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뜨겁게 달아오른 아파트 청약 열기가 최근들어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청약경쟁률이 전월대비 거의 반으로 줄었고, 지방 일부에서는 공급 포화상태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10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청약경쟁률(1~3순위)은 평균 9.28대 1로, 지난 9월 청약경쟁률 16.67대 1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달 1순위 청약경쟁률도 평균 8.6대 1로 지난 9월(16.1대 1)에 비해 크게 줄었다. 1순위 청약자 수도 지난 9월 41만222명에서 10월에는 35만5911가구로 13.2%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의 '미분양주택현황보고'를 봐도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미분양은 3만 2524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8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 3만1698가구에서 한달새 826가구가 증가한 수치이다.

미분양이 늘어난건 9월 아파트 일반 공급물량이 2만5449가구에서 10월에는 4만1422가구로 62.8%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청약을 해놓고 웃돈이 붙지 않을 것 같은 단지를 포기하는 사례가 전보다 많아진 탓이 크다.

충남 지역 미분양 아파트 가구수는  지난 8월 3636가구에서 한달 새 5537가구로 급증했다. 대구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11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은 9월 들어 108가구로 늘었다. 부산 역시 지난 8월 1044가구에서 9월에는 1252가구로 증가했다.

높았던 청약경쟁률 어디로?

청약률은 높았지만, 미계약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월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한 '동일 스위트'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577가구 모집에 부산 1순위에서만 2만6454명이 몰려 평균 45.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지만 실제 계약은 생각보다 저조해 30%에 가까운 173가구가 미분양 주택으로 등록됐다. 저층이나 조망권이 좋지 않은 가구의 당첨자들이 계약을 대거 포기한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3.3㎡당 4040만원에 이르는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21대 1, 최고 131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계약률은 90%에 그쳤다.

역대 전국 최고 분양가 아파트로 유명세를 탔던 '해운대 엘시티 더샵'는 초기 계약률이 70% 였고, 현재는 90% 진행된 상태이다.

지난 10월 분양한 ‘미사역효성해링턴 타워 The First’는 최고  청약경쟁률이 57대 1로 전 타입이 순위 내 마감됐지만, 현재 미계약분을 선착순 분양하고 있다. 현재 계약률은 86%정도 진행된 상태이다.

지난 5월 광주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태전'은 대단지임에도 모든 주택형이 마감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계약률은 70%대에 그치고 있다.

기존 주택 시장, 매매가·전세가 상승도 주춤

과열양상을 보이던 기존 주택시장에도 변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가을 이사 철에도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 폭은 오히려 주춤해졌고 서울의 주택 거래량도 사상 최대 기록 행진을 멈췄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번 달에 올 들어 가장 많은 6만 7000여 가구를 더 쏟아낼 예정이다. 공급 과잉 논란이 있어도 연말까지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 경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금융업체의 동반 부실에 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도금이나 잔금을 빌려주는 집단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심사가 대폭 강화됐다.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가 일반화 됨으로써, 원리금 상환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분양권 프리미엄만 노리고 무리하게 분양신청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판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높은 청약률에 비해 계약률이 낮은 이유는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기세력이 합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방 분양시장은 지난 2009년부터 오름세였다가 2011년에 정점을 찍고 현재 내려온 상태인데, 분양가가 비교적 오른 상태여서 지금처럼 공급을 쏟아낸다면 청약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도 "내년 상반기까지 청약시장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내년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계약률이 서서히 낮아지고, 같은해 하반기에는 미분양이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