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직장인 김영진 씨의 하루

오전 7시. 김 씨는 아침 출근길 버스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다. 투자할 만한 기업에 대한 정보와 증권사 리포트를 모아 매일 아침 읽어볼 수 있게 챙겨주는 재테크 정보를 확인한다. 김 씨는 틈날 때마다 주식, 펀드 수익률과 신용카드 인기 순위를 검색한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 ‘기준금리 인상’, ‘마이너스 통장 금리’, ‘중국펀드 수익률’ 등 미리 설정해둔 키워드와 연관된 뉴스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해 따로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뉴스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오전 11시. 스마트폰에 정기예금계좌 교체 알림 메시지가 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예금통장보다 연 0.5%p 금리를 더 주는 상품이 새로 출시됐으니 갈아타라는 내용이다. 해지에 따른 수수료나 손해까지 다 계산하더라도 1달에 5000원, 1년에 6만원가량 이득이라는 분석이 나오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김 씨는 ‘계좌 이동’ 버튼을 클릭한다. 그리곤 본인인증을 위해 비밀번호 대신 ‘홍채인식’을 선택하고 카메라를 오른쪽 눈 가까이에 가져다 댄다. 10년 전만 해도 은행에 가기 위해서는 허겁지겁 점심을 때우고 30분씩 줄을 서야 했지만 이제는 은행 지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김 씨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오후 6시. 퇴근 후 여자 친구와 데이트가 있는 그는 약속장소 근처 레스토랑을 검색했다. 전방에 증강현실 기반의 내비게이션이 작동하며 주변 맛집과 관광지 정보가 뜬다. "저녁은 할인 프로모션을 하는 초밥집이 좋겠어." 마음에 드는 검색 카테고리에 ‘할인’, ‘일식’을 설정하자, 음식점 별로 손님 1인당 평균 결제금액, 할인쿠폰 내역이 뜬다.

저녁 11시. 집으로 돌아온 김영진 씨는 소파에 앉아 오늘 하루 지출내역을 살펴본다. 신용카드로 쓴 교통비와 밥값, 미국 유학 중인 조카에게 보낸 용돈, 은행 계좌에서 자동이체된 관리비 등을 모두 포함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씨의 시간대별 소비패턴과 전체 자산 종합 데이터가 산출된다. 은행은 김 씨의 재무 비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넘어 전반적인 핀테크의 존재감은, 조금씩 금융 거래의 주도권이 업계에서 고객에게 넘어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여기에 개인화된 서비스가 장착되고, 업계는 퍼블리셔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만 강해지거나 또는 남는 일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글로벌 핀테크의 바람을 타고 시장진입장벽을 실시간으로 허물 전망이다.

여기에서 우리 스스로를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준비되고 있는가? 냉정하게 말해 부족하다. 당장 인터넷금융은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클라우드 정책은 이제야 발전법을 만지작거리며 나서는 상황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많고 필요한 규제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관료제 특유의 문화에 젖은 당국과, 보수적인 금융업계의 흐름이 거대한 발전을 가로막는 분위기다.

물론 IT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핀테크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빅데이터와 보안, 클라우드 등의 기술발전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준비가 되었을까? 결국 이 지점에서 우리는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아예 플랫폼 단위의 대단위 전략을 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 다양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컨소시엄도 열심히 뛰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차별성도, 혁신성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확실한 공익 패러다임도 요원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론 카카오택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생태계 포인트를 협력 플레이어로 잡아도 무리가 없는 지점은 있으나,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통용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물론 오프라인 점포를 줄여서 수익을 환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니 이제라도 각 컨소시엄들은 사업계획을 더욱 가다듬어 혁신성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각 기업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최대한 겹치지 않는 선에서 역할의 재구성에 나서야 한다. 우르르 뭉친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겠다면 이를 어떤 가치에 따라 재구성할 것인지 스스로 답해라.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하겠다면 이를 기존의 모바일 접근방식과 어떻게 달리할 것인지에 스스로 답하라. 위비뱅크, 원큐뱅크, 써니뱅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이 왜 다른지 스스로 답하라.

거듭 강조하지만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해답을 줄 사람도 없다. 사실 해외사례도 완벽하게 체화한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해답을 찾지 못한다고 손을 놓지는 말라는 것이다. 일단 판을 벌이는 것에는 찬성이다. 이제 단서를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