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비극을 예언하는 박사'라는 뜻의 닥터 둠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마크 파버 박사는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한 미국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의 징후를 보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세계적인 ‘산업적 불경기의 시대’에 들어가 있다”며 “전 산업에 걸쳐 산업 생산은 줄어들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판매량은 좋다. 하지만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 규모는 수조 달러에 이른다. 지난 6년간 2배가 넘게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빚을 냈고 이런 방식으로 지속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본적으로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부양책으로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를 노린 것이겠지만 중앙은행이 찍어낸 거대한 양의 돈은 대부분 금융계로 들어가 자산 가격을 부풀려놓았다. 미 금융중심지인 월스트리트 말고 ‘메인 스트리트’ 그러니까 실물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생활비는 올라갔고 임금은 기본적으로 상승하지 못했으며 노동 참여도 줄었다.” 트리클 다운 효과란 정부가 투자를 늘려 대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 전체적으로 경기를 자극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는 “지난 7년간 제로(0%) 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실제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국가 부채와 전반적인 빚만 늘었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대해 두 가지의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첫번째는 돈을 많이 찍어냄으로써 더 많은 기업합병(M&A)이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잉여 인원은 일자리를 잃고 직장에서 내쫓겼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한국에도 해당되는 부의 불평등 문제다. 미국의 경우 상위 1%가 아니라 0.01%에게 전체의 부(富)가 집중된다고 할 정도다. 더 지속되면 사람들은 선거를 통해 부유층에게 증세하는 방향으로 몰아갈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파버는 이어 “미국의 50%의 사람들은 현금이 없다. 미국의 절반이 돈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사는 25%의 주택 소유자들은 자기자본(net worth) 면에서는 여전히 취약하다.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은 은퇴자 연금도 부족해 10-20%를 삭감해 지급하든, 은퇴자들이 더 오래 일을 하든, 돈을 더 찍어 내야 한다”면서 “그런데 전처럼 현금을 찍어낸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오른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대규모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외환이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예상과는 달리 돈이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이 유력시 되고 있다는 말에 그는 “중국은 수백여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위안화의 지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며 “홍콩이나 대만, 한국의 호텔이나 상점에서 위안화를 취급한다”고 말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가치는 점차 약화되고 위안화의 가치는 중요해 질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전에 영국 파운드가 높았듯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에 대한 독설도 거침없었다. 그는 "한국인 투자자들의 투자법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투자보다는 투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어느 시장이 뜬다’하면 몰려간다. 예컨대 중국 시장에 투자할 때도 올라가기 전이 아니라 올라가고 나서 투자해 큰 돈을 잃는 식이다." 그는 1970년대 말 한국 증시에 투자한 적이 있다. 그 이후 30여년 동안 한국에 한번도 투자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이제 예측의 영역에 시장만 존재하는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부가 자유 시장에 개입했을 때를 변수로 들면서 중앙은행의 ‘조작’으로 인한 인공적인 저금리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연준과 일본은행(BoJ), ECB 등 중앙은행들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 달러화가 일본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달러가 더 강해지면 산업은 죽는다. 연준이 그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중앙은행들은 돈을 더 찍어낼 것이고. 결국 연준이 처한 문제는 연준이 만든 것이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