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 임대 시장은 전세 시장이라는 특유의 구조로 형성돼 왔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1~2인 가구 등 가구 분화 등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임대수요가 발생하고, 더욱이 주택가격의 안정화가 정착되면 소유보다는 거주에 대한 의식이 중시되어 임대수요도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전·월세난의 장기화 문제가 이러한 추세적 현상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한 것인지는 보다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하지만, 분명한 점은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점차 임대수요의 증가와 함께 그 수요 특성도 다양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식적인 제도권의 임대주택 재고는 전체 주택의 10%에도 못 미친다. 자가점유율이 약 6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는 일반 주택의 전·월세 임대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전체 가구의 30%는 항상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전세난으로 불안한 주거생활에 시달려야 한다. ‘월세 소득공제’나 ‘전월세 상한제’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일반 주택의 전·월세를 제도적으로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난을 근본적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든 민간임대든 공식적인 제도권 내의 임대주택 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뉴스테이 정책 등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전·월세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등 정책의 가시적인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 서유럽 국가 대부분의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의 20%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 주택은 85만호, 전체 주택 재고의 약 5%로 부러운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공공임대 주택 비중은 우리와 비슷하게 약 7% 정도 수준이지만,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매년 신규주택의 약 40%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을 전후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들이 이루어지면서 임대주택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해 왔다. 향후 국내 임대주택 사업이 주택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그 가능성을 짚어보자.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

민간의 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의 수익성을 제고시키고 리스크를 완화해주는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에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장기의 회수기간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정부가 일정 부분 완화해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우선 유효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임대주택의 질적 수준 확보와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금융 및 세제지원 대책이 이뤄져 왔다. 친환경‧저에너지 등의 기준에 맞는 임대주택을 건설할 경우 지자체에서 건설비의 일부를 보조해 주고, 적정수익이 가능하도록 임대료 보조도 실시되고 있다. 적정수익이 가능한 임대료 수준을 허용하는 대신 임차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지원과 세제 혜택은 임대사업자의 수익성과 연결되어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수요계층에 대해서는 그 수요 특성에 맞는 일정한 임대주택 유형의 기준을 설정하고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 관리업 육성

일반적으로 임대주택 소유자는 개인이 70~80%를 차지한다. 특히 고령자나 은퇴자의 경우 일정한 소득을 목적으로 임대주택 투자에 관심은 높은 반면, 정보능력이나 관리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 토지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 은퇴자 등의 개인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건설·관리·운영해주는 임대주택 관리업이 크게 성장했다. 개인의 임대주택 투자수요 계층에 대해 전문적으로 임대사업을 운영해줌으로써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제공한다. 임대주택 관리업은 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매우 유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서비스산업으로의 파급효과

일본은 버블(거품)붕괴 경험과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주택시장은 성숙화 시장으로 바뀌었다.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은 거주 중시와 주택 수요층의 다양화로 진행되고, 특히 임대주택 거주 성향이 높은 1~2인 가구와 고령자 계층이 증가하면서 임대를 포함한 다양한 주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주택을 건설해서 분양, 판매하는 시장에서 주택의 관리·임대·리폼·주거 컨설팅·생활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주거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진화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주거 서비스는 주택산업뿐 아니라, 여가·문화·의료·식자재 배달·청소 등 주거생활과 관련되 다양한 산업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있다. 소비자의 주거의 질적인 측면이 중시되며, 주택의 기능과 품질에 대한 보증 서비스, 임대주택의 임대료 채권과 임대수익 관련 보증 서비스 등의 새로운 연관 산업도 나타나고 있다.

임대료 채권 보증 서비스

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해 임대료 보증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사업도 나타났다. 임대주택 사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이 확보되는 것이다. 향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전문적인 기업형 임대주택 관리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임대료 수입의 안정화를 높일 수 있는 임대료 채권에 대한 보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임대료가 전세방식으로 이뤄져왔기에 임차인의 임대료 체납 등에 대한 위험은 없었다. 그러나 점차 월세 형태의 임대방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임대료 체납 위험 등에 대한 신용 보강의 보증 서비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장애자·고령자·외국인 등의 경우에는 임대료 지불능력에 대한 신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임대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주거 취약계층에 대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증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 주거이전 지원과 임대수익 보증 서비스

향후 고령화 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고령자에 대한 주거문제 점차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고령자의 경우 신체 및 건강 정도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주거 수요가 발생한다. 특히 자녀들이 출가해서 단신 또는 부부세대만이 남게 되는 경우, 고령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택으로 이전하고 싶은 욕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기존의 주택을 임대로 전환하고, 자신들은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령자 주택에 거주함으로써 보다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일본에서 운용되고 있는 고령자 주거이전 지원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고령자가 거주하는 큰 규모의 주택을 4인 이상의 자녀보육 세대에게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고령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고령자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알선·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고령자에게는 임대의 공실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일정한 임대료 수익이 보장되는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책사항이다. 전세난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궁극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더욱이 향후 인구 및 사회구조의 변화로 추세적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그 수요 특성도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러한 다양한 임대수요 특성에 대응한 질 좋은 임대주택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민간에 의한 임대주택 공급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임대주택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써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