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통합바이러스연구회 회장.

현대의학은 혈액분석으로 몸의 이상을 찾고, X선과 같은 영상으로 구조적 결함 차원에서 모든 병의 원인을 규명해왔다. 그래서 혈액의 지표나 주사로 몸의 급성, 아급성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중요시 해왔다.

그러나 암을 비롯한 많은 만성질환과 면역질환에 대해서는 혈액학적 접근이 그다지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최근에 만성질환·면역질환을 소장의 ‘새는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 하여 소장의 점막손상과 미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이들 질환에 중요한 변수가 있음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한의학에서는 ‘심장과 소장이 표리관계’라고 하여 경락학적으로 겉과 속이라고 구분해 설명했는데, 그동안 소장이 단지 음식물을 흡수하고 통과시키는 관(管)으로만 생각했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장내 박테리아의 생태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여러 질환들의 발병 원인이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음식물을 섭취하여 흡수하고 영양화할 때 장내에서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즉 우리가 먹는 음식을 무조건 모두 소화 흡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것은 장내 박테리아의 분포에 따라 흡수하고, 나쁜 것은 그냥 통과시킨다는 설명이었다.

이때 만약 소장점막에서 분해되지 않은 고분자물질들(邪氣), 가령 세균항원이나 세균부산물 내독소 등이 혈액으로 침투되지 않도록 방어 작용을 잘해야 한다. 이 같은 방어 작용을 못하면 염증이 생기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아토피·천식·알레르기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음식물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장이 단지 체내 혈액순환과 병원균에 중요한 방어 작용을 한다면, 소장 역시 체내 영양공급과 방어 작용을 선택적으로 잘 수행해야 우리 몸이 건강해진다. 그만큼 소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최근 혈액을 채취하여 혈장과 음식소재를 섞어 폐암세포를 혈액 속에서 분리한 것을 배양해 암세포가 죽는 숫자를 확인함으로써 면역에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는 ‘ATK(Autologous Tumor-Killing Activity) 검사법’이 있다. 각종 암에 걸린 환자들에게 이 검사를 시행한 결과 체질에 따라 어떤 음식이 잘 맞고, 어떤 음식이 면역에 나쁜지를 알려주었다. 심지어 이미 상품으로 만들어진 한약처방들까지 체질별로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대략적으로 체질에 관계없이 면역 증진에 추천할 만한 식품은 미국에서도 최근에 추천되고 있는 고구마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한국 사과, 그리고 천년초를 권하고 싶다. 처방으로는 ‘구주해월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아직 소장 내의 박테리아를 검사하여 체질을 분류하는 방법이 독일의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연구 발표한 장내 박테리아 분류법으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필자가 직접 연구소를 찾아가 공동연구를 제안한 적도 있다. 이 같은 체질분류 방법은 개인적인 연구로는 불가능한 것이어서 후학들에게 숙제로 물려주고 싶다. 한국에만 있는 사상체질의학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전 세계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맞춤의학’으로 탄생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사상체질별로 면역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서 태음인은 고구마와 같은 뿌리음식과 견과류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무·칡뿌리·연뿌리·도라지·더덕·마·토란 등이며, 견과류에 속하는 잣·밤·땅콩·호두·은행 등도 권하고 싶다. 고기류는 소고기 초유(初乳), 곡류는 콩·밀가루·들깨·찹쌀·율무·수수 등과 호박·송이를 들 수 있다. 해산물류는 게·오징어·전복·잉어·김, 과일류는 복숭아·배·감·살구·자두, 기호식품으로는 겨자·고추냉이 등이 좋다.

소음인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자발쑥·옻·인삼 등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항상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향신료가 좋다. 그런 것들로는 마늘·파·생강·냉이·쑥갓·갓·부추·양배추·아욱·근대·고수·감자가 있으며, 그밖에 칼슘이 많이 함유된 어류인 미꾸라지·쏘가리·뱀장어·조기·새우·멸치·홍합·민어·뱅어·가자미·전어·은어를 꼽을 수 있다. 곡식류는 멥쌀·현미·엿이, 육류는 닭고기·삼계탕·개고기·염소고기·당나귀젖이, 과일로는 귤·오렌지를 권한다.

소양인에게는 돼지고기·순대·오리고기 등 고기류와 가지·토마토·상추·미나리·배추·참외·수박·우엉 같은 컬러푸드 종류의 야채, 그리고 보리·팥·녹두 등 곡식류가 좋다. 소양인에 맞는 해산물로는 굴·해삼·복어·자라·우렁이, 과일은 사과·딸기를 추천한다.