길 수 있다?

TV사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모바일 시대를 넘어 초연결의 사물인터넷이 거대한 패러다임으로 체화된다면, 삼성전자는 애플을 이길 수 있을까? 현재의 삼성전자가 애플에 비해 절대적 약세를 보인다는 전제는 걷어내고 순수하게 미래를 보면 ‘아무도 모른다’로 수렴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본적인 제조업 능력이다. 제조업 마인드를 버리고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립하고 있으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구글과 네이버가 왜 하드웨어까지 손을 뻗치고 있겠는가.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가 왜 기존 제조업에 인터넷 역량을 ‘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애플도 기본적으로 하드웨어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다. 그런 이유로 제조업은 버려야 할 구악이 아닌 신성장 동력의 발판으로 재평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새롭다. 삼성페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가장 적절하게 배합된 일종의 정수로 평가되는 이유다. 기존 제조업 바탕이 존재한 상황에서 일견 세상을 앞질러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정밀하게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최근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는 삼성전자의 전략에 집중하자.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 사물인터넷 전략의 핵심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유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알렉스 호킨스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해 애플과의 전략적 제휴를 언급하는 등, 이채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을 위한 행보일까? 일차적으로는 사물인터넷 전략의 강화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생태계 유인효과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2020년까지 자사의 제품에 사물인터넷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담겠다는 포부를 가진 상태에서 스마트싱스의 우수함을 알리고 외연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타사의 제품이 삼성 스마트홈와 연결될 수 있는 스마트홈 프로토콜 SDK'와 다른 서비스 제공업체가 삼성 생활가전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삼성 스마트홈 API'를 비롯해 스마트싱스의 새로운 개발환경(IDE, 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 생태계 전략이다.

이는 폐쇄적 생태계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과 명확하게 대비된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넘어 애플카와 사물인터넷 전반에 나름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하드웨어에 담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격적인 오픈소스의 바람을 탈 가능성이 낮으며, 생태계의 비약적인 성장을 끌어내기도 어렵다. 매니아는 존재해도 대중의 완전한 지지를 얻어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이런 전략이 초연결의 시대에도 생명력을 담보할 수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스마트워치 분야의 협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금은 플랫폼 사업자가 생태계를 넓히고 이종 생태계와의 연결까지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시대다. 일말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생태계 전략의 마지막 단계

사실 생태계 전략은 매우 정교한 정지작업이 필요한 일이다. 넷플릭스의 행보를 보자. 최근 넷플릭스는 글로벌 무대에 직접적으로 뛰어들며 나름의 우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위 현지 맞춤형 전략이다. 시장의 요금수준과 콘텐츠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각국에 맞는 시장 진입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식이다. 유료방송 비용이 저렴하고 현지시장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국 시장공략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방식은 공개형과 폐쇄형 모두 정교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보완도 필수다. 아마존이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를 개설한 것도 대범한 전략수정의 교과서적인 대목이다. 아마존은 오프라인의 직접적인 체험을 인지하고 자신들의 전략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아마존 북스에 진열되는 책들의 정보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기본적인 O2O 전략을 챙기는 대목도 영악하다.

이런 부분이 확립되면 마지막으로 생태계 전략 확장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생태계 확장을 꾀한다고 해도, 구글이 AOSP에 의해 안드로이드원 프로젝트를 가동했어야 하는 대목에 집중하자. 생태계가 비대해지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실질적인 수익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다시 내적인 응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