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두부’란 단어에서 호기심과 거부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두부란 단어 앞에 ‘여자’라는 수식어가 있다는 점, 기자는 두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기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란 단어에 이끌렸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거부한다.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나 ‘여자두부’란 단어에 대한 호기심이 두부에 대한 거부감보다 더 강하게 기자에게 작용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자두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안중원 에스앤푸드 대표를 만났다.

“그래서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겁니다.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죠.”

안 대표의 말에서 ‘여자두부’에 대한 궁금증은 아주 간단히 해결됐다. 기자가 ‘낚시’에 걸린 것일까. 하지만 관심을 끌기 위해 ‘여자두부’란 이름을 지었다는 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사실 ‘여자두부’는 현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두부를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지은 이름이다. 날씬하고 싶은 유혹, 그러나 어떤 다이어트 식품도 한 가지만 지속해서 먹을 경우 질릴 수밖에 없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 두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여자두부’를 통해 탄생한 것이다. ‘여자두부’는 ‘이층두부’라고 불리기도 한다. 상부 1㎝는 파쇄를 통한 목면두부, 하부 2㎝는 파쇄를 하지 않은 비단두부로 구성돼 있으며 대두의 단백질 결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압착하는 특수공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공법이 사실 알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일부 두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부 이런 공법을 통한 두부 얘기가 나오던 중 우리가 특허출원을 하게 됐다.”

두부의 옆선에서 확실히 보이는 경계선. 그동안 봐왔던 두부와는 분명 다른 ‘여자두부’의 모습에 기자는 두부에 대한 거부감을 뒤로 하고 시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두 번을 먹었다. 첫 번째는 식감을 느끼기에 바빴으며 두 번째는 그 맛을 느끼기 위해 집중했다.

순간 “맛있죠?”라는 안 대표의 말에 곰곰이 생각했다. 왜냐하면 여태껏 기자는 두부에 대해 ‘맛있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맛봤던 두부와는 식감이 달랐다는 것이다. 식감이 다르다 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부 고유의 맛을 느꼈고 그 느낌은 분명 ‘맛있다’에 가까웠다.

왜 두부를 선택했나… 생(生)을 즐기기 위해

현재 에스앤푸드의 모든 제품은 ‘생채움’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된다. ‘생채움’은 ‘생(生)’을 채운다는 뜻으로 ‘자연이 주는 사랑과 신선함을 가득 담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여자두부’는 생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두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탄생했다. 이는 에스앤푸드가 수많은 다이어트 식품 중 두부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생식품 회사를 추구합니다. 다이어트식품 회사가 아니란 뜻이죠. 어떻게 하면 생식품을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합니다.”

먹거리는 단순 에너지원 충족 차원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퓨전’이라는 말로 둔갑해 음식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업계는 각종 향료 등을 이용한 신제품은 물론 수많은 가공식품을 출시해 경쟁하고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러한 상황에서 에스앤푸드의 도전은 사실 어렵다. 건강한 삶을 위해 생식을 추구한다지만 입맛을 현혹하는 제품들이 즐비하고 이미 이러한 제품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생식품으로 만족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생식품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에스앤푸드의 전략은 모회사인 서울향료와의 협력이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향료는 지난 1974년 1월에 설립돼 현재까지 40년 전통의 식품 및 화장품 향료, 천연소재 생산전문회사로서 국내 1위 업체다.

“국내 천연향료 시장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서울향료의 기술을 통해 ‘맛있는 생식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실제로 에스앤푸드는 서울향료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종합기술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제품개발을 하고 있다. 향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이를 유지한 서울향료의 능력이 종합식품회사를 목표로 하는 에스앤푸드의 꿈을 실현하는 원천 중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사실 기자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생식품으로 어떻게 시장 확대를 한다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었다. 생식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즐기는 것인데 그 맛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답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여러 첨가제들을 이용해 각종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자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생식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강도 등을 통해 ‘맛’을 달리한다는 것은 아이디어 싸움이죠. 그게 저희가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안 대표의 말에 궁금증이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증폭됐다. 보다 세부적으로 생식품의 맛을 변화시키는 전략을 알고 싶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에스앤푸드에 해가 되고 경쟁자들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상황에 고민스럽기도 하다.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 기자가 누군가에 해가 될까봐 취재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에스앤푸드가 ‘생채움’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어떤 방식의 생식품을 선보일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맛과 합리적 가격, 소비자에게 돌려줄 것”

안 대표는 HMR(Home Meal Replacement, 간편가정식) 시장이 확대될 것을 예상하고 이에 맞는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HMR의 다른 버전인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시장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또한 그 핵심은 ‘생채움’이란 브랜드를 더욱 알리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안 대표의 고충은 여기서 시작된다. 인식이 높은 브랜드를 지닌 여타 식품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지에 대한 문제다.

“제품이 신선하고, 맛있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라면 분명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무리하게 프로모션을 단행해 브랜드를 알리게 될 경우 제품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어요. 어렵고 긴 싸움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장 판촉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최대한 ‘맛’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비용을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맛’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뿐입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맛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광고 등 부가비용을 낮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맛과 가격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인터뷰 내내 ‘맛’을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생식에 맛을 불어넣는, 그 누구도 쉽사리 할 수 없는 ‘맛의 본질’을 바꾼다는 의지가 있었다. 안 대표 스스로도 자신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맛의 본질을 바꾼다는 것이 어려운 만큼 기대를 가지고 전진하고 있다.

생식품의 맛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바꿀 것이라는 안 대표, 그리고 그가 이끄는 에스앤푸드가 국내 생식품 시장을 바꾼다면 ‘맛의 본질’을 바꾸는 만큼 국내 식품업계 또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일이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요구하는 시대에 생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에스앤푸드의 출발은,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이미 목표의 ‘반’을 달성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