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여백미디어 펴냄
-1만2800원

최인호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 문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목이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소리 없이 모습을 감췄다. 병마의 벽에 막힌 탓이었다. 2006년 출간한 장편 역사소설 <제4의 제국> 이후 소식이 뜸했던 소설가 최인호가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내용이 지난해 초 전해졌다.

특히 1975년부터 34년 6개월 동안 이어져온 연재소설 <가족>의 연재도 더불어 중단한다는 갑작스러운 그의 선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부추겼다. 워낙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온 그였기에 암 투병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이번 신간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새로운 부활의 신호탄과도 같다. 이번 작품은 초기 중·단편 중심으로 전개했던 현대소설과 역사, 종교를 다룬 장편·대하소설을 지나 소설가 최인호의 ‘제3기의 문학시대’가 열리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번 책은 작가 개인의 약력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작품이 최인호 작가가 쓴 최초의 전작 장편소설이라는 점이다. 그동안의 장편 작품은 외부의 청탁에 의해 쓴 연재소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작가 스스로의 열망으로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다. 독자를 의식해서 쓴 작품이 아니라 작가 혼자만의 독자를 위해 쓴 수제품인 것이다.

이 작품은 망각되고 유실된 기억 속의 진실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모험과 추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 K는 사흘 동안에 일어난 비현실적인 사건 때문에 변하지만, 오히려 일상과의 이별을 통해 본래의 자신을 회복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실재에 배신을 당한 K가 또 다른 실재를 찾아 방황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이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의 고리’의 부조리함을 묘파한다. 이 소설은 독특한 구조와 그로테스크한 인물 설정, 환상주의와 사실주의를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로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식량의 경제학
-패트릭 웨스트호프 지음
-김화년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1만5000원

복잡하게 뒤엉킨 식량 시장의 비밀을 해부한 책. 이 책은 미국 미주리대와 아이오와주립대 공동으로 설립한 식량농업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물이다. 저자는 식량 가격을 움직이는 7가지 주요 요인들과 그들 간의 인과관계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농민, 주식이나 선물시장 투자자, 관련 회사의 구매 및 기획 담당자, 정책 결정자들에게 유용한 정보서다.

제로에서 시작하라
-오창섭 지음
-디자인플럭스 펴냄
-1만7000원

한국 산업디자인계의 선도자인 민철홍 디자이너와 저자인 오창섭 교수 간에 진행된 인터뷰를 책으로 엮었다. 인터뷰라고 하지만 저자는 민철홍을 통해 1960~70년대 산업디자인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제기하면서 민철홍의 디자인 철학을 현재의 맥락 위에 재배치하고 있다.

돈이 MONEY
-탁승호 지음
-박영북스 펴냄
-1만5000원

지급 결제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가 화폐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쓴 책.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화폐, 수표, 신용카드, 모바일카드 등 각종 지급 결제 수단과 금융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만한 책이다.

여성을 위한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지음
-김문주 옮김
-베이직북스 펴냄
-1만5000원

카네기가 남긴 글 중 여성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엮어 현대 여성들에게 알맞은 카네기의 지혜를 전달한 책. 여성의 심리, 삶의 욕망, 생활 속 번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통찰을 바탕으로 여성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근심, 질투, 자괴감, 의심, 탐욕 등의 감정을 떨쳐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여성들의 심리를 잘 포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