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가 올들어 [당당한 인생2막 50+] 연중기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주역이자,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경제 성장의 주역 베이비붐 세대에게 위기 탈출의 길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이번 기획을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아름다운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상당수의 장년층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물결입니다.

머리를 맞대면 좋은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죠.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더 좋은 해법도 나오리라 믿습니다. 새로 <이코노믹리뷰> 편집국장을 맡은 제 나이도 우리 나이로 48세입니다. 싫든 좋든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에 들어선 셈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베이비부머의 미래를 위한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소 과격할 수도 있고 때로는 파격적인 제안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새로운 미래를 여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11%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가 상당부분 진행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는 이미 53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저출산의 늪에서 헤매는 사이에 14세 미만 유소년 비중은 14%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는 5년 전보다 13% 포인트가 줄어든 수준이라고 합니다.

마주대하기 싫은 현실임이 분명합니다. 이대로 가면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 노인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도 거의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복지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이 정도라면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부 조직을 살펴보면 정말 답답한 생각만 듭니다. 제가 아시아경제신문 정경부장으로 재임하면서 만난 고위관료,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통적으로 답한 응답은 “사태가 심각한 것은 알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정부 조직이라는 것이 무한정 확장만을 거듭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감안해도 무작정 고령사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을 만드는 게 부담일 수 있습니다.

정부 조직을 늘리지 않으면서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각종 위원회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예산상의 제약과 적은 인력 등 각종 문제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보면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비상근 위원장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작업이 무척 힘이 들어서 이화여대 교수자리에 휴직하고 비상근이지만 상근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정부의 조직 가운데 조직 설립의 목적을 달성한 일정 조직을 줄이고 ‘노인청’과 같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의 조직 역할을 조금 바꿔서 이 일을 맡기면 어떨까요.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양성평등’ 확보를 위해 출범한 여성가족부는 호주제 폐지와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불이익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등 눈에 띄는 혁혁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대기업 여성 임원이 부족하다거나 육아를 위한 제도적인 미비 등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꽤 높아졌습니다. 교사 임용에서는 이미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고 판검사와 공무원 임용을 위한 고시에서 여성 비중은 조만간 남성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성평등에서 고령화사회 대비로 여성가족부의 주된 업무 영역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여성가족부 역할 변경론에 대해서는 여성계의 반발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인데 어떤 국회의원이 여성가족부에서 노인부로 변경하는 정부 조직 개편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시더군요. 현실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고령화 문제를 이렇게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노인청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당장 정부의 부처로 만들기 어렵다는 외청으로 출발해 노인부 설립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때 ‘부’로 격상하면 되지 않을까요.

현실로 돌아가 보면 노인 정책의 재수립이야말로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지름길입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생존 연령이 8세 정도 더 많은 것이 인구통계학적인 분석 결과라고 합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여성 노인이 100명 생존할 때 남성 노인 생존자는 60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여성 노인이 노령층 빈곤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앞으로 여성 노인이 여성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고령화 1세대인 해방둥이 이상의 연령층은 절대 빈곤층이 더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느 공무원이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조직이 만들어지면 조직의 존립(?)을 위해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공무원의 생리라고. 노인청을 만들면 그동안 각 부처에서 조각조각 진행되던 고령화 대책을 일관성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가장 먼저 고령화에 따른 우리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공적 부조를 통해 집행하는 노령연금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통해 노인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들은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령화에 맞춰 세제 개편도 이뤄져야 하고, 일본 등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인근 국가의 노인 일자리 창출 전략도 우리에게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령화가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 우리 가족의 문제라는 점을 널리 홍보해 전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안이 중대하지만 그 대책은 평상적이고 일상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경우 문제 해결 가능성은 떨어집니다. 사안에 맞게 더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방법들이 나와야 합니다. 고령화 문제는 이제 막 시작된 화두이면서도 가공할 폭발력을 지닌 이슈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핵심 아젠다로 거듭나야 합니다.

조영훈 기자 dubbch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