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의 ‘차이나 머니’가 전세계를 집어삼킬 기세다.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중국과 세계화 연구센터’ 보고서가 수년 내 중국의 해외 투자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2022년엔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는 연간 3673억 달러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해외투자는 지난해 사상최대인 1231억2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전년 대비 14.2%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서도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누적총액은 올 연말 1조 달러(약 1163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막대한 현금을 무기로 한 중국 기업들이 전세계의 시장을 잠식하고 기업과 부동산, 금융, 산업 인프라에 손을 뻗고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사줬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했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외진출 전략을 국가의 공식시책으로 채택하며 10차 5개년(2001~2005년) 계획에 공식적으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의하면 중국 해외직접투자의 규모(ODI Flow)는 1990년에 8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2005년부터 연평균 30%의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13년 전체 해외직접투자액이 1.41조 달러로 2013년 말 기준 투자누계 총액이 26.31조 달러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점유율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투자국으로서의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인 하이얼(海尔)은 적극적인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연평균 70% 성장하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 됐다. 1990년대 중후반 중국의 가전업체로 내수시장 위축과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하는 동시에 수출쿼터를 비롯한 각종 보호조치 등 무역장벽의 제약을 받았던 업체는 1990년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현지 기업과 합작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설립했다. 회사는 기술과 설비 위주로 투자해 단일제품 조립, 생산을 현지에서 해내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중국 시장의 불안이 중국의 해외 투자를 더욱 부채질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중국의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 등의 시장변동성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을 통해 틸로 하네스먼 로디움그룹 리서치 담당 이사는 “중국 기업들은 경제 둔화와 시장 변동성 속에서 사업 다각화와 함께 외국 브랜드와 기술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의 해외투자에 있어 새롭게 두드러진 점은 ‘체질의 변화’다. 국영기업 위주의 해외투자 및 기업인수합병(M&A)이 민간 기업 중심으로 바뀌고 개발도상국의 석유, 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에 집중됐던 투자대상이 서구의 금융, 부동산,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별로는 여전히 아시아에 대한 투자가 압도적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 대한 투자건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 국유기업의 투자금액은 연간투자액의 72.0%를 차지했지만 민간기업의 투자금액도 급증해 2005년 9.9%에서 2013년에는 25%로 그 비중이 급증했다. 2013년 중국정부가 적격 국내기관투자자 취득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투자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해외투자 활성화를 꾀한 결과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는 보고서를 내고 “초기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신규투자(Green-Field)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투자효과가 빠르고 시장과 기술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08~11년중 세계 M&A 시장의 7.3%를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영에너지 기업들은 2011∼2013년 해외 석유·가스 M&A시장에 매년 300억 달러씩 투자했다. 반면 지난해 민간기업의 해외 M&A 건수가 188건, 규모는 210억 달러로 큰 차이가 없었다.

중국 징시중공업의 델파이 브레이크 서스펜션 사업부문인수, 닝보윈성의 닛코전기인수, 레노보의 IBM PC사업 부문인수, 첸장그룹의 베넬리인수로 선진 기술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 성공 사례가 됐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을 사려는 중국 투자자의 모습도 꽤 자주 목격된다. 국내의 장수 유아복 브랜드 아가방앤컴퍼니는 경영권을 포함한 427만2000주가 중국 랑시그룹에 320억에 매각됐다. 이어 로봇완구 ‘또봇’의 제조사로 유명한 영실업이 홍콩 사모펀드사인 퍼시픽아시아그룹(PAG)에 인수됐고 중국 대형보험사 안방(安邦)보험이  국내 8위권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을 최종 인수했다. 

중국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한 다소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진출이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선진국 기업들과 견주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현지 시장 특성이나 경쟁자 분석, 투자의 경제적 타당성 등 구체적인 검토 없이 투자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이 국유기업 간부들의 검은 돈의 일부가 되거나 자금 세탁, 불법적인 부동산 개발, 밀수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욕구가 커지고 있고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도 계속해 완화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면 향후 중국 해외투자는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