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여사는 헌법 독소조항으로 인해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국정을 좌우하는 ‘최고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수치 여사는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인용해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는 대통령 직함이 없더라도 대통령처럼 국가 권력의 최정점에서 국정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수치 여사는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대통령직 위의 지도자'가 되겠다며 최근 이 같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기 사람으로 대통령을 내세운 뒤 일종의 '수렴청정'류의 섭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보 2015년 11월10일자 [해설] 아웅산 수치는 왜 미얀마 대통령이 될 수 없는가? 참조)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9738

수치 여사는 BBC 인터뷰에서 "필요한 대로 대통령을 찾겠지만 내가 집권당 지도자로서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데 (대통령이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군부는 지난 2008년 헌법 일부 조항을 고쳐 외국인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국민은 대통령 출마를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수치여사를 겨냥한 조치였다.

하지만 '대통령직 위의 최고지도자' 자리는 헌법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얀마 헌법은 대통령이 다른 어떤 국민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을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 BBC가 사실상 수렴청정인 이 같은 조치가 공정하냐고 묻자 수치 여사는 "나는 투명성과 책임감의 가치를 믿는다"며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수치 여사는 이번 총선에서 NLD가 전체 664석 가운데 75% 가까이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군부에 할당된 25% 의석인 166석을 제외한 선출 의석 498석 거의 모두를 차지해 단독정권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수치 여사는 선거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데 대해 "일부 지역에서 협박이 있어 공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자유롭게 치러졌다"고 평했다.

현재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선출대상 의석 498석 중 50여 개 의석에대한 투표결과만 발표했다. 이에대해 NLD는 선관위가 결과를 왜곡하려고 의도적으로 발표를 늦추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군부는 헌법에 의거해 의회에 상당한 의석을 할당받고 있다. 또한 국방부·내무부·국경경비대 등 안보 관련 부처를 장악하고 있다. 군부가 쉽게 권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재계도 군부에 경도돼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수치 여사는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도 변했다"며 1990년 총선 승리가 무산될 때처럼 군부가 국민을 억압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있어 했다.

집권 후 수치 여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소수종교와 소수종족에 대한 박해에서 비롯된 종족분쟁이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서부 라카인 주에서 발생한 종교 및 종족 분쟁으로 무려 200만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지금도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로 탈출하고 있는데, 안다만해에서 보트피플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수치 여사는 그동안 난민 문제에 대해 애써 침묵을 지켜왔다. 군부독재 종식을 위해서는 종교적 다수파의 지지를 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제적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인권 수호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BBC가 이에대해 묻자 수치 여사는 "자신의 정부는 무슬림 역시 보호할 것이며 증오를 퍼뜨리는 이들은 법적 처벌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치여사는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증오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대다수 국민이 평화를 원하며 증오와 공포의 식단을 주식으로 먹고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