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있는 반면, 닷컴버블과의 비교를 거부하며 ‘지금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서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를 비롯해 ‘방법론에는 무엇이 있을까’와 ‘어떻게 이들을 육성하고 키워야 하나’ 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공동으로 진행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5’에 주목해보자. 그냥 읽고 넘어 가기에는 의미심장한 시그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본 리포트는 일반 회사에서 대표 및 임원 이상의 경력을 가진 204명의 창업자와 대기업 직원 80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창업자 대상 리포트

정보기술 및 지식 서비스 사업을 중심으로 204명의 조사결과를 먼저 보자. 이들은 일반기업의 임원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 1년 이내가 39명, 1년과 3년이 58명, 3년 이상이 107명이다.

먼저 이들에게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전반의 분위기를 묻자, 작년과 동일한 55점이 나왔다. 재미있는 대목은 창업 1년차 미만에서 점수가 60.8점에 달할 정도로 높게 나왔다는 대목이다. 초기기업에 대한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상황을 말해준다는 후문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다’가 31%로 전년과 비슷했으며 ‘나쁘다’가 25%로 전년 보다 소폭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가 답으로 보인다.

이러한 긍정적인 관점은 올해보다 내년이 스타트업 생태계 측면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이 반대 의견에 2배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긍정이 32.8%, 부정이 16.2%였다. 긍정인 이유는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지원정책도 다양하다는 등의 이유며 부정의 이유는 대기업 위주의 사회 분위기와 정부 정책 등을 꼽았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긍정과 부정 모두에 정부 정책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린다는 뜻이며 ‘특정 스타트업, 즉 진골 스타트업에 정부 정책이 유난히 우호적이다’는 일각의 우려와 부합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정부 역할에 대한 점수는 어떨까? 49점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물었던 경향과 비슷하게, 연차가 낮을수록 긍정적이었다. 결론적으로 지원정책이 집중되는 초기 스타트업이 정부에 호의적이라는 뜻이다. 지원과 생태계 및 정부 정책이 비례하는 대목은, 스타트업의 자생력에 대해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과 연결된다. 지원만 받으며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금전적 지원도 좋지만, 정책 및 교육적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일선 스타트업의 목소리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창업자들 관점에서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반자금 확보, 투자 활성화, 규제완화 등이었다. 각각 56.9%, 31.9%, 22.1%였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구인과 네트워킹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일단 제품홍보에 대한 어려움은 기업의 팽창과 더불어 당연한 문제라고 차치해도, 좋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 다만 숙련된 인력을 무턱대고 스타트업에 밀어 넣을 수는 없는 법이다. 적절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스타트업들은 정보를 획득하는 창구가 거의 뉴미디어였다. 창업 1년 미만의 경우 23.1%가 인터넷 신문, 28.2%가 스타트업 뉴미디어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빠른 정보를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자신만의 리그’에 빠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3년차 이상도 인터넷 신문이 24.3%, 스타트업 뉴미디어가 30.8%에 달했다.

창업자들은 절반 정도가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비율이 43.6%에 달했다. 6.7%의 관심도를 보인 일본보다 30.3%가 동남아시아 진출을 원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함이지만, 인구도 많고 모바일 환경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이유로 보인다. 특별한 강자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과, 옐로모바일의 사례가 자극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 및 기업은 중소기업청, 삼성, SK의 순서로 나타났다. 창업지원센터에 대한 조사에서는 개소한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구글 캠퍼스 서울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초기투자회사 인지도에서는 더벤처스. 본엔젤스 파트너스, 프라이머가, 벤처캐피털 인지도에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작년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기업 재직자, 대학생 대상 리포트

이들은 창업자가 아닌, 말 그대로 소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무려 43%가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긍정으로 변한 사람이 40.7%로 나타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또 33%는 스타트업 이직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미디어를 많이 탄 스타트업 인지도가 제일 높았다. 다만 80%가 스타트업을 잘 몰랐다는 점도 기억하자.

대학교 졸업 예정자의 23.6%가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해 눈길을 끈다. 이들의 27.6%가 스타트업 취업도 긍정적으로 봤다. 쿠팡과 쏘카가 제일 인지도가 높았다. 물론 여기서도 80%가 스타트업을 잘 몰랐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오픈서베이의 김동호 대표는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평가가 작년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작년만큼 뜨겁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규제 개혁 등 정부의 여러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는 점, 그리고 구글 캠퍼스 서울이 개소 6개월 만에 생태계에 확고히 자리 잡은 점이 2015년의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떠오르는 스타트업을 적어 보는 문항에 응답자의 80% 정도 제대로 된 스타트업 이름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는 스타트업 열기에 비해 일반 대중은 아직 스타트업이 뭔지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